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 낯설게 보기] #9. 불패 신화 존 우든 감독이 말하는 88연승의 비밀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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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 낯설게 보기] #9. 불패 신화 존 우든 감독이 말하는 88연승의 비밀

작성일2015-12-15 오후 6:01

지난 11월 21일 스페인 명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엘 클라시코로 불리는 바르셀로나와의 라이벌전이 열렸습니다. 세계 각국에 분포한 두 팀의 팬들이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레알의 홈경기였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레알이 4-0으로 완패했던 것인데요. 레알 역사상 몇 십 년 만에 한번 나오는 경기 결과였습니다.

올 시즌 두 팀은 주전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바르셀로나가 팀을 먼저 정비했습니다. 하지만 레알은 바르셀로나의 빠른 패스와 복잡한 전술에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전반 11분 수아레스에게 골을 허용하자 경기 내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연이어 수비가 무너지면서 바르셀로나에게 농락 당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홍조를 띠는 베니테즈 감독의 얼굴은 더 벌겋게 변했습니다. 결국 홈 어드밴티지가 홈경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전설적인 농구코치 존 우든(John Wooden)의 조언을 들었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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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경기를 하라”
1967년 UCLA는 NCAA(미국대학경기협회) 농구대회 결승전에 올랐습니다. 데이턴 대학과 경기를 위해 코트에 나가기 전 우든 감독은 탈의실에서 선수들을 불러 모은 후 칠판에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졸업해서 선발 선수 중 네 명이 신참이었습니다. 큰 대회 경험이 없는 선수들은 우든 감독이 이번 결승전에서 활용할 비장의 전술을 알려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우든 감독은 국가가 흘러나올 때 선수단이 어디에 서야 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또 경기가 끝난 후에 선수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일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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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에서 싸울 상대 팀에 대한 정보나 상황에 따른 전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우든 감독. 이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NCAA 챔피언십을 3회 차지한 린 섀클포드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가르치실 건 이미 다 가르쳤다고 생각하셨죠.”

우든 감독은 연장전 승률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한 감독입니다. 연장전은 짧은 승부로 상대의 예상을 뒤집는 전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든 감독은 연장전에 들어가기 전에도 전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늘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점수판 보지 말고,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라. 너희가 가진 걸 모두 쏟아 부어라. 후회 없는 경기를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자신감과 평정심을 갖게 된 선수들은 긴장된 경기에서 대부분 이겼고, 미국 농구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이번 엘 클라시코에서 레알 마드리드도 그랬어야 했습니다.

성공은 최선을 다했을 때의 만족감이다

1948년부터 1975년까지 27년간 UCLA 농구팀을 맡았던 우든 감독은 그저 그런 팀을 최고 명문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승리보다 패배가 많았던 UCLA가 명문이 된 것은 우든 이후였는데요. 당시 우든은 UCLA에게 NCAA 7년 연속 우승을 비롯해 총 10회의 우승을 안겼고, 시즌 내내 한 번도 지지 않는 퍼펙트 시즌을 네 차례나 일궈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우승을 한 감독이 4회이고, 3연속 우승을 한 감독은 우든 말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의 임기 동안, UCLA는 620승 147패로 승률이 8할이 넘었습니다. 올해의 감독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받았고,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습니다. 130년 역사의 스포츠 권위지인 스포팅 뉴스는 존 우든을 ‘모든 종목을 통틀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뽑았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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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과 성공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서술한 자서전에서 우든은 성공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성공은 자신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존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때의 만족감과 그로 인한 마음의 평화다.”

