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외딴 섬을 찾는 이유, 섬마을봉사연합(IVU) 이야기 (feat. LG드림챌린저)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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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외딴 섬을 찾는 이유, 섬마을봉사연합(IVU) 이야기 (feat. LG드림챌린저)

작성일2018-06-25

2018년도 IVU 정기봉사 단체사진. 푸른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외딴 섬을 찾는 청년들

우리는 외딴 섬을 찾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올해 초, 세 번을 섬에 들어가지 못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가는 섬에 세 번이나 못 갔으니 참 답답하고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넘실거리는 파도와 짙은 안개가 항구부터 배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는 늘 안개가 많이 껴 섬은 더욱 더 섬으로 고립되고 만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럴 때마다 기운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바다 날씨의 변덕은 나라님도 막지 못한다는 말처럼 출발 당일까지, 아니 출발 예정 시간 30분 전까지도 출항 결정이 나지 않아 부두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 돌아와야 했다.

IVU 구성원들이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뒷모습.

서로 다른 일을 하던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모여 한 곳으로 떠난다.

붉은 글씨로 ‘결항’이라고 뜬 화면을 볼 때면 LG드림챌린저의 인연으로 뭉친 섬마을봉사연합(IVU, Island Volunteer Union) 봉사단원들과 기꺼이 주말을 반납하고 자원봉사를 온 봉사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봉사란 이런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어느 한 쪽의 의지로만 되지 않는 것, 서로 잘 맞아떨어지려면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

LG드림챌린저의 인연, 섬마을 봉사로 이어지다

우리가 외딴 섬을 찾는 이유는 LG드림챌린저의 인연으로 뭉친 섬마을봉사연합(IVU, Island Volunteer Union) 덕분이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 섬 중에서도 외딴 섬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자고 만든 것이 섬마을봉사연합(이하 IVU)이다.

IVU는 4명이 함께 시작한 봉사 단체다. 섬을 다니며 글을 쓰고 있는 윤승철 대표(LG드림챌린저 5기 주니어멘토)와 김승규 한의사(LG드림챌린저 6기 주니어멘토), 홍종호 사진작가(LG드림챌린저 6기 주니어멘토), 콘텐츠 제작을 하고 있는 이준호 크리에이터(LG드림챌린저 6기 주니어멘토)가 함께 하고 있다. 모두 LG드림챌린저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었고, 뜻을 모아 섬으로 봉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트럭 뒷공간에 타고 있는 IVU 구성원들. 좌측부터 이준호 크리에이터, 윤승철 대표, 홍종호 사진작가, 김승규 한의사.

좌측부터 이준호 크리에이터, 윤승철 대표, 홍종호 사진작가, 김승규 한의사

처음에는 LG드림챌린저 멘티, 후배들과도 봉사활동을 다니곤 했는데, 점차 봉사에 뜻이 있는 일반 봉사자들도 하나 둘 함께 하게 되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섬으로 가다 보니 오가는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지금까지 100여 명 이상이 봉사에 함께했다.

방에 여러 할머니들이 누워 계시고 한의사 한 명이 할머니 한 분의 진료를 보듯 등을 보고 있다.

지난 5월에 진행한  문갑도 정기봉사에서는 특별히 많은 이들이 모였다. 문갑도는 인천 옹진군에 위치한 섬으로 63가구 111명이 살고있는 작은 섬이다. 이 조그만 섬에 자신의 휴일까지 반납한 사람들의 따듯한 마음이 모여, 역대 가장 큰 규모로 봉사활동이 진행될 수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봉사를 할 수 있기까지

처음 청년들이 모여 섬으로 봉사를 간다고 섬 주민 분들과 이야기했을 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 섬 주민 분들의 퉁명스런 반응에 배타적이란 느낌을 받을 정도로 당황했다.

후에 알고 보니 적지 않은 기관이나 단체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섬에 봉사를 온 적이 있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이 대외적 홍보나 예산 집행을 목적으로 섬에 방문하고 있었다고 한다.

서너 명의 남자가 오래된 가옥을 수리하고 있다. 한 명은 지붕 위에서, 나머지 사람들은 벽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섬에는 젊은 사람들의 일손을 필요로 하는 일이 참 많다.

이러한 이유로 섬 주민들은 섬 봉사에 대한 진정성과 지속성을 느끼지 못했고 우리 역시 그런 부류의 단체인줄 알았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봉사인지, 정말 손길이 필요한 곳인지, 우리의 봉사가 주민 분들에게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섬에 진짜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우리는 사전에 여러 섬들을 둘러보며 주민 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에 봉사활동을 할 섬을 결정했다.

IVU 멤버 한 명이 할머니 한 분과 마주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미 기반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큰 섬에서 벗어나 배를 한 번 갈아타더라도 육지와 더욱 떨어져 있는 섬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지속적으로 섬 봉사를 하기로 결정하였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섬에 계신 분들과 편하게 연락까지 하는 사이가 됐다.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정성스레 만들어 주시는 식사도 함께하다 보니 이제는 섬을 방문할 때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살고 계시는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더 자주 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IVU 구성원 한 명이 테이블 앞에 앉아 마주앉은 할머니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가 뜨지 못해 달을 거르기라도 하면 그렇게 아쉬울 수 없다. 다시 또 한 달을 기다려야 하기에.

