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심리탐구] #2. 왜 우리 팀장님은 매번 말을 바꿀까?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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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심리탐구] #2. 왜 우리 팀장님은 매번 말을 바꿀까?

작성일2016-06-09 오후 12:09

지난주, 몇 일을 준비한 A안 기획서를 들고 팀장님께 보고를 드렸더니, 별로라고 하시면서 B안을 지시하신 팀장님. 그런데 오늘 임원 보고 때 상무님이 A안이 더 낫지 않냐며 팀장님과 나를 된통 깨셨다. 같이 깨지면서도 사실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는데, 보고가 끝나고 나오면서 팀장님이 하시는 말씀!

그러게 내가 A안도 괜찮다고 그러지 않았어? 어떻게 된거야, 김 대리?”

아우! 머리 속에 지우개가 들어있을 리는 없고, 얼마되지도 않은 일인데 다 기억하고 있으시면서 본인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걸까?!

기본 이론 : 우리의 기억은 어떻게 저장되고, 꺼내질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왔던 형형색색의 기억 구슬을 기억하시나요? 주인공 라일리의 기억들은 구슬이 되어 뇌 속의 감정본부에 보관되어 있다가, 라일리가 잠든 사이에 장기기억보관소로 옮겨집니다. 장기기억보관소에서는 의미 없는 기억들은 바로 버려지기도 하고, 아주 중요한 기억들은 핵심 기억이 되어 라일리의 성격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또 오랜 시간 장기기억보관소에 저장되어 있는 구슬들은 기억처리반에 의해 깊은 곳에서 꺼내지기도 하고, 회색으로 변해 망각의 골짜기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160607_LG블로그_배희정_장기기억 사진나열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심리학자, 뇌 과학자 등의 자문을 받아 만든 영화답게, 이 영화는 기억에 대한 심리학적 이론들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뇌에 입력된 정보(부호화) 저장되어있다가, 어떤 계기로 꺼내지는(인출) 것이 바로 우리가 ‘기억해낸다’라고 말하는 프로세스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가 수집한 정보가 순간적으로 감각기억에 잠깐 머물다가, 선택된 정보만 단기기억으로 보내지고, 이 중에서 다시 선택된 정보만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었다가 기억이 필요할 때 꺼내지는 겁니다.

160607_LG블로그_배희정_장기기억 순서(수정)

단기기억의 용량은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최초의 기억인 단기기억은 그 용량이 얼마나 될까요? 친구의 계좌로 식사비의 1/N이나 경조사비를 보내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친구의 긴 계좌번호를 한 번에 기억하실 수 있으신가요? 혹시 여러분도 저처럼 모바일뱅킹 앱 화면과 계좌번호가 쓰인 화면을 몇 번 번갈아가며 확인하고 입력하시나요? :)

여러 심리학자들이 기억폭 검사를 통해 단기기억의 용량을 확인했는데요. 되뇌기를 하지 않고 여러 항목을 한 번만 보고 회상하게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5~9개(7±2) 정도의 항목을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단기기억의 용량 마법의 숫자 7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7이라고 하는 기억의 용량은 쉽게 전화번호나 우편번호 정도를 외울 정도입니다.

따라서 뇌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별 정보들을 묶어서 군집화하는 전략으로 기억의 용량을 늘리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단기기억의 용량은 개별 정보들보다는 이 군집 단위(심리학 용어로 Chunk)의 용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를 아는 사람에게 Bonjour, Merci, Oui는 세 개의 단어로 금방 기억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15개의 알파벳으로 인식되어 외우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장기기억은 어떻게 꺼내질까?

