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만남] 바비 맥퍼린 공연을 앞둔 LG아트센터 이범훈 음향감독을 만나다 – 바비 맥퍼린 공연 준비, 무대 음향 설비, 음향감독의 A to Z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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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만남] 바비 맥퍼린 공연을 앞둔 LG아트센터 이범훈 음향감독을 만나다 – 바비 맥퍼린 공연 준비, 무대 음향 설비, 음향감독의 A to Z

작성일2015-03-05

LG아트센터 이범훈 음향감독 1

LG아트센터 공연홀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음향조정실.
레드 제플린이 손님을 맞이하는 이 공간은, 이범훈 음향감독의 아지트다.

바비 맥퍼린 공연을 앞둔 LG아트센터의 음향조정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70년대를 상징했던 미국의 인기 록밴드, 레드 제플린 목탄화부터 눈에 들어왔습니다. “영국은 레드 제플린, 미국은 딥 퍼플. 그 땐 인기가 대단했어요. 완전히 미쳤었죠. 하루10시간씩 기타를 연습하고 친구 따라 밴드 활동까지 시작하고. 그러다가 이렇게 음향 장비를 만지게 됐어요.“

LG아트센터 이범훈 음향감독은 이제 다 옛 일이라는 듯 웃으며, 그림을 올려다 봤습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음향감독의 역할은 무대 위의 음향을 기술적으로 컨트롤하는 것. 그는 고등학생 시절 기타를 시작하면서, 평생 기타로 먹고 살리라 굳게 다짐했습니다. 헌데 밴드를 하다 보니 자신의 악기 소리뿐 아니라 드럼 소리도, 베이스 소리도, 보컬도 함께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최적의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선 악기 연주만큼이나, 소리를 컨트롤하는 기계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결국 인생의 이정표는 기타에서 밴드로, 밴드에서 음향으로 옮겨왔습니다.

LG아트센터 이범훈 음향감독

음향조정실에도 음향 조절 콘솔이 있지만, 공연장 객석 맨 뒷줄에도 커다란 콘솔이 있다.
“항상 관객과 같이 공연을 보죠. 저보다 많이 보는 사람은 아트센터 직원 중에도 없을 거에요.(웃음)”

혹자는 음향감독을 ‘소리 디자이너’라 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전문 엔지니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에게 음향감독은 둘 중 어느 쪽에 가까운 것 같냐고 물었더니, A도 B도 아닌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글쎄요. Helper? 그냥 도와주는 사람이에요. 배우나 연주자를 도와주는 거에요. 기계가 없이는 소리를 전달할 수가 없잖아요. 기계를 만져 객석에 가장 좋은 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이에요.”

그는 기술자라느니, 디자이너라느니 하는 호칭은 쑥스러운 듯, 그저 자신은 무대 뒤에서 공연자를 도울 뿐이라고 겸손하게 답했습니다. 그가 처음 이 곳, LG아트센터에 온 건 2002년. 당시 우리나라엔 음향 전문 교육과정이 흔치 않았습니다. 호주에서 오디오 엔지니어링 코스를 밟고 한국으로 돌아와 아리랑TV에 입사했지만, TV 프로그램 음향 감독은 성향과 맞지 않았습니다. 역동적인 라이브의 음향감독에 매력을 느낀 그는, 3년 후 LG아트센터에 구인공고가 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 곳 아트센터로 옮겼습니다.

“전 살아있는 공연이 좋아요. 단순한 이유에요. 크잖아요. 소리가 크게 들리고, 즉석에서 사람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고. DVD방에서 혼자 영화 보는 것보다 극장에서 큰 소리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는 게 재밌잖아요.(웃음)”

LG아트센터 이범훈 음향감독 3

기기 옆에 붙여놓은 ‘MAIN CONSOLE’이란 종이 위에 공연자 이름과 악기 이름이 빼곡하다.
이범훈 음향감독은 ‘버튼은 많아도 원리가 다 같아서 다루기 어렵지 않다.’며 지레 몸을 낮췄다.

LG아트센터는 팻 매스니, 존 애버크롬비 등 이름만 들어도 입이 쩍 벌어지는 숱한 아티스트들이 다녀간 공연장입니다. 이 공연장의 음향 책임자라는 타이틀 자체가 자부심일 법도 한데,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과장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모든 공연에는 다 테크니컬 라이더라는 게 있어요. 공연자가 원하는 음향 장비를 수급할 수 있느냐. 원하는 극장 환경이 되느냐. 그런 걸 파악하는 일종의 메뉴판이에요. 거기에 맞춰서 공연 설비를 준비하죠. 그 외에도 장비 이력 관리, 투자할 장비 준비를 하면서 새로운 음향 장비들을 공부해요. 어떤 아티스트가 자기 음향 장비를 들고왔을 때 모르면 되게 면이 안 서거든요. 자꾸 기계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혼자 익혀야 해요.”

음향감독의 일은 빼곡한 버튼 수만큼이나 컨트롤해야 할 게 많은 일입니다. 가령 뮤지컬의 경우, 배우들마다 성량이 다르고, 역할에 따라 톤도 달라야 합니다. 마이크가 4~50개 쓰이는 오케스트라는 약과고, 보통 뮤지컬에는 100여 개 정도의 마이크가 쓰입니다.