의사 가운을 입은 여자 한 명이 바닥에 누워 있는 할머니 한 분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초등학생이 단 두 명 밖에 없는 섬에서 며칠간 머물렀던 적이 있다. 그새 친해진 아이들을 두고 배를 타고 나올 때 그들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줬다. 그 모습이 짠해 한동안 먹먹했다. 육지와 섬의 물리적인 거리가 괜스레 얄미워지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젊은 사람들이 모두 육지로 나가고 연로한 분들이 대부분인 섬의 특성상, 젊은 세대인 우리가 분명 도와드릴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왕이면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재능을 살려 봉사를 해보자는 생각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할머니 한 분의 다리에 침을 놓고 있는 IVU 구성원들의 모습.

동네 골목길에서 한 IVU 구성원이 의자에 반듯하게 앉아 있는 할머니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한의사는 건강진단과 치료를, 사진을 전공한 친구는 어르신들의 사진을 찍어드린다.

한의사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진단하고 침을 놓아 드린다. 사진을 전공한 친구는 어르신들의 일상 사진이나 증명사진, 영정사진 등을 찍어드리는 식이다. 이발사, 치위생사, 가전제품 수리기사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나 우리가 해왔던 일, 잘하는 일을 섬에서 하다 보니 마을 분들의 호응이 높았다.

비양도에서는 고장난 리어카 바퀴를 하나 고쳐드린 적이 있었는데 별 것 아닌데도 오래도록 잊지 않고 늘 고맙다고 하셔서 우리가 다 무안할 정도였다. 섬에 계신 어르신들은 단편적인 봉사활동 대신, 우리가 각자의 재능을 살려 봉사를 하는 모습을 신선하게 느끼셨던 것 같다.

여러 명의 IVU 구성원들이 돌담을 쌓고 있는 모습

바닷가에서 해변에 떠내려온 쓰레기를 줍고 있는 IVU 구성원들.

농사일을 돕는 것부터 무너진 담벼락을 보수하고 해변에 떠내려온 쓰레기를 줍는 일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의 종류는 다양하다.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만 봉사를 할 수 있는 건 더욱이 아니다. 농번기에 비료를 뿌리고 농작물을 심고, 가을엔 심어둔 감자를 캐는 일, 재선충 제거를 위해 소나무에 짚을 두르고 잡초를 제거하는 일, 계단을 보수하고, 해변에 떠내려 온 쓰레기를 줍는 일 등…

일손이 부족한 섬에는 봉사자들이 부담없이 참가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더욱이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보니 봉사자들도, 마을 분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었다.

섬에서 가치를 찾다

섬은 분명 매력있는 곳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달이 바다 위로 날아오르는 생생한 시간, 분침 대신 그림자의 각도로 드러나는 야생의 시간, 억척스레 붙어 있는 소라들의 압축된 시간. 그리고 바다로 떨어지는 빗물이 다시 또 빗물이 되길 상상하는 무염의 시간까지…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섬 안에 있는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안식을 준다.

윤승철 씨가 해변에서 수거한 쓰레기 봉투를 어깨에 이고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다. 뒤에는 다른 구성원 두 명이 더 서 있다.

이런 섬에서 봉사를 한다는 일은 더 멋진 일이다. 섬이라는 낯선 곳으로 갈 일도 없고 갈 방법도 잘 몰랐는데 이렇게 함께 오니 좋다는 봉사자부터 IVU의 활동을 두고 여행과 봉사를 접목 ‘볼런투어’라고 말한 봉사자도 있었다.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하면서 동시에 보람도 찾는 일종의 대안여행 혹은 새로운 봉사 분야라 생각했다는 분, 청년들이 자비를 들여 먼 곳까지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러 가는 마음에 감동했다는 분, 연인, 친구들끼리 오거나 다음에는 아들, 딸을 데리고 오고 싶다는 분까지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신 덕분에 지금도 섬 봉사가 이어지고 있다.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IVU 구성원들의 앞모습.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시간을 내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 섬으로 봉사를 다녀온 사람은 안다. 얼마나 보람 있고 알찬 시간이었는지를.

LG드림챌린저 멘토와 멘티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하던 청춘들은 이제 어느덧 꿈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값진 재능이 가장 아름답게 쓰여질 수 있는 곳, ‘섬’에서 다시 만났다. 내리쬐는 볕이 따갑고, 활동이 끝나고 나면 온몸이 뻐근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이곳에서 다시 빛난다.

IVU는 동아리처럼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해 오던 것을 넘어, 더 나아가 정식으로 고유번호를 받고 비영리봉사단체를 만들 준비 중이다. 직접 봉사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후원계좌를 통해 교통비와 자재비 등으로 사용할 후원금을 받고 있다. 지속성을 가지고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찾아가는 일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IVU_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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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철 프로필

탐험가이자 여행작가, 세계 4대 사막극지 마라톤을 완주한 최연소 그랜드 슬래머. 현재 무인도·섬테마연구소를 운영하며, 무인도를 무대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습니다. LG와는 LG드림챌린저 5기 주니어멘토로 인연을 맺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