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건축학개론] #2. 건축 설계 디자인의 재발견, LG 교육 연수원 ‘LG 인화원’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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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건축학개론] #2. 건축 설계 디자인의 재발견, LG 교육 연수원 ‘LG 인화원’

작성일2014-10-30

안녕하세요. LG블로거 김강민입니다.

지난 건축학개론 1편 ‘상남도서관과 건축가 김수근의 인연'(http://goo.gl/8TAYIK)에서는 LG상남도서관을 통해 본 건축 설계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LG의 창업주 구인회(1907∼1969) 회장의 주택으로 한국 건축의 거장인 김수근에 의해 설계되었고, 이후 LG연암문화재단에 기증되어 지금은 디지털 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지요. 사저로 지어진 만큼 디자인을 가미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고, 그 덕분에 LG에는 작품이라 부를 만한 건축이 남게 되었습니다.

건축학개론 두 번째 시간으로 오늘은 전혀 다른 성격의 건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LG의 인재양성 교육장 ‘LG인화원’입니다.

  기업의 연수원, 자연이 품은 건축

인화원2연못에서 바라본 생활관

※ 필자가 사용한 사진은 모두 G2로 촬영되었습니다.

 LG인화원은 LG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1988년 12월에 개원했습니다. 구인회 창업회장의 경영이념인 인화단결을 실현할 요람이라는 뜻으로 ‘인화원(人和苑)’ 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지요.

기업의 건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옥에서부터 연구원, 공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의 건축이 있습니다. 용도가 달라지면 자연히 공간의 구성이나 형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나게 될 텐데요. 그렇다면 기업의 연수원은 여러분에게 어떤 이미지인가요? 직원을 교육시키는 곳이니 작은 규모의 대학 캠퍼스를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 LG인화원은 담백하고 정갈한 녹차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자연의 품에서 자란 잎으로 만들어, 사색하는 나만의 시간 혹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즐기는 녹차 말입니다.

인화원1인화원 본관 전경

운이 나쁘게도 저는 인화원에서 교육 받을 기회를 그동안 갖지 못했습니다. 개원 25년 만의 리모델링(2012년 2월~2013년 1월)으로, 제가 한창 교육 받을 시기에 인화원을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지난 8월 말, 드디어 인화원에 1주일 간 머무를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부장 진급교육이었습니다. 설렘, 두려움, 책임감, 기대로 복잡하게 감정이 뒤섞였던 저에게, 인화원의 아늑한 풍경은 이런 감정을 잠시 내려 놓고, 오랜만에 업무에서 떠나 자신을 마주해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인화원3건지산을 배경으로 한 인화원 전경

이와 같은 인화원의 풍경이 만들어 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인화원의 입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지산 자락이라는 자연 속에 터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화원의 어디에서 바라보더라도 주변 산의 풍경이나 부지 내에 조성된 조경 덕에 한시도 자연과 거리를 둘 일이 없습니다.

풍수지리학자 고제희 씨는 인화원의 입지에 대한 기고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풍수지리학자 고제희씨

즉, 풍수지리적인 면에서도 부지의 조건뿐만 아니라, 부지 내의 건물 배치 역시 채광, 통풍 면에서 연수원으로는 최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인화원4언덕 위 건물

자연 속의 건축. 참 좋습니다. 하지만 산이나 언덕에 건물을 짓게 되면 평지보다 설계가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경사 때문이죠. 평평하게 지어야 하는 건물에 단차가 생기니 건물 입구는 어디로 내고, 바닥을 어떻게 나누며, 동선은 어떻게 구성해야 할 지 등 고민거리가 늘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 공간의 변화감을 줄 수 있는 조건이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이왕 주어진 것이라면 잘 활용하는 것이 좋겠지요? 산을 다 밀어버리면서까지 굳이 그곳에 건물을 지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인화원은 지형을 그대로 살린 대지 위에 건물을 살짝 얹어 놓은 듯 앉히고 그 사이를 계단과 길, 언덕으로 이었습니다. 그 덕에 건물 사이를 이동하는 동안 자연스레 자연과 접하게 됩니다.

인화원5대지의 경사를 살린 공간구성

그리고 벽돌로 마감한 건물 외벽, 동판으로 만든 박공 지붕(책을 펼쳐서 엎어 놓은 ‘∧’ 모양)은 건축물의 소재를 통해 자연 환경과의 차이를 좁히고, 건물에 넓게 자리잡은 커튼월은 실내에서의 시선이 바깥의 자연까지 닿게 함으로써 주변환경과 실내를 잇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화원6자연스럽게 부식되어 초록빛을 띠는 동판 지붕

 인화원6외부의 자연과 실내를 잇는 커튼월

 자신과 마주하는 사색의 공간

진급 교육과정 내내 회사에서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지, 나는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몇 차례 거쳐야 하는 시험은 은근히 부담이 됩니다. 숙소의 방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슬슬 졸음이 몰려오길래 테라스로 나가 새벽의 인화원을 둘러 보았습니다. 안개가 은근히 내려 앉은 지붕 아래는 아직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고요합니다. 제일 먼저 아침을 맞이한 것 같은 성취감을 만끽하며 크게 기지개를 펴 봅니다. 성취감은 동기부여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했던가요?

