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지역 아이들 꿈을 그리다,LG-KAIST 폐광지역 교육봉사캠프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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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지역 아이들 꿈을 그리다,LG-KAIST 폐광지역 교육봉사캠프

작성일2015-02-13

정선 별어곡역 인근 기찻길

정선 별어곡역 인근 기찻길

 

‘LG-KAIST 폐광지역 교육봉사캠프’가 열린 지난 2월 9일. 정선 남면에 위치한 남선초등학교를 찾아 고개 고개를 넘었습니다. 학교로 들어가는 길목에 이르자, ‘관리원 없음’이라는 팻말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학교 근방에 위치한 별어곡역은 관리원이 없는 무인간이역. 60년대 연선의 석탄 탄광 개발을 위해 정선선이 개통되었을 땐, 이 곳도 인구가 7만 명에 이르는 번화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이후 마을은 급속히 쇠락했고, 지금은 인구가 당시의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LG사이언스홀이 이번에 찾아간 남선초등학교도 그 영향으로 인근 7개 학교가 통폐합된 전교생 46명의 작은 학교입니다.

강원도 정선 남면에 위치한 남선초등학교

강원도 정선 남면에 위치한 남선초등학교

 

인적이 드물어 외로운 학교일 줄 알았는데, 웬걸. 교문 문턱을 넘자 푸른 잔디밭을 가진 작고 아늑한 학교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LG-KAIST 폐광지역 교육봉사캠프’는 이렇게 외진 곳에 위치해 교육 수혜가 적은 초등학생들에게 과학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목적으로 LG와 카이스트가 함께 기획한 캠프입니다. 이번 캠프에서 독특한 점은 아이들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점인데요. 카이스트 학생들도 수업을 돕긴 했지만,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사람은 ‘LG-카이스트 사랑의 영어과학캠프’를 이수한 학생들이었습니다.LG사이언스홀은 지난 한 해 과학에 재능이 있는 사회적 배려 대상 청소년 180명을 선발해 과학과 영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LG-KAIST 사랑의 영어과학캠프’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봉사는 그 캠프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인 10여명의 학생들을 선발해 폐광지역의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배운 것을 직접 나눠주도록 한 행사입니다.

카이스트 과학영재교육연구원 류지영 교수

카이스트 과학영재교육연구원 류지영 교수
“꿈은 넘치지 말아야 합니다.”

캠프의 첫 시작을 알린 카이스트 과학영재교육연구원의 류지영 교수님 강연에서는 의외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 학년의 아이들이 섞여 서로의 꿈을 나눈 시간. 농부, 카페주인, 기관사, 과학자 등 아이들은 저마다 다양한 꿈을 안고 있었는데요. 이들에게 교수님은 ‘더 큰 꿈을 가져라’가 아닌, ‘넘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꿈이 그저 장래희망란에 써내는 ‘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오랫동안 장기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맷집을 길러야 한다고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삶을 꾸려내는 것이야말로 꿈을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라는 이야기에선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의 애정이 뚝뚝 묻어났습니다.

열기구를 만드는 시간
열기구 만들기

꿈을 써넣은 종이로 열기구를 만드는 시간

 

이어서 각 교실에서는 본격적인 과학 나눔 활동이 시작됐는데요. 첫 번째 활동인 ‘열기구 만들기’를 위해 교실에 들어가자, 선생님이 바뀌었습니다.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사랑의 영어과학캠프 이수 학생들이, 남선초등학교 친구들에게 열기구 만드는 법을 친절히 가르쳐 줍니다. 하늘을 날고 싶었던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가 꿈을 열기구에 담았던 것처럼, 아이들의 꿈도 열기구에 함께 담아내는 시간. 날씨가 흐려 당일에 날리진 못했지만, 아이들은 열기구 표면에 꿈을 정성스레 써넣었습니다. 열기구 만들기에 누구보다 열심이던 12살 예준이는 꿈에 ‘한자 시험 합격’을 써냈는데요. 한자 4급 시험을 앞두고 있어, 꼭 붙고 싶다며 베시시 웃어보였습니다.