반면 장기기억의 용량은 어마어마하게 클 텐데요. 태어나면서부터 쌓아온 이 장기기억들 중에서 특정 기억이 꺼내지는 원리는 무엇일까요? 가장 기본적으로 ① 인출 단가 기억을 꺼내는 데 도움을 줍니다. 기억은 여러 정보들이 상호 연결되어 저장돼 있기 때문에 하나의 기억이 떠오르면 그와 연결된 기억들도 같이 떠오릅니다. 어떤 정보를 외우기가 힘들 때 인출 단서를 독특하게 만들어서 기억하고자 하는 정보와 같이 기억을 하는 경우가 많을 거에요. 보통 암기과목을 공부할 때 이런 전략을 많이 사용하죠. (태정태세문단세…, 활석방형인정석황감금 등등)


카페에서 우연히 듣게 된 노래 제목이 생각날 듯 말 듯한 경우, 한번씩은 다 있으셨죠? 이렇게 기억이 혀끝에서 맴도는 것을 ‘설단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이때 가수이름이라는 인출 단서를 주면 갑자기 기억이 인출되기도 하죠.

② 정서도 기억을 인출하는 유력한 요소입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각 기억들이 감정을 나타내는 색깔 구슬로 저장되듯이, 기억은 감정과 함께 저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렬한 감정을 느낀 사건이 오래 기억에 남아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기분이 우울할 땐 이전의 우울했던 기억들이 더 잘 떠올라 우울한 감정이 더 깊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③ 맥락도 장기기억을 꺼내는 데 큰 역할을 하는데요, 기억이 저장될 때의 맥락과 동일한 상황이 되었을 때 기억이 잘 꺼내지는 거죠. 특정한 향을 맡게 하면서 정보를 외우게 한 경우, 동일한 향을 맡게 해줬을 때 더 기억을 잘 해냈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결론 : 인간의 기억은 정확할까?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서, B안으로 지시했던 팀장님은 왜 말씀을 바꾼 걸까요?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기억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바꿔서 말씀하신 걸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진짜 자신이 B안이 아닌 A안으로 얘기했다고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왜냐고요? 인간은 기억을 재구성하기 때문이죠. 여러분들도 내가 굳게 믿고 있던 기억이 사실과 전혀 다른 것을 확인하고 놀란 적, 종종 있으시죠? 친구와 같은 사건을 놓고 설전을 벌이다가 나중에 내 기억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하고 놀랐던 일들이요.

심리학자들도 실험으로 이를 증명했습니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의 유명한 실험을 알려드릴게요. 1995년 로프터스는 피험자들에게 각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가족들에게서 들은 내용’이라고 하면서 진짜 에피소드들과 함께 하나의 지어낸 이야기(쇼핑몰에서 길을 잃은 일)를 끼워 넣었죠. 피험자들이 앞서 들려준 어린 시절 이야기에 대해 얼마나 기억하는지 실험을 하였습니다.

놀랍게도 피험자의 25%가 쇼핑몰 사건을 기억한다고 답하였고, 심지어 실험 종료 후 에피소드 중 하나는 거짓이라고 말해줬을 때도 쇼핑몰 사건만은 진실이라 믿은 피험자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인간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연구 결과들이 실제로 많습니다.

기억이 재구성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기억이라는 것도 주관적이기 때문에 같은 일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해서 저장해 둘 수도 있고, 단순히 저장된 기억들이 서로 섞여 전혀 다른 기억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기방어를 위해 본인에게 유리하게 무의식적으로 기억을 조작하곤 한다는 사실이 가장 놀랍습니다. ‘회상성 기억조작(retrospective Falsification)’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본인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형해 끄집어내는 것입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은데 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무의식적으로 기억이 조작되어 스스로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망각보다 조작이 더 무서운 칼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악당들만 기억을 왜곡,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스스로가 나를 방어하기 위해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 내 기억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좀 더 신중해질 수 있고, 오만함을 벗어두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일 수 있게 되겠지요? 기억은 지워질 뿐 아니라 다시 쓰여질 수도 있다는 점, 꼭 기억하세요!

인간의 기억은 비디오 녹화기나 영화 촬영기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배희정 프로필

LG전자 H&A사업본부에서 HRD(교육)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신입사원들이 더 나은 LG인이 될 수 있도록 강의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주말에는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자 온 세상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