[LG소셜캠퍼스와 함께하는 사회적기업가] 모두가 잘 보고 잘 읽을 수 있는 글씨, 유니버설디자인 서체 만든 디올연구소 이종근 대표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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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소셜캠퍼스와 함께하는 사회적기업가] 모두가 잘 보고 잘 읽을 수 있는 글씨, 유니버설디자인 서체 만든 디올연구소 이종근 대표

작성일2019-08-07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치매가 아버지의 삶을 무너뜨리는 것을 옆에서 지켜봐 온 아들은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시고 돌아오며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일’을 하겠다는 오랜 다짐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사회적 디자인 기업, 디올연구소의 시작이었습니다.

모두가 잘 보고 잘 읽을 수 있는 글씨, 노안·저시력자용 유니버설디자인 서체인 디올(dALL) 폰트를 개발한 예비사회적기업 디올연구소 이종근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종근 대표가 디올연구소 현판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최초 ‘상용’ 유니버설디자인 서체, 디올폰트의 탄생

유니버설디자인이란 성별이나 나이, 인종과 국적, 문화적 배경과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자인을 의미합니다. 우리 주변에서는 장애인이나 어린이들도 타기 쉽게 출입구 계단을 없애고 차체를 낮춘 버스, 경사로와 손잡이가 함께 있는 계단 등을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손으로 잡아 돌리지 않아도 쉽게 열 수 있는 문고리, 휠체어를 탄 사람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없앤 문지방, 계단 옆 경사로, 차체를 낮춘 버스 등 모두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사례다.

손으로 잡지 않아도 쉽게 열 수 있는 문고리, 휠체어를 탄 사람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 등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사례다.

디올연구소가 개발한 디올폰트노안이나 저시력으로 글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유니버설디자인 서체입니다. 디올폰트라는 이름도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을 줄여서 지었습니다.

디올연구소에서 개발한 디올01 폰트와 디얼 02폰트의 예시다.

디올연구소에서 개발한 디올01 폰트(위)와 디올02 폰트(아래)

폰트에도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노안이나 저시력자들에겐 글자가 한 덩어리로 뭉쳐 보이거나 흐릿하게 보입니다. 이 때문에 작은 글씨는 더욱 식별하기 어렵죠. ‘대’를 ‘머’로 읽는 등 한글 구조상 형태가 비슷한 글자를 오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띵'과 '명'처럼 한글 구조상 형태가 비슷한 글자는 헷갈리기 쉽다.

저시력자들에게 한글 구조상 형태가 비슷한 글자는 헷갈리기 쉽다.

디올연구소는 노안이나 저시력자들의 인지적, 신체적 특징과 행태를 관찰하고 가독성과 오독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들을 찾아 분석했습니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디자인 리서치와 사용성 평가를 개발 초기부터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기업에 의뢰했다고 합니다. 저시력자를 포함한 일반인, 디자인 전문가, 서체 개발자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반조사를 진행하였으며, 다섯 번 이상의 사용성 평가를 통해 수정과 보완을 거쳐 현재의 디올폰트를 완성했습니다.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폰트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폰트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객관적 사용성 평가를 위해 가독성과 인지도가 높은 대표적인 한글 폰트들을 선정한 후, 블라인드 테스를 통해 선호도와 가독성을 비교한 결과, 50대에서 디올폰트를 선택한 비율이 85.7%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노안이 시작되는 40대 층에서도 70% 이상이 디올폰트를 선택했습니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용성 평가와 수정을 반복하느라 디올폰트는 개발에만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일반 폰트의 경우 보통 개발에 3~5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제작에 1년 여의 시간이 걸린 디올01 폰트

제작에 1년 여의 시간이 걸린 디올01 폰트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된 디올폰트는 글자의 뭉침을 ‘잉크트랩’을 통해 해결하였습니다. 확대해서 보면 흰 공간이 확보되어 서체가 더 밝고 선명하게 읽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품 패키지나 설명서 등 작은 면적에 많은 글자를 사용하는 경우를 고려하여 글자 폭(장평)을 80%로 적용하여 개발했습니다.

디올폰트는 잉크트랩 적용으로 작은 글씨에서 잉크가 뭉치는 것을 방지하고, 한글자소를 명확하게 구분하며 장평 최적화로 작은 글씨도 더 잘 보이게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디올폰트의 특징

디올폰트 적용 전과 적용 후의 사례이다. 글자가 뭉쳐 보이는 현상을 개선해 가독성을 높였다.

디올폰트 적용 전(왼쪽)과 적용 후(오른쪽). 저시력자에게 글자가 뭉쳐 보이는 현상을 개선했다.

그래서 디올폰트는 환경적인 효용도 가지고 있습니다. 글자의 뭉침 해결을 위한 ‘잉크트랩’과 ‘장평 최적화’로 잉크, 토너, 종이 사용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디자인 기술력을 통해 디올연구소는 올해 LG전자, LG화학이 주최하는 환경 분야 사회적 경제 지원사업 LG소셜캠퍼스의 대상 기업인 LG소셜펠로우 9기로 선정되었습니다.

12포인트를 사용하여 A4 100매를 출력 시 디올폰트를 사용하면 기존폰트 보다 약 10~15장 절약할 수 있다.

