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 낯설게 보기] #10. 네이마르의 포텐이 갑자기 터진이유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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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 낯설게 보기] #10. 네이마르의 포텐이 갑자기 터진이유

작성일2016-01-26 오전 11:03

지난해 11월 8일,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11라운드에서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10월 초에 1위까지 올라갔던 비야레알과 맞붙었습니다. 2대0으로 앞서던 후반 39분,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의 환상적인 골이 터졌습니다. 팀 동료 수아레즈의 로빙 패스를 달려가며 배로 받은 다음, 오른 발로 상대 수비수의 머리 위로 공을 넘긴 후, 그를 피해 한 바퀴를 돌아서 떨어지는 볼을 그대로 골망에 차 넣었습니다. 누구나 이 장면을 보았다면 입이 딱 벌어지는 발리 슛이었습니다.

네이마르_01_완성본

해설자는 펠레 샷이라며 바르셀로나 역사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가장 멋진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푸스카스상 후보로 손색이 없지만, 아쉽게도 2015년의 후보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팬들은 이 골을 확실히 인정한 것 같습니다. 이 영상은 세계 각지의 축구팬들이 만든 블로그에 단골 메뉴로 들어가,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네이마르는 2011년 산투스에서 뛰던 시절 이미 푸스카스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는 시상식에서 푸스카스상과 함께 시상하는 발롱도르, 즉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메시를 보고 언젠가 저 자리에 서겠다고 다짐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에 발롱도르의 후보가 되었습니다. 지난 1월 11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발표된 2015 발롱도르는 또 한번 메시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네이마르가 호날두와 함께 당당히 후보로 올라 두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이미 언론에서 감지되었습니다. 가령 작년 12월 초 영국의 축구전문잡지 포포투는 2015년을 빛낸 ‘포포투 베스트 100’를 선정했습니다. 이 순위에서도 브라질의 축구선수 네이마르가 당당히 3위에 올라, 신계라고 불리는 메시와 호날두를 위협했습니다. 이제 현대 축구계는 3강 구도가 현실화되는 것 같습니다.

이 중 네이마르가 더 주목 받는 이유는 포포투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작년 하반기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기 때문입니다. 네이마르는 2014년 ‘포포투 100’에서 15위에 불과했습니다.

올 시즌 포텐이 터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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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구장 (이미지 출처: 위키미디어)

이처럼 스페인에서 3번째 시즌을 맞는 네이마르는 최근 들어 급격히 달라졌습니다. 1992년 브라질 상파울루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네이마르는 펠레가 19년을 뛰었던 걸로 유명한 산투스 유소년팀에 들어갔고, 17살이 되던 2009년 프로에 데뷔하면서부터 타고난 기량을 드러냈습니다. 지역리그를 비롯해서 남미선수권 등 여러 대회에서 팀을 우승시키며 유럽 명문 클럽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첼시와 레알 마드리드가 영입을 위해 공을 들였지만, 결국 2013년 5월 바르셀로나로 이적했습니다. 브라질의 유망주는 이제 축구의 신 메시와 한솥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네이마르는 준수한 활약을 보였지만 이름값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드리블은 잘하지만 압박에 대한 대처나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호흡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시즌에는 이런 문제들이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2% 모자랐습니다. 그러던 네이마르가 올 시즌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1월 11일 18라운드를 치른 현재 16게임에 출장해 15골을 터트려 라리가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축구 전문매체들이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을 대상으로 매기는 평점에서도 압도적으로 1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올 시즌 갑자기 포텐(potential)이 터졌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너십이 잠자던 재능을 깨워

매우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팀을 이끄는 메시가 다친 것입니다. 메시는 작년 9월 26일 라스팔마스와의 리그 6라운드에서 무릎 부상을 당해 장기간 결장하게 되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전적으로 메시에게 의존하는 팀입니다. 메시에게서 공격이 시작되고 메시가 기회를 만들며 메시가 골을 넣습니다. 이런 메시가 없으니 난리가 났습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메시 대신 네이마르에게 의존하게 되었고, 네이마르는 책임감과 오너십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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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오너십은 재능을 일깨워줍니다. 심리학자들은 ‘이 일은 내 거다’라는 주인의식이 내적 동기를 일으키고 그에 따라 자발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스스로 뭔가를 하게 되니 자유도가 증가하고 창조 역량도 덩달아 높아집니다. 게다가 오너십은 사람을 더 근성 있게 만듭니다. ‘내가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에 결코 포기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끈기가 늘어납니다. 메시가 결장한 후 출장한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9경기에서 네이마르는 11골이나 넣었습니다. 두 달 동안 네이마르는 클래스가 다른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창의적인 기술축구를 활용