“대사할 때 마다 인물에 따라 소리를 열고 닫아야 해요. 그러다 보니 대사를 다 외워야 해요. 대본을 계속 보면서 하는 거죠. 예전에 미녀와 야수 같은 장기 공연은 6개월 했는데, 나중엔 대본도 안 보고 대사를 다 외워서 쭉쭉 했어요. 졸지 않는 게 힘들었죠. (웃음) ”

바비 맥퍼린

Don’t worry, Be happy란 노래로 우리에게 익숙한 바비 맥퍼린.
보컬의 마술사라 불리는 그가 3월 10일과 3월 11일, 양일 간 LG아트센터를 찾는다.

bobby mcferrin and the spirityouall band “playful, down-home, innovative and devotional… his serious faith doesn’t rule out fun.” – The New York Times “I couldn’t do anything without faith. I couldn’t open my eyes, I couldn’t walk, I couldn’t speak, I couldn’t sing.” – Bobby McFerrin gil goldstein: music director, arranger, accordion, piano, keyboards louis cato, drums, vocals david mansfield, guitars

음향감독의 일이 까다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아티스트들마다 원하는 음향 장비와 설비 방식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가까운 예로 이번 3월 10일 바비 맥퍼린 공연만 해도, 바비 맥퍼린이 원하는 콘솔이 달라 다른 기기를 사전에 조율하고 구비했습니다. 바비 맥퍼린 공연에서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몇 되지 않지만, 마이크는 40여 개나 쓰입니다. 목소리의 마술사라 불리는 바비 맥퍼린의 소리 전달력도 그 만큼 정교해진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 하나 아티스트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트센터 음향이 명성을 날리는 비결인지 물었습니다.

“그것도 이유 중 하나일 순 있지만, 사실 제가 하는 일은 바이올린으로 치면, 현을 갈아주는 것 정도에요. 더 중요한 건 바이올린 몸통이죠. LG아트센터는 본래 소리통 자체가 굉장해요. 한 번은 유럽에서 유명 밴드가 왔었는데. 그 밴드를 담당한 음향감독이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몇 십 년, 수천 번을 작업했는데 LG아트센터에서 했을 때 소리가 제일 좋았다고.”

LG아트센터 이범훈 음향감독 5

이범훈 음향감독의 뒷주머니에는 늘 맥가이버 칼과 손전등이 들어있다. 어두운 공연장 안에서 언제 문제가
발생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유로운 표정은 늘 준비된 자세에서 나온다.

객석에서 19번째 줄. 유난히 옆의 벽면이 눈에 띄었습니다. 천장 높이만큼 긴 경계선 두 개가 벽면에 그어져 있었습니다. 이범훈 음향감독은 뒷 주머니에서 손전등 하나를 꺼내더니, 비밀의 방문을 열듯 벽을 쑤욱 밉니다.

“사람이 들어가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은 아니에요. 공연장과 벽 사이에 이렇게 아주 좁은 공간을 띄워 놓았는데, 여기에 굉장히 긴 커튼을 설치했어요. 클래식 같은 공연은 잘 울려야 하니까 커튼을 위로 올리고, 뮤지컬이나 밴드 공연 때는 울리면 웅웅 거려서 가사를 잘 못 알아듣잖아요. 목욕탕에서 음악 튼 것처럼. 그래서 낮춰서 소리를 더 선명하게 해 줘요. 이런 식으로 장르, 공연의 특성마다 커튼으로 소리의 잔향을 조절해요.”

아트센터가 음향에 기울인 세심함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건물 본체와 공연장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이중의 차음막을 설치해, 도심 한가운데서도 소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과학적으로 설계했습니다. 덕분에 2001년 3월, LG 아트센터는 미 무대기술협회가 뽑은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공연장으로서는 처음, 아시아에서도 세 번째였습니다.

LG아트센터 이범훈 음향감독 6

한동안 기타를 치지 않다가, 다시 기타를 잡았다는 이범훈 음향감독.
음향감독에게 음악을 사랑하는 일은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공연장은 1년 중 364일 가동됩니다. 자연히 음향감독인 그에겐 연휴도, 주말도 잘 없습니다. 하지만 직업이 곧 취미인 까닭에, 지난 12년간 음향실로 나오는 발걸음이 단 한 번도 싫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건 소수만이 가지는 행운입니다. 이범훈 음향감독은 그 특권을 누리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일어서려는데, 음향실 벽면 한 쪽에 붙여진 존 에버크롬비 트리오의 사진에 눈길이 갔습니다.

“마음에 들면 줄까요?”
그는 벽면에서 사진을 떼어 건넸습니다. 2002년 아트센터 공연 기념으로 재즈기타의 신화 존 에버크롬비가 남기고 간 사진이었습니다. 기타리스트를 꿈꿨던 그였기에 사진이 더 각별하게 느껴졌습니다. 3시간 남짓 이어졌던 따뜻한 만남. 이제 책상 머리 맡에 사진 한 장으로 남았습니다.

손고운 프로필

손고운 사원은 LG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모르는 것보다 알고 싶은 것이 더 많은 커뮤니케이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