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심리탐구] #1. 내가 지각한 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고, 김 대리가 지각한 건 게을러서라고요? – 귀인이론, 사회적 상황의 힘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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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심리탐구] #1. 내가 지각한 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고, 김 대리가 지각한 건 게을러서라고요? – 귀인이론, 사회적 상황의 힘

작성일2016-02-24 오후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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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희정의 직장인 심리탐구

#1. 내가 지각한 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고, 김 대리가 지각한 건 게을러서라고요? – 귀인이론, 사회적 상황의 힘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회사 안팎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가끔은 나와 잘 맞는 동료를 만나기도 하지만, 때론 성향이 정반대인 동료도 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모두가 보편적인 행동을 할 때도 있습니다.

직장 내 사람들의 행동 배경에 어떤 심리가 있는지 이해한다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심리학을 전공하고 약 7년 간 인재개발/교육 업무를 경험하며 많은 사람들과 얘기 나누고 공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지금부터 직장인의 심리에 대해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지각

지각이다! 어제 야근하다 차장님한테 끌려가서 술자리까지 한 탓에, 평소보다 약간 늦잠을 잤다. 게다가 퇴근해서 대충 던져둔 ID카드가 안 보여 출근 준비하다 한참을 헤맸다. 오늘따라 전철에 사람도 많아서 한 번 정차할 때마다 몇 분씩 지체가 됐다. 결국 지각을 했다.
이번 주에 벌써 두 번째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상황이 도와주질 않네. 정말 어쩔 수 없었다. 다음 주부터 일찍 다녀야지…! 그건 그렇고, 맨날 늦는 김 대리는 오늘도 늦네? 하여튼 게으르다니까!

배희정의 직장인 심리탐구

배희정의 직장인 심리탐구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에 대한 대답, ‘귀인이론’

귀인이론

귀인이론 (歸因, attribution Theory) : 행동의 원인을 추론하는 과정에 대한 이론
내부귀인 : 행동의 원인을 그 사람의 성격이나 타고난 기질에서 찾는 것
외부귀인 : 행동의 원인을 외부 상황이나 환경적 요인에서 찾는 것

내부귀인: 정말 착한 아이구나~
외부귀인: 옆에 있는 여자친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나?

내가 지각한 이유는 상황이 안 따라줘서 어쩔 수 없었고, 김 대리는 원래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런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잦습니다. 내가 한 부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상황으로 설명하면서, 비슷한 행동을 한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단정짓는 경우가 많죠. 눈에 보이는 한두 가지 행동만으로 원래 게으른 사람, 원래 예의 없는 사람, 원래 짠돌이인 사람, 원래 일 처리가 늦는 사람 등으로 판단해 버리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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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자신 또는 타인의 행동의 원인을 추론하는 과정에 대해 귀인(歸因, attribution)이론을 사용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길을 가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행동을 했을 때, 원래 착하고 측은지심, 봉사정신 등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는 옆에 있는 이성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의도적인 행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원래 착한 아이구나’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떤 행동의 원인을 그 사람의 성격이나 타고난 기질에서 찾는 것 내부귀인, ‘원래 그렇게까지 남을 잘 돕는 사람은 아닌데 옆에 이성친구가 있어서 그런 걸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외부 상황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돌리는 것 외부귀인이라고 합니다.

기본적 귀인오류 :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이렇게 원인을 추론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오류가 있습니다. 너무 즉각적이고 자주 나타나는 오류라 심지어 ‘기본적 귀인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인간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의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성격이나 타고난 기질적 요인들과 연결지어 설명하려고 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다음 실험은 심지어 상황에 대한 정보를 주어도 이런 오류를 범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존스 & 해리스(Jones & Harris, 1967)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긍정적으로 서술한 에세이를 읽게 하고, 그 에세이의 작성자가 카스트로에 대해 갖고 있을 태도를 추정하게 했습니다.

① 먼저 에세이를 쓴 저자가 찬성/반대 입장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글을 썼다는 정보를 줬을 때, 당연히 실험 참가자들은 글의 내용과 저자의 생각이 일치할 것으로 생각했고, 저자가 카스트로에 대해 평소 우호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추정했습니다.

