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디자이너, 차강희 LG전자 HE디자인연구소 소장과의 심플한 대화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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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디자이너, 차강희 LG전자 HE디자인연구소 소장과의 심플한 대화

작성일2015-07-31 오후 3:13

“뺄 수 있는 데까지 빼야죠. 어떤 제품이든 그 제품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가장 심플하게 만드는 게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콜릿폰 디자이너로 유명한 LG전자 차강희 상무. 차강희 상무의 디자인 철학은 초콜릿폰을 디자인했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미니멀리즘. ‘아직도 더 뺄게 남았냐’는 질문에 ‘여전히 빼야 한다’고 답하는 차강희 상무에게 10년 전 초콜릿폰을 디자인했을 때의 열정과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차강희 상무

LG전자 HE(Home Entertainment)디자인연구소 소장 차강희 상무는 LG의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LG전자의 대표 디자이너입니다. LG전자 휴대폰 디자인의 혁명이었던 초콜릿폰 디자이너라는 화려한 타이틀이 여전히 그를 수식합니다. 또한 아이폰의 오디오 도킹시스템이 유행하기 10여 년 전 이미 아하프리의 도킹스테이션을 디자인했고, 지금은 1kg이 채 안 되는 노트북 ‘그램’, Web OS TV의 ‘빈버드’ 등 LG전자의 TV, 노트북 등의 홈 엔터테인먼트 부분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히트 상품을 낳던 스타 디자이너에서 디자인 연구소장의 자리까지 올라갔음에도 ‘계급장 떼고’ 디자인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는 차강희 상무.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본질을 꿰뚫은 디자인으로 고객의 사랑을 받은 차강희 상무의 디자인 제품들. 초콜릿폰(좌), 아하프리(우)

본질을 꿰뚫은 디자인으로 고객의 사랑을 받은 차강희 상무의 디자인 제품들. 초콜릿폰(좌), 아하프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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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강희 상무

Q. 최근 상무님은 ‘사용자 중심 디자인’에 대해 많이 말씀하십니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가요?
보통 이렇게 얘기하죠.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런 거’ 하지만 소비자는 ‘그런 거’가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디자이너들은 소비자를 이해하고 만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소위 ‘그런 거’를 형상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요소들을 캐치해서 시각화하고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빠르게 의사결정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좋은 디자이너의 능력이죠. 보통 사람들이 ‘디자인 잘 한다’고 하면 어떤 스타일이나 컬러 선택을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제 좋은 디자인은 소비자가 말로 표현하진 않지만,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시각화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소비자를 잘 관찰하고, 소비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뭘 어렵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는 거죠.

Q. 예전부터 디자인을 이야기 하실 때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LG 제품 중 본질을 꿰뚫은 디자인은 어떤 제품이 있습니까?
최근 출시한 노트북 그램이 있습니다. PC의 성능이 파워풀해지고, 화면도 커졌지만, 무게를 줄이는 쪽 기술은 상대적으로 열악했습니다. 하지만 노트북은 손으로 들고 다니는 제품입니다. 때문에 본질을 고민했죠. 노트북의 본질은 무엇이냐? 저는 가벼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고민한 결과가 그램이라는 제품으로 출시되었습니다. 14인치, 15인치 제품도 다 1kg 미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제품을 LG에서 처음 만들어냈고 소비자들로부터 상당히 좋은 반응과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LG전자 노트북 그램

LG전자 노트북 그램

Q. 최근 스마트TV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외관 뿐 아니라 제품 속 UX까지도 디자인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UX 디자인에 LG만이 갖는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요?
몇 년 전 스마트TV가 처음 나왔을 때 전문가들은 “여기에 꽤 많은 걸 담아야지. 그래서 다양한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줘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부는 점점 더 복잡해졌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만들고 있는 LG Web OS(LG 스마트TV의 운영체제) 같은 경우는 사용자들이 최대한 쉽게 다룰 수 있도록 바꿔주기 위해 시작한 거였어요. 과거에는 TV 속 그래픽들이 경직돼있었는데 ‘빈버드’ 같은 재미있는 캐릭터를 넣어서 감성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거죠. 또 TV 속 기능을 누구나 간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매직리모콘도 만들었습니다. 이런 노력들로 얇고 가벼워진 외관만큼 내부 UX 또한 심플하게 만들어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복잡한 UX를 심플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LG Web OS TV의 캐릭터 ‘빈버드’