잉크, 토너, 종이 절약까지 가능한 친환경 유니버설디자인 서체 디올 폰트

기존에도 국내에 유니버설디자인 폰트는 있었지만 ‘상용화’ 된 것은 디올폰트가 최초입니다. 디올연구소는 2017년 창립 이후 1년 만에 디자인 기술만으로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고 지난 2년 동안 18개의 기업 인증과 수상, 3개의 특허를 획득했습니다. 현재 디올폰트는 50여 개 기업에 판매되어 소비자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불편함은 새로운 가능성이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종근 대표는 28년간 멀티미디어와 디자인 분야에서 일해 온 1세대 IT 전문가입니다. 디자인을 기반으로 출판과 사업개발, 전략경영, 상품기획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대기업에서 일하다 20대 후반부터 창업을 했죠. 이런 그가 50대에 다시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게 된 데엔 계기가 있었습니다.

디올연구소 이종근 대표가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저는 소아마비를 앓았지만 별다른 차별 없이 대학 진학이나 결혼, 취업이나 사업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제가 매우 이례적이고 특별한 경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럴수록 맘속으로 제가 엄청난 행운아라는 생각과 동시에 일종의 빚진 마음도 가지게 되었죠.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시절 장애인운전면허시험장에 면허를 따러 갔는데 그때 서류 가방과 휴대폰을 들고 있는 저를 보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잊지 못해요. 순서를 기다리던 중 어떤 분이 ‘혹시 회사에 다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렇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사장이시냐’고 해요.

알고 보니 그 자리에 있던 100명이 넘는 장애인들 중에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 저를 포함해 딱 2명밖에 없더라고요. 그때 내가 인생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 다른 장애인 분들께도 일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몸의 변화와 고령화 사회도 사회적기업에 대한 의지를 키웠습니다.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고령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고령 장애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이종근 대표는 고령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쌓이면 고령자는 물론, 비슷한 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이에 디올연구소는 디자인의 영역을 시각적인 부문에서 생활, 라이프 스타일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으로 확대해 장애인과 시니어들의 삶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종근 대표는 자신이 겪는 불편함과 관심사를 모두 사업 기회로 만듭니다. 50대가 넘어 노안이 오자 고령자와 저시력자를 위한 서체인 디올폰트를 개발했고 이와 연계한 출판(AR북), 콘텐츠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뇨를 확진 받자, 자신과 같이 대사성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헬스케어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디올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저시력자용 AR북. 디올 AR앱을 구동시키고 요리 책을 비추면 레시피 영상을 보여준다. 모든 콘텐츠에는 디올폰트가 적용되었다.

디올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저시력자용 AR북. 디올 AR앱을 구동시키고 요리 책을 비추면 레시피 영상을 보여준다. 모든 콘텐츠에는 디올폰트가 적용되었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느라 고생하는 가족들을 보며 치매 노인을 위한 로봇과 액티비티 프로그램, 여행 사업 등의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중 치매 노인을 위한 로봇은 LG소셜캠퍼스에 함께 입주해 있는 트레셋이라는 로봇 기업과 함께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는 삶에도 여러 겹의 레이어(layer)가 있다고 생각해요. 레이어가 없는 일반인은 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레이어를 한 겹 씌우면 고령자의 불편함이 보이고, 또 한 겹 씌우면 여성 또는 남성의 불편함이 보이죠. 결국 불편함을 의식하는 민감도의 차이예요.

제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남보다 공감하는 부분이 높을 수밖에 없고, 나이가 있으니 노안이나 시니어들의 삶이 ‘어르신의 삶’이 아닌 ‘내 주변의 삶’으로 느껴지는 거죠.”

디자인적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다

벤처 창업자로서는 다소 늦은 나이인 50대에 창업한 이종근 대표는 LG소셜캠퍼스 내에서 최고령자입니다. 강연과 멘토링을 통해 나름 젊은 세대와 많은 교류를 해왔다고 자부했지만 처음엔 LG소셜캠퍼스의 젊은 친구들과 섞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젠 함께 맥주를 마시며 창업의 고충을 나누는 20대 동생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이종근 대표는 LG소셜캠퍼스의 지원으로 부족한 연구비를 해결한 것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입주 기업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것도 큰 혜택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창업에 있어서 시니어들의 어려움은 기존에 맺었던 관계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세대와 호흡하며 다양한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사고방식과 생활방식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자유로워지면 시니어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네트워크는 엄청난 무기가 돼요.

저는 창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멘토링을 할 때 젊은 친구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가진 시니어들과 같이 제품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만들어볼 것을 권해요. 반대로 시니어 분들께는 역동적이고 스마트한 젊은 친구들과 협력할 것을 권하고요.

이렇게 세대 간의 융합이 이뤄진다면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모두에게 필요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올연구소 이종근 대표가 햇살 아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종근 대표를 비롯해 디올연구소 5명의 멤버들은 모두 50대가 넘습니다. 그중 두 명은 60대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디올연구소가 계획 중인 사업 중엔 고령자와 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재택근무형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의 불편은 다른 누군가의 불편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가능성이 돼요.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불편과 문제를 발굴하고 합리적인 디자인 방법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것이 디올연구소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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