사실 네이마르는 이미 브라질 국가대표로 엄청난 기록을 만들어냈습니다. 지난 9월까지 총 67경기 A매치에 출전해서 46골을 넣었습니다. 3경기당 두골을 넣은 것이니 브라질이 네이마르에게 얼마나 의존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기록은 역대 브라질 국가대표들 중 5번째로 많은 골입니다. 아직 23살밖에 안 되었으니, 전문가들은 네이마르가 펠레, 호나우두 등 전설적인 선수들의 기록을 갈아치울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서는 이런 기량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현란한 드리블을 하다가 패스 타이밍을 놓치거나 무리한 슛으로 골을 놓쳤습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이름을 붙이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기자나 팬들은 국가대표로만 잘한다고 ‘국대마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메시의 결장을 틈타 팀을 이끌게 된 네이마르는 무조건 발재간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드리블로 수비수들을 모아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자신의 창의적인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네이마르가 공을 잡으면 공간이 생기고 기회가 생겼습니다. 메시가 결장한 이후 네이마르의 평점은 가파르게 올라갔습니다.

인격적인 성숙과 넓어진 시야

또 책임감을 가지면서 인격적으로도 성숙해졌습니다. 네이마르는 그간 쉽게 흥분하고 이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2010년 산투스 시절 그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감독이 다른 선수더러 차게 했습니다. 얼마 전 중요한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이마르는 경기장에서 감독에게 욕설을 내뱉었고, 심판과 주장이 그를 진정시켜야 했습니다. 이 일화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것은 이후 일어난 일 때문입니다. 화가 난 감독이 클럽 내부 징계위원회를 요청해서 네이마르에게 징계를 내리려고 하자 산투스 경영진은 감독을 경질했습니다. 네이마르는 더 자기중심적이 되었습니다.

사실 지난 시즌까지도 골 욕심을 부리는 모습이 많았지만, 메시의 결장 이후로 이런 모습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앞서 환상적인 골을 터뜨린 비야레알전에서 네이마르는 첫 골을 넣었습니다. 곧이어 중요한 순간에 얻어낸 페널티킥을 수아레즈에게 기꺼이 양보했습니다. 당시 컨디션으로 보나 팀에서의 역할로 보나 네이마르가 찰 공이었는데 말입니다. 페널티킥을 찼다면 이날 네이마르는 해트트릭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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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가 성숙함을 갖게 되면서 축구를 보는 시야가 덩달아 커졌습니다. 팀 플레이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입니다. 현대 축구계는 메시와 호날두가 양분하고 있습니다. 이 둘을 합쳐서 메날두라고도 부르지요. 다른 선수들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골 기록은 엎치락뒤치락하지만 메시가 호날두보다 월등하다고 평가 받는 이유가, 메시는 골만 넣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메시는 동료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플레이도 매우 많이 합니다. 그래서 어시스트가 항상 더 많습니다.

네이마르는 이런 모습을 그대로 닮아갔습니다. 메시 결장 이후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9경기에서 그는 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해서 동료가 골을 넣는 걸 도왔습니다. 작년 1년 동안 기록한 어시스트와 같은 개수입니다.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자 자신의 기록보다 팀 승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전체를 보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책임감이 권한을 만들 수도 있다

Cropped hand of athlete holding trophy against football stadium

이처럼 책임감과 주인의식은 사람이 가진 잠재력을 폭발시킵니다. 흔히 책임은 지위나 권한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 속담을 좀더 분해해 보면 이렇습니다. 자리가 마음가짐을 바꾸고, 바뀐 마음가짐이 사람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느냐에 따라 권한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책임감이 권한을 만들기도 합니다.

작년 11월 21일 100년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 클라시코로 불리는 라이벌전에서, 네이마르는 1골과 1개의 어시스트로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승부가 바르셀로나로 완전히 기울자 후반전에 메시가 복귀해 그라운드로 나갔습니다. 앞으로 네이마르는 어떻게 변할까요? ‘이제 메시가 돌아왔으니 그가 경기를 책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되돌아간다면 네이마르의 축구는 뒷걸음질 칠 것입니다. 그러면 차라리 클럽을 옮기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네이마르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병주 프로필

신문과 잡지에 경영 칼럼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자 경영 전문가입니다. 오랫동안 기업의 창조와 혁신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평소 인문학적인 글쓰기를 즐기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글을 쓰고자 노력합니다. 저서로는 <3불 전략>,<촉>,<애플 콤플렉스>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