복잡한 UX를 심플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LG Web OS TV의 캐릭터 ‘빈버드’

하나의 제품을 디자인하던 슈퍼디자이너에서 이제는 HE(Home Entertainment)디자인연구소 소장이라는 직함이 붙은 차강희 상무. 그만큼 관여해야 할 일도, 책임져야 할 무게도 커보였습니다. 조심스레 리더로서의 고충을 물어보았지만 이 또한 심플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제 전 매니저잖아요. 디자인 연구소의 훌륭한 연구원들을 쿡 찌르는 역할입니다. 오히려 세상 돌아가는 데 더욱 관심이 많아졌어요.”

차강희 상무

Q. 현재 HE사업부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계십니다. 연구소 디자이너들에게 어떤 요구를 하십니까?
과거에는 상품기획팀에서 디자인 의뢰가 오면 컨셉트를 잡고 디자인을 하고 전체적인 스타일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을 들였습니다. 저는 사실 스타일링 하는 과정보다는 앞단에서 고객을 이해하는 기간을 더 오래 가지라고 팀원들에게 이야기해요. 소비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는 시간을 오랫동안 갖고, 그 다음에 디자인을 하는 거죠. 첫 상품기획 단계부터, 제품 개발, 마케팅 등 모든 과정에 디자이너의 발이 담겨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컨셉트가 만들어질 때부터 디자인의 동기를 잡고, 디자인 스토리를 개발 단계에서 전달해줘야, 제품도 디자인이 아름다워지는 거거든요. 모든 디자이너들이 나중엔 결국 코디네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합니다.

Q. 디자이너 사이의 의견 충돌은 어떻게 조율 하시는지요?
사실 제 약점입니다. (웃음) 보통은 정중하게 상대방이 상처 받지 않게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저는 리얼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편입니다. “그거 하지 마!” 돌직구를 날리죠. 디자이너들이 스케치를 해오면 당사자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게 좋은데? 이게 좋은데? 라며 좋은 것만 말하죠. 그런데 나쁜 것을 말해야 해요. 그래서 전 좋은 건 하나, 나쁜 것을 두 개씩 말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퀄리티를 높여야죠. 그리고 직급이 높아지면 디자인 수준이 높아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겁니다. 저는 허세부리지 말고, 계급에 밀리지 않고, 신속하게 의사결정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차강희 상무 사무실 안의 소품들, 그가 다방면에 관심이 많음을 보여준다.

차강희 상무 사무실 안의 소품들, 그가 다방면에 관심이 많음을 보여준다.

Q. 뻔한 질문이지만, 디자이너로서 영감을 어디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디자이너들은 영감을 어디서 받는지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저는 특별히 없어요. 제가 느끼고 이해하는 모든 것들이 디자인의 모티브가 되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많이 봐야 해요. 저는 TV를 켜놓고 일하기도 하고 영화도 눈여겨보고 스포츠도 즐겨 봐요. 경험에서 얻는 사소한 팁들이 내가 변화할 수 있는 기본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경험이 없으면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없어요.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들을 계속 느끼고 내재화해야 해요. 디자인엔 정답이 없거든요. 디자인은 너무 앞서가서도, 뒤쳐져도 안돼요. 오늘 좋은 디자인을 해도 내년되면 쓸모없어져요. 저는 세상을 다양한 눈으로, 오감으로 체험하고 있어요.

차강희 상무

차강희 상무와의 인터뷰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원시원했습니다. 미니멀리즘을 강조하는 디자인 철학처럼 어떤 질문에도 수식어구 없는 담백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소설보다는 잡지,애니매이션 등을 즐겨본다는 차강희 상무. 그래서 일까요? ‘소비자 중심 디자인’ 처럼 무형의 것을 물어보아도 눈에 보이는 듯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말로 대화하는 중에도 비디오를 보고 있는 듯 했던 차강희 상무와의 인터뷰. 그 속에서 본질만 남기고 덜어내, 사용자가 가장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드는 그의 디자인 철학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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