 인화원8안개가 내려 앉은 새벽의 인화원

늦은 밤.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과제를 앞에 놓고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미래를 고민하려면 과거를 먼저 돌이켜 봐야 하겠지요. 실수했던 일, 잘 했던 일, 사람들과 겪었던 갈등, 함께 맛보았던 성취감. 잠시 걷고 싶은 마음에 숙소를 나섰습니다. 생활관을 나와 교육관으로 걸어가다 교육관 1층의 회랑에 접어듭니다. 회랑은 사원이나 궁전 건축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지붕이 있는 긴 복도를 말하는데요. 건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정원을 둘러싼 형태로 많이 만들어 집니다. 캄캄한 밤, 정원에는 조명이 없어 회랑은 어두운데 저 끝에 불이 밝혀져 있습니다.

인화원9밤에 바라본 교육관 1층의 회랑

멈춰 서서 잠시 바라보았습니다. 걸어 가면 빛을 만나게 되는 것처럼 고민하고 노력하다 보면 뚜렷한 계획과 마주하게 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계획대로 이루어진 미래는 꽤 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밤이라 감수성이 지나치게 풍부했던 건 사실이지만, 감정에 충실하게 만드는 장면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았지만, 종종 나만의 ‘즐겨찾기’ 공간에 들러 머리를 식히며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함께. 퍼블릭 스페이스

인화원10클러스터와 중정으로 구성된 LG인화원 건물
(출처 : 네이버 지도)

인화원에서 받는 교육에는 팀원이 함께하는 활동이 많습니다. 그리고 교육이 아니더라도 팀원들끼리는 늘 가까이에서 챙겨주고 어울리고 대화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었지요. 인화원의 건물들은 클러스터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무리를 짓고 있다는 뜻인데요. 몇 개의 건물이 4각형을 만드는 형태로 배치되어 있고, 그 가운데 자연스레 정원이 만들어집니다. 중정(中庭)이라고 하지요.

 이런 형태가 가진 장점은 사람들의 동선이나 시각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쉬는 시간이 되면 복도에 서서 중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중정의 벤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사람 간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팀원들끼리 늘 함께하는 분위기에도 분명 이런 건축적인 요소가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인화원12| 교육관 복도에서 바라본 중정

  인화원의 리모델링을 진두지휘했던 간삼건축의 건축가 진교남 본부장은 중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리뉴얼할 때 중정이 고민을 많이 한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구글과 같은 과감한 휴게 공간을 설치하자는 의견도 있었지요. 최종적으로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고, 중정을 향하던 작은 창들을 커튼월로 교체하면서 시각적으로 내부 공용공간과 중정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었습니다.”

진교남 건축가진교남 건축가

생활관에 위치한 카페테리아 야외 테라스에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가 가능합니다. 커뮤니티 활성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공간이지만, 교육 이외에도 연수원이라는 공간이 갖는 휴양이라는 목적을 잘 살린 것 같습니다.

인화원13생활관 2층 카페테리아의 야외 테라스와 1층의 회랑

 조각과 대화하다

건물 사이를 이동하면서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조각입니다. 로비, 복도, 정원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들. 각각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저의 마음을 끌어당긴 작품 몇 가지를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인화원14 LG의 상징 동물인 황소상와 창립 50 주년 기념 식수

인화원15‘개벽’, ‘김형준

인화원16‘우리는 하나’, 강관욱

인화원17‘화합과 전진’, 김영중

앞으로의 인화원

지금까지 인화원의 이모저모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LG에게 있어서 인화원은 어떤 곳이고, 앞으로는 어떤 곳이어야 할까요? 건축가 진교남 씨는 인화원을 ‘Ethos’라는 단어로 표현을 했습니다. ‘기풍’이라는 의미입니다. LG라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전통, 품위, 가치 등을 인화원이라는 건축이 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화원에서 머무르는 1주일 동안 LG의 구성원으로 저의 생각이나 생활과 상충되는 어색한 공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인화원이라는 공간이 오랫동안 형성되어 온 LG의 기풍과 닮아 있다는 뜻이겠지요.

진교남 건축가 인터뷰건축가 진교남 씨와의 인터뷰

 현대적인 교육에 필요한 공간으로 재탄생했지만, 새 콘셉트가 ‘과거의 기억을 살리자’였다고 하는 만큼, 처음 인화원에 담았던 철학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LG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들이 성장하는 공간인 만큼 LG의 상징적인 건축으로, 또 역사적인 건축으로 오래 남기를 기원해 봅니다.

김강민 프로필

컨설턴트로서 LG의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LG의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 에너지 관련 기술 트렌드를 주요 테마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