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건축학개론] #1. LG상남도서관과 건축가 김수근의 인연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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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건축학개론] #1. LG상남도서관과 건축가 김수근의 인연

작성일2013-07-02

안녕하세요. LG블로거 김강민입니다.

여러분은 건축과 대화해 본 적이 있나요?

저는 건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LG CNS 스마트그린사업 분야 IT컨설턴트로 일하고 있기에 사람에게 편리하고 쾌적한 건축과 도시에 대해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축을 접할 때 마다 ‘이렇게 설계된 이유가 뭘까?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까?’ 하고 대화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건축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건축을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그 사연은 더해지고 있었어요. 혹시 ‘저 건물 멋있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 단지는 싫어.’와 같은 생각이라도 가져 본 적이 있다면 여러분도 단지 건축의 사용자가 아닌 건축과 대화하는 사람입니다.

LG그룹에도 다양한 건축물이 있습니다. 물론 각각의 사연이 있고 지금도 쌓여 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LG의 건축을 산책하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누어 보시겠어요?

LG하면 LG트윈타워?

여의도의 랜드마크인 LG트윈타워. LG의 건축이라고 하면 많은 분이 LG트윈타워를 떠올릴 거예요. 그런데 LG트윈타워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LG의 건축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 원서동에 위치한 LG상남도서관(www.lg.or.kr)입니다.

특이한 형태의 건물로, 언제 어디선가 실물 혹은 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면 기억하실 것 같습니다. 촉촉하게 비가 내린 6월의 오후에 도서관 전문가인 한혜연 팀장(LG상남도서관 기획운영팀), 건축에 조예가 깊은 안효상 부장(LG전자 MC 진단팀)과 함께 LG상남도서관을 산책했습니다.

LG상남도서관 정문

LG상남도서관에는 책이 있다? 없다?

산책에 앞서 한혜연 팀장에게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LG상남도서관은 국내 최초의 디지털 도서관으로 1996년 4월에 개관했습니다. 지금처럼 해외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없었던 당시에 전자, 화학 분야의 해외 논문 168만 편을 디지털화 해서 무료로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 많은 자료들은 스캔 작업을 거친 뒤 서고에 보관되어 있으니 디지털도서관인 LG상남도서관에도 책이 있습니다.

2006년에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비쿼터스 서비스인 “책 읽어주는 도서관”을 구축해서 운영 중이니 앞으로도 디지털화 되는 책들이 차곡차곡 쌓이겠죠?

도서관이 힘든 시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2000년의 저작권법 개정으로 인해 자료의 전송이 어려워졌고 기존의 디지털 도서관 서비스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이를 계기로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 포털 사이트로 변신을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을 위한 에듀테인먼트형 과학포털사이트인 LG사이언스랜드(www.lg-sl.net)도 구축하여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LG상남도서관 지하 서고

LG와 한국 건축 거장과의 만남

LG상남도서관은 처음부터 도서관으로 지어지지는 않았습니다. 1967년, LG그룹의 창업주인 구인회(1907∼1969) 회장은 건축가 김수근(1931~1986)에게 주택 설계를 의뢰합니다. 이 주택이 바로 LG상남도서관의 전신이지요. 그리고 구자경 명예회장이 사저를 기증하여 LG상남도서관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왼쪽 부터 구인회 LG 그룹 창업회장, 구자경 명예회장, 건축가 김수근

김수근은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로 공간사옥, 자유센터,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 등을 설계했고, 한국 현대 건축의 산실임에도 불구하고 2013년 1월에 부도 처리되어 충격을 안겨 준 공간그룹의 설립자입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재학 중에 6·25 전쟁이 나자 도일하여 도쿄예술대학, 도쿄대학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했고,스승이었던 요시무라 준조(吉村順三)와 당시 일본 건축계를 선도하던 단게 겐조(丹下健三, 1987년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둘러싼 왜색 논란도 있었는데요, LG상남도서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근대를 빨리 성취하기 위해 한국이 취한 방법이 일본식으로 변형된 근대를 직수입하는 것이었다 (강혁 경성대 교수).’는 건축계 일각의 견해처럼, 한국 건축이 탄생하기까지 겪었던 산고(産苦)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건축사에 한 획을 그은 건축가와 LG의 만남은 이렇듯 집을 매개로 이루어 졌습니다. 당시 설계에 참여했던 이용재씨(건축 평론가)에 의하면, 구인회 회장은 부부가 노년을 보낼 조그마한 집을 의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룹의 총수에게 소박한 주택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김수근의 설득으로 구인회 家는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의 3대를 위한 주택으로 완성이 됩니다. 그리고 구인회, 구자경, 구본무 회장 일가가 이 집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LG상남도서관 전경(왼쪽부터 안효상 부장, 필자, 한혜연 팀장)