1959~60년 시즌, 우든 감독은 UCLA에서 재임한 27년 임기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가까스로 이겨 14승 12패로 5할 승률을 겨우 넘기면서 시즌을 마무리했는데요. 우든이 팀을 맡은 후 성적이 꾸준히 상승해 팬들은 형편없는 성과에 대해 불평했고, 지역 언론은 조롱과 비난을 담은 기사를 연일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우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부임기간 중 가장 성공적인 시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1959~60년 시즌에는 바로 전 해 주전 선수 가운데 네 명이 졸업했습니다. 게다가 UCLA 미식축구팀이 NCAA 규정을 어기는 바람에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UCLA의 모든 스포츠팀이 다른 지역의 우승팀들과 맞붙는 전국대회인 포스트시즌 토너먼트에 출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뛰어난 유망주들이 다른 학교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즉, 1959-60시즌은 경험 부족, 실력 있는 선수 부족, 포스트시즌 경기자격 박탈 등 여러 어려움이 겹친 해였지만 그런 장애 속에서도 14승 12패의 기록을 남긴 것 입니다. 그리고 그 해의 선수들은 NCAA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정도의 기량을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30승 무패로 퍼펙트 시즌을 만들었던 선수들만큼이나 기량을 100% 발휘했습니다. 선수들은 하나로 똘똘 뭉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때문에 우든은 그 시즌이 감독 인생에서 최고의 가르침을 펼친 한 해였다고 회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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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후인 1963~64년 시즌에 UCLA는 30연승을 거뒀고 팀 역사상 처음으로 NCA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언론은 우든 감독이 마침내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든은 4년 전 승률 5할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최종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때와 비교해 더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은 챔피언십 우승 여부가 아니라 잠재력을 얼마나 최대한으로 발휘했느냐이기 때문입니다.

성과목표냐, 학습목표냐

우리는 성공을 강요 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부터 1등을 하는 게 공부의 목표가 돼 버렸습니다. 때문에 직장이나 사회에서도 이런 풍토가 그대로 이어져 인생의 목표가 승진을 해 높은 자리를 차지하거나 돈을 많이 벌고 커다란 성취를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목표를 성과목표(performance goal)라고 합니다. 성과목표는 남들보다 뛰어난 결과를 내는 것입니다. 성과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항상 남들과 결과를 비교하고 성공을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 남들보다 나쁜 결과가 나올까 봐 항상 전전긍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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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학습목표(learning goal)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좀 다른 성향을 보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어떤 일의 과정을 통해 뭔가를 배우고 그로 인해 실력이 늘었는지에 관심을 갖습니다.

두 가지 상반된 목표를 둔 사람들은 실패했을 때 가장 큰 차이를 보입니다. 성과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실패했을 때 자신의 능력이 모자란다고 판단해서 쉽게 포기하는 반면, 학습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실패를 통해 실력을 쌓았다고 생각해서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섭니다. 그래서 성과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가능하면 쉬운 일을 찾아서 하려고 하지만, 학습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게 조금 어려운 도전적인 과제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성과목표가 효과적일 때가 있습니다. 성과목표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의지와 동기를 부여해서 어떤 일에 착수할 추진력을 주는 방면 자발성이 줄어들고 지나친 경쟁을 조장하며 실패를 회피하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따라서 두 가지 목표를 적절하게 조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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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든 감독은 전형적으로 학습목표를 중시했습니다. 그는 승리를 최선을 다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산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번은 한 연구기관에서 우든 감독이 연습시간에 팀원들에게 건넨 칭찬의 양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비교적 덜 중요한 선수들이 슈퍼스타들보다 더 많은 칭찬과 인정을 받은 게 드러났습니다. 그 조사를 본 몇몇 사람들은 우든 감독을 비난했습니다.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들의 기여도와 영향력을 무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충분히 그럴 수 있었습니다. 우든 감독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선수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선수들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UCLA의 슈퍼스타들도 그것을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우든 감독은 고등학교 때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펼친 유망주라고 하더라도 1학년에게는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주지 않았던 당시의 규정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재능이 탁월해도 1학년 때는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농구의 기초를 다지며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 프로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로 불리는 카림 압둘 자바는 고등학교 때부터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농구팀에 들어와 1년 동안 혹독한 연습만 했습니다. 이 규정이 바뀌자 다른 대학에서는 1학년 유망주를 경기에 출전시켰습니다. 심지어 우든 감독이 그만둔 후 UCLA에서도 1학년의 활약을 종종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우든 감독은 1학년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카림 압둘 자바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우든 감독님은 경기에서 이기라는 말씀을 단 한번도 하지 않으셨어요. 그 대신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하셨죠. 저는 UCLA 농구팀에 들어가 연습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감독님의 방식에 완전히 매료되었어요.”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병주 프로필

신문과 잡지에 경영 칼럼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자 경영 전문가입니다. 오랫동안 기업의 창조와 혁신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평소 인문학적인 글쓰기를 즐기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글을 쓰고자 노력합니다. 저서로는 <3불 전략>,<촉>,<애플 콤플렉스>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