② 그런데 이와 반대로 저자가 찬성/반대 입장을 선택할 수 없었고 지시와 강요에 의해 작성한 글이라고 정보를 줬을 때도, 여전히 참가자들은 글의 내용과 저자의 생각이 일치할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습니다. ‘아무리 누가 시켜서 쓴 에세이라 할지라도, 원래부터 카스트로를 지지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우호적인 글을 쓴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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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 귀인 오류

찬/반 입장 자유롭게 선택: 카스트로에 대해 우호적인 사람이군…
찬/반 입장 자유롭게 선택 불가: 그래도 카스트로에 대해 우호적인 사람일거야…

이처럼 귀인오류는 타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더 강하고 즉각적으로 나타납니다. 아무래도 내가 행위자일 때는 나의 행동에 작용하는 상황들을 다 알고 있지만, 내가 관찰자일 때는 상황은 보통 숨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행동만 보게 되는 것이죠.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이기적 귀인’

재미있는 것은 이 귀인오류가 자신/타인에 적용할 경우, 긍정적/부정적 행동 경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성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나의 긍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내부귀인을 하고, 부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외부귀인을 하는 거죠. 반대로 타인의 긍정적인 행동은 외부귀인을, 부정적인 행동은 내부귀인을 주로 합니다. ‘내가 지각한 건 어쩔 수 없었고 봉사활동을 하는 건 봉사정신이 투철해서’지만, ‘남이 지각을 한 건 게을러서 그렇고 봉사활동을 하는 건 다른 목적이 있어서‘라고 생각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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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 귀인 오류

내부귀인: 나의 긍정적 행동&타인의 부정적 행동
외부귀인: 나의 부정적 행동&타인의 긍정적 행동

이런 성향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나의 부정적인 행동에 내부귀인을 하게 되면 부정적인 행동을 개선하고 나아갈 의지가 낮습니다. ‘나는 원래 이런 애야, 구제불능이야. 고칠 수 없어.’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리니까요. 실제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나의 부정적 행동이나 실패에 대해 내부귀인을 하는 경향이 높다고 합니다.

조직생활에서의 귀인이론

그렇다면 회사에서는 귀인이론이 어떻게 작용할까요? 재미있는 것은 회사에서는 이 귀인오류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부정적 행동을 했을 때, 가족이나 친구처럼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는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있기 때문에 ‘그럴 사람이 아니야’, ‘다른 사정이 있었을 거야’라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반면, 회사에서 만난 사람에 대해서는 다른 배경 정보나 사전에 쌓아온 관계가 적다 보니 눈에 보이는 한두 번의 행동만으로 더욱 쉽게 그 사람을 평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현재 처한 개인사정, 직급/지위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 조직문화나 주변 동료와의 관계, 갑작스런 이벤트나 환경적인 요인 등 상황에 따라 타고난 성격이 점차 바뀌기도 하고, 순간 자신의 성격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도 하죠.

귀인이론

인사를 잘 하지 않아서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눈이 아주 나쁜 사람이었던 경우, 항상 전화를 잘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불만을 가졌지만 사실은 하루에 몇십 통씩 문의를 받거나 회의가 많아 대응하지 못한 경우, 조직 행사에 전혀 참석하지 않는 것 같아 로열티가 낮고 개인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내가 많이 아픈 상황이었던 경우 등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말아야겠다고 매번 다짐하면서도 돌아서면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사람들은 원래 그러니까요.

다만 오늘부터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어떤 사람이 마음에 안 드는 행동, 부정적 행동을 했을 때 한 번만 더 그 사람의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기로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귀인오류로 인해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행동에 대해 내부귀인을 하면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되지만, 그 상황에 처한 누구라도 그런 행동을 했을 거라고 외부귀인을 하게 되면 상황을 바꾸거나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게 되겠죠. 그런 마음들이 쌓이면 언젠가 내 상황도 누군가가 따뜻하게 이해해주는 회사생활이 되지 않을까요?

배희정 프로필

LG전자 H&A사업본부에서 HRD(교육)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신입사원들이 더 나은 LG인이 될 수 있도록 강의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주말에는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자 온 세상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