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미스터리 웹소설] #3.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For Whom the Bell Tolls)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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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미스터리 웹소설] #3.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For Whom the Bell Tolls)

작성일2017-10-16

5. 혹독한 시련의 시간

"으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긴장감으로 적막이 흐르던 공간 속에 101번의 고통 가득한 외침이 퍼졌다.

 

‘(꿀꺽) 다 왔어, 조금만 더 힘내…!’

모두가 타는 목마름으로 101번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느덧 101번 머리맡의 모니터에 있는 숫자는 110을 넘어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그만해!!!! 그냥 죽여줘!!!!"

“그만해!!!! 그냥 죽여줘!!!!”

101번의 날카로운 절규에 기절하는 동료들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숫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이 계속해서 올라갔다.

117, 118, 119, 120…. 120.

120 % 충전 완료..!

120 % 충전 완료…!

빨간 모자가 소리쳤다.

“두 번째, ‘과 충전 시험’도 통과!”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101번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힘찬 함성과 박수소리에도 불구하고 101번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배는 앞서 ‘고온 저장 시험’을 통과한 401번보다 더 부풀어올라 있었다.

다행히 폭발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몸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는 120%에 도달하기 한참 전에 이미 의식을 잃은 것 같았다.

그는 120%에 도달하기 한참 전에 이미 의식을 잃은 것 같았다.

쉴 틈도 없이 세 번째 시험이 시작됐다.

 

“이제 세 번째, ‘고공 낙하 시험’이다. 이는 배터리를 자유낙하 시켰을 때 배터리가 기계적 충격에 견디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자, 501번은 눈 앞에 보이는 점프대로 올라간다, 실시!”

"저... 저게 점프대였다고?"

“저… 저게 점프대였다고?”

“말도 안돼!!”

“그냥 전봇대인 줄 알았는데…?”

 

점프대의 높이는 우리 키보다 스무 배는 족히 넘어 보였다.

이번 시험에서 통과하려면 저곳에서 바닥으로 몸을 던진 후에도 몸 안의 전해액이 누출되거나 외관이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가능할까…?’

 

아까부터 전방낙법 포즈를 계속 연습하던 501번이었지만, 겉보기에도 잔뜩 겁먹은 것처럼 위축되어 보였다.

귓가에 아직 101번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맴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배터리 웹소설 (4)

501번이 점프대 위로 올라가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계단을 오르다가 중간에 몇 번이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곤 했다.

그럴 때마다 빨간 모자의 부하로 보이는 또 다른 빨간 모자 조교들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

 

어느덧 점프대 위에 선 그가 작은 개미처럼 보였다.

그의 표정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옆의 조교들과 말을 주고 받는 것 같았는데 그 내용도 알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들어 점프대 위의 그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배터리 웹소설 (3)

“아까 연습한 것처럼 전방 낙법으로 떨어질 수 있을까?”

“무거운 곳부터 먼저 떨어지는 거 아닐까? 그게 어디지?”

“아마 뛰기만 하면 몇 초 안에 금방 아래ㄲㅏ…”

'쾅!!!!'

‘쾅!!!!’

그 때였다. 허공에 발을 내디딘 그가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그가 땅과 부딪힐 때 생각보다도 훨씬 더 둔탁하고 큰 소리가 났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으로 뛰어내린 501번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탓인지 꼼짝 않고 바닥에 누워있었다.

몇몇 조교가 뛰어나와 501번의 몸을 살폈다.

큰 소리에도 불구하고, 몸에 별다른 이상이 발견 안 됐는지 빨간 모자를 향해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보냈다.

 

“세 번째 시험, 합격!”

이제 지옥 시험이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이제 지옥 시험이 후반부로 접어든다.

6. 냉정과 열정 사이

301번과 서로 눈이 마주쳤다.

이제 남은 것은 301번이 진행할 ‘외부 단락 시험’과 내가 할 ‘못 관통 시험’뿐이었다.

두 시험만 통과하면 우리는 배터리로의 삶을 살게 된다. 겨우 두 개뿐이다.

 

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할 수 있다!”

그것도 잠시, 301번이 말했다.

“그래. 그렇지만 너무 흥분하지 말자.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에 임해야지.” 

 

그의 말이 맞았다.

적당한 긴장과 적당한 여유, 적당한 흥분과 적당한 자제,

말 그대로 냉정과 열정 사이의 어느 지점을 유지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평정심을 유지하자.'

‘평정심을 유지하자.’

“자, 이제 네 번째 시험, ‘외부 단락 시험’이다!”

301번은 차분한 발걸음으로 네 번째 방으로 들어갔다.

 

배터리에서 (+)와 (-)는 서로 만나서는 안 되는 존재다.

그렇기에 배터리 내부에 있는 (+)극과 (-)극 사이에는 ‘분리막’이라는 안전 장치가 있다.

 

하지만 외부 회로를 통해 배터리의 (+)극과 (-)극 단자가 직접 만나게 될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외부 단락(external short-circuit)’이 생기면 엄청난 전류가 한 번에 흐르게 된다.

발열과 온도 상승은 당연하며, 폭발할 수도 있다.

 

301번의 (+)극과 (-)극에 회로가 연결되었다.