밤늦도록 계속되는 아이들의 수업준비

밤늦도록 계속되는 아이들의 수업 준비

 

밤이 늦은 시각에도 숙소의 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 문 틈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 갔더니, 내일 진행할 수업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둘째 날은 재난 구호 활동을 하는 로봇에 대해 알아보고, ‘OLLO’라는 패키지로 직접 로봇을 만들어보는 날입니다. 아이들은 만들기 수업에 흥미를 더하기 위해 직접 인터스텔라의 TARS 로봇 영상을 준비하는 등, ppt 만들기와 수업 시연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저마다 들고 있는 대본 종이는 얼마나 많이 들여다봤던 것인지 너덜너덜해져 있었습니다.

ollo 로봇 만들기에 열중하는 아이들1
ollo 로봇 만들기에 열중하는 아이들 2

OLLO 로봇 만들기에 열중하는 아이들

 

이튿날. 예정대로 로봇 수업이 시작되자 이번엔 남학생들이 환호했습니다. 아이들은 OLLO 로봇 설계도를 펼쳐 놓고 집게차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가르치는 친구들이 만들기를 주도하나 싶더니, 나중엔 ‘과학상자’를 만들어 본 경험이 많다며 도리어 남선초등학교 아이들이 활동을 주도합니다. 교사와 학생처럼 서먹했던 아이들이 나중엔 서로 장난치는 친구가 되어 합심해 로봇을 만들어 나갑니다. 한 조가 집게차 로봇을 완성하자 아이들이 ‘와’하고 모여듭니다.

워터보틀 만들기

“선생님 지렁이에요. 지렁이!!!!”

고학년 교실의 아이들이 로봇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 저학년 교실에선 워터보틀 만들기가 한창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지렁이라 부르며 장난치던 물체는 사실, 워터보틀이었는데요. 워터보틀은 생수병이 하루에 수백 톤씩 버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적정기술입니다. 알긴산 나트륨을 넣은 물을 젖산칼슘을 넣은 물과 섞으면, 투명 막 안에 물이 담기는 모양이 됩니다. 물을 마시고 싶으면 덩어리를 통째로 입에 털어 넣으면 됩니다. 아이들은 물이 담긴 신기한 방울의 냄새를 맡아보기도 물컹물컹 만져보기도 하면서 자기들끼리 만든 모양을 자랑합니다. 환경오염의 의미는 아는지 모르는지, 8살 남선초 막내들은재미있는 촉감놀이에 빠졌습니다.

고층 건물구조 만들기

마시멜로와 스파게티 면을 활용한 고층 건물 구조 만들기

 

이 외에도 아이들은 고층건물 구조 원리 알기, 홀로그램 원리 알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꿈이 담긴 열기구

아이들이 직접 만든, 꿈이 담긴 열기구

 

이튿날 일정이 모두 끝나갈 무렵. 흩날리는 눈발 때문에 열기구를 날리지 못한 아이들이 못내 아쉬웠는지 각기 만든 열기구를 들고 나왔습니다.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승빈이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열기구를 들어보입니다. 이번 캠프에 봉사자로 참가한 승빈이는 ‘가르치는 것에서 도리어 더 배우는 게 많았다’고 말했는데요. 처음엔 천방지축 소년 같았던 승빈이가, 캠프 이후엔 꽤 의젓해진 것만 같았습니다.

이번 캠프는 ‘LG-KAIST 사랑의 영어과학캠프’의 마무리 여정이었습니다. LG사이언스홀은 2009년부터 잠재적 영재성을 가진 사회적 배려 대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매년 캠프를 진행해 왔는데요. 평소 수준 높은 과학교육을 접하기 어려운 저소득 가정의 청소년들이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과학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에도 KAIST 교수진과 재학생 20여 명, LG사이언스홀 실무진이 참여해 과학실험 실습 중심의 교육을 연간 7차례에 걸쳐 제공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지식을 넓히는 법 뿐만 아니라 지식을 나누는 법을 알려준 것. 그 아름다운 나눔의 마음이야말로 이번 캠프가 빛난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손고운 프로필

손고운 사원은 LG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모르는 것보다 알고 싶은 것이 더 많은 커뮤니케이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