서울을 품은 집

비가 그친 늦은 오후. 해가 지기 전에 건물을 둘러 보러 정원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도서관의 외관은 불쑥불쑥 튀어나와 있는 발코니와 수직으로 곧게 뻗은 기둥이 인상적입니다.

그 형태에는 이유가 있는데요, 건물의 후면에는 가족의 공동 공간을, 향이 좋은 남측 전면에는 개인 공간을 배치하고각각 발코니를 크게 만들어 공과 사의 공간을 구분했다고 합니다. 발코니 사이의 벽 형태의 기둥도 프라이버시 보호의기능이 엿보입니다. 이러한 강한 조형성은 실내에서 보이는 섬세한 디테일과 함께 김수근 건축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은 원래 콘크리트 자체가 마감재인 노출콘크리트 건물이었습니다. 노출콘크리트는 당시 서양과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었고, 국내에서는 김수근이 설계한 워커힐호텔의 힐탑바에 처음으로 적용되었다고 합니다.

도서관의 대지는 주변보다 높여져 있고 그 위에 건물이 앉혀졌습니다. 그 덕분에 발코니에서는 서울이 내려다 보일 만큼 조망이 좋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고층 건물에 남쪽 조망은 가려졌지만, 여전히 창경궁의 경치를 품고 있습니다. 도서관의 발코니에 서서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분들을 잠시 부러워해 보았습니다.

창경궁의 경치를 품은 발코니에서의 담소

사라질 뻔한 작품

구자경 명예회장은 사저를 기증하여 공공건물로 사용할 계획을 세웁니다.

[도서관 정윤석 전무] 처음에는 일반적인 도서관으로 만드는 안이 검토되었지만, 주택을 도서관으로 바꾸기에는 규모와 형태 면에서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집을 철거하고 도서관 건물을 신축하는 안이 만들어 졌지요. 하지만 구자경 명예회장은 건물이 훼손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도서관 정윤석 전무]

처음에는 일반적인 도서관으로 만드는 안이 검토되었지만, 주택을 도서관으로 바꾸기에는 규모와 형태 면에서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집을 철거하고 도서관 건물을 신축하는 안이 만들어 졌지요. 하지만 구자경 명예회장은 건물이 훼손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그 결과 건물의 일부만 증개축한 형태로 국내 최초의 디지털 도서관이 탄생하게 됩니다. 하마터면 한국 건축사에 사진으로만 남을 뻔했었지요.

주택의 실내를 보존한 사무실 전경

디지털 도서관은 책의 열람과 대출이 필요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도서관을 직접 사용하는 일이 없고, 그만큼 건물이 잘 보존되고 있습니다. 마감재, 장식, 붙박이 가구, 벽난로, 창호를 비롯해 전등 스위치, 콘센트까지 예전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습니다.

2층 세미나실에 남아 있는 벽나로, 1층 홀의 십장생 부조, 2층 세미나실 벽면 문양

실내 곳곳의 장식도 눈에 띱니다. 계단의 난간, 벽난로 주변의 장식, 문의 문양, 그리고 1층 홀의 십장생 부조까지. 마치 갤러리와 같은 인상을 풍기네요.

드레스룸에서 일하고 있어요.

주택을 사무실로 사용하다 보니 지금의 업무 공간은 과거에 주택의 일부분이었습니다.

[한혜연 팀장] 도서관장인 정윤석 전무는 할머니 방에서, 저는 드레스룸에서 일하고 있어요. 부엌에서 일 하는 분들도 있어요.