301번은 몇 초간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가올 충격을 예상한 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5, 4, 3, 2, 1, 실시!”

외부 단락으로 대전류가 301번의 몸을 따라 흘렀다.

배터리 웹소설 (12)

순간 전류의 흐름에 큰 저항이 발생하며 301번의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처음 25도였던 301번의 몸은 30도를 지나 40도, 50도까지 급격하게 온도가 상승했다.

51, 52, 53…… 53.

 

급상승하던 온도가 53도에서 멈췄다. 그리고 잠시 후 301번이 눈을 떴다.

눈이 조금 풀려 찡그린 것인지, 나에게 윙크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 그는 앞선 101번과 501번보다는 확실히 괜찮아 보였다.

 

‘내 차례군. 이제 나만 잘하면 되겠어.”

 

“지금까지 잘들 했다. 드디어 마지막 시험이다. 201번은 다섯 번째 방으로 들어가 ‘못 관통 시험’을 준비하자.”

 

빨간 모자의 말투가 처음보다 친근하게 느껴진 것은 기분 탓일까?

다섯 번째 방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드디어 마지막, 못 관통 시험

드디어 마지막, 못 관통 시험

“이번 시험은 다양한 이유로 뾰족한 물체가 배터리를 통과하였을 때, 폭발하는지 아닌지를 검사하는 시험이다.

참고로 지옥 시험에 이 시험이 추가된 건 우리 같은 리튬 이온 배터리가 장착된 휴대폰을 ‘개 껌으로 착각’했던 수 많은 강아지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전기 자동차에도 사용되는데, 사고 순간 다양한 물체들이 배터리를 관통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 보장을 위해 이 실험이 특히 중요…”

 

내 뒤에서 빨간 모자가 동료들에게 시험에 대해 설명하는 것 같았다.

뭐든 상관 없었다. 빨리 끝내고 당당하게 배터리로의 삶을 시작하고 싶을 뿐.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윽고 동료들을 둘러봤다.

아직 101번, 301번, 401번, 501번이 보이진 않았다.

‘어딘가 시원한 곳에서 모히또 한 잔씩 하면서 편히 쉬고들 있겠지 뭐.’

 

천 명에 가까운 나의 동료들. 이들의 미래가 나의 어깨에 달려있다.

나는 그들의 희망이자, 미래다.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못이 서서히 내 몸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눈을 감았다.

‘나는 모두의 희망이다.’

배터리 웹소설 (11)

7.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렸나

“5, 4, 3, 2, 1, 관통!”

 

차가운 못이 내 몸을 통과했다.

상처뿐 아니라 온 몸 구석구석으로 금속의 차가움이 전달되는 그런 기분…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 느낌도 잠시, 못을 통해 전류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며 급격히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만나서는 안 될 양극과 음극이 못을 통해서 전기적으로 연결이 된 것 같았다.

순간 발생한 열로 (+)극과 (-)극 사이를 물리적으로 막고 있는 분리막이 수축하기 시작했다.

 

“으…. 으…”

 

다행히 분리막 상단의 ‘세라믹 코팅 분리막(SRS)’이 더 이상의 수축을 막아주며 발열이 좀 줄어든 느낌이었다.

다만 못이 관통한 허전한 자리를 통해 몸 속의 전해액들이 밖으로 새 나왔다.

전해액이 소진되면 배터리의 역할은 끝이란 걸 잘 알고 있다.

 

문득 지옥 시험이 시작되기 전, 선배가 한 말이 떠올랐다.

“너희 다섯의 시험 결과에 따라 동기 전체의 인생이 결정되는 거고… 안타깝게 너희 다섯은 결과에 상관없이…… 아냐. 벌써부터 내가 괜한 말을…”

 

“아… 그 뜻이었구나. 우리 다섯은… 시험에 성공해도 배터리의 삶을 살 수 없는 거구나…” 

시험이 끝나도 보이지 않던 101번, 301번, 401번, 501번이 문득 생각났다.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도 이런 결말을 알고 있었을까?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 보고 싶다.’

 

의식이 조금씩 희미해졌다.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멀리서 빨간 모자와 동료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 뿌연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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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어때. 우리 희생으로 친구들은 배터리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모든 지옥 시험이 끝났다.

우리 배치 대표 다섯은 시험을 모두 통과했고, 995명의 동료들은 품질 안정성 합격 판정을 받았다.

어떤 친구는 LG V30에서, 어떤 친구는 전기자동차에서, 어떤 친구는 드론 속에서 존재감을 빛내며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랐던 배터리로서의 삶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던 귓 속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댕~ 댕~ 댕~’

어디서 들린 종소리인지는 상관 없었다. 그저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종소리였다.

 

‘995명의 동료들, 그리고 우리를 사용할 사람들이 안전하다면 그걸로 됐지 뭐.

그래도… 누군가는 우리의 희생을 알아주겠지?’

 

꿈을 꾸듯 눈을 감는다.

우리들이 함께 울렸던 그 종소리들

우리들이 함께 울렸던 그 종소리들

 

※ 완결 ※

백주열 프로필

LG 그룹, 나아가선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먹거리, 전기 자동차와 ESS용 전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숨겨진 LG화학의 매력과 재미있는 화학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