[한혜연 팀장]

도서관장인 정윤석 전무는 할머니 방에서, 저는 드레스룸에서 일하고 있어요. 부엌에서 일 하는 분들도 있어요.

공간마다 과거의 사연이 있다 보니 일하면서 가끔 옛 생활상을 상상해 보며 웃음짓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요. 건물에 담긴 옛 사연을 모르고 보면 안락하게 꾸민 일반 사무실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건물의 사용자이자 관리자 입장에서 한혜연 팀장은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한혜연 팀장] 가장 큰 느낌은 참 잘 만들었다. 여기서 잘 은 내구성의 의미가 가장 커요. 이제 45년을 넘어섰는데 외부는 도색과 방수 공사 등을 하지만, 내부는 벽이나 마루 등 내장재의 뒤틀림이나 파손도 거의 없고 전등 등의 소모품 교체 외에는 관리할 것이 거의 없을 정도예요. 우스운 이야기로 변기도 애초에 좋은 자재를 선택해서인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어요. 또 다른 매력은 동선과 공간감의 조화인 것 같아요. 건물 내부에서 7년 이상 움직이고 있지만 낙후된 느낌보다는 마치 자연스럽게 연륜을 쌓아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한혜연 팀장]

가장 큰 느낌은 참 잘 만들었다. 여기서 잘 은 내구성의 의미가 가장 커요. 이제 45년을 넘어섰는데 외부는 도색과 방수 공사 등을 하지만, 내부는 벽이나 마루 등 내장재의 뒤틀림이나 파손도 거의 없고 전등 등의 소모품 교체 외에는 관리할 것이 거의 없을 정도예요. 우스운 이야기로 변기도 애초에 좋은 자재를 선택해서인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어요. 또 다른 매력은 동선과 공간감의 조화인 것 같아요. 건물 내부에서 7년 이상 움직이고 있지만 낙후된 느낌보다는 마치 자연스럽게 연륜을 쌓아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LG상남도서관은 대지의 경사를 살려 같은 층 안에서도 남측과 북측 바닥 사이에 계단을 두고 높이가 다르게 설계되었습니다. 스킵 플로어(skip floor)라고 하는 바닥 구성법인데요, 앞서 이야기 한 건물의 남측과 북측 공간을 분리함과 동시에 변화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오두막 같은 느낌의 주방 등 색다른 포인트를 준 공간 구성도 한 몫하고 있지요.

상남도서관의 정원

좋은 건축물 안에서 생활하며 잠시 눈을 돌려 전망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소박하고도 정갈한 정원에서 산책도 할 수 있는 LG상남도서관. 도심 속 오피스 빌딩에서 근무하는 것과는 다른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하니 근무환경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건물인 듯합니다.

산책을 마치며

한가롭고 즐거운 건축 산책을 마치고 담소를 나누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택으로 탄생한 것이 지금처럼 대중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멋진 공공건물로 사용되고 있으니 해피엔딩이 아닐까요. 사저를 기증하여 공공 건물화한 것에 대해 안효상 부장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습니다.

[안효상 부장]LA에 있는 게티센터(Getty Center)에 가 본 적이 있어요. 석유 재벌인 폴 게티(J. Paul Getty 1892~1976)가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al Prize)을 수상한 적이 있는 리차드 마이어 (Richard Meier, 1934~)에게 의뢰하여 미술관을 지었어요.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을 전시하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LG상남도서관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도 상류층의 사회 기부가 더 활성화 되어서 나눔으로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안효상 부장]

LA에 있는 게티센터(Getty Center)에 가 본 적이 있어요. 석유 재벌인 폴 게티(J. Paul Getty 1892~1976)가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al Prize)을 수상한 적이 있는 리차드 마이어 (Richard Meier, 1934~)에게 의뢰하여 미술관을 지었어요.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을 전시하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LG상남도서관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도 상류층의 사회 기부가 더 활성화 되어서 나눔으로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직접 건축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알고 있던 것 이외에도 새로운 사연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LG의 건축 산책을 통해 많은 사연들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며 LG상남도서관과 나눈 대화를 마칩니다.

김강민 프로필

컨설턴트로서 LG의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LG의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 에너지 관련 기술 트렌드를 주요 테마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