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 낯설게 보기] #1. 괴짜가 능력을 발휘하게 하려면?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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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 낯설게 보기] #1. 괴짜가 능력을 발휘하게 하려면?

작성일2014-10-24

1984년 디즈니는 <피노키오>와 함께 개봉할 단편영화 <프랑켄위니>의 시사회를 열었습니다. 자동차 사고로 죽은 애완견을 전기충격으로 되살리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어린이 영화였죠. 그런데 영화가 상영되자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장면이 너무 무서웠던 것이 이유였습니다. 결국, 내부 심의에서 역겹다는 평가를 받았고, 디즈니는 백만 달러가 넘게 들어간 이 영화를 폐기하기로 했습니다. 아름답고 행복한 영화를 만드는 디즈니에 어울리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을 해고하는데요. 그는 바로 ‘팀 버튼’입니다.

팀 버튼 감독

외톨이에다 고집불통이었던 어린 시절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성격이 아주 특이했습니다. 1958년 할리우드와 가까운 캘리포니아 버뱅크에서 태어난 팀 버튼은 항상 외톨이였습니다. 사회성이 전혀 없어 대인관계에 문제가 많았죠. 평소 말이 거의 없었고, 남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습니다. 그를 설득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고집불통이었습니다. 야단을 맞으면 반항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무시하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약간 자폐아들의 특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아버지가 창문을 나무판자로 막아버리고 그를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을까요. 결국,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와 헤어져 할머니와 살게 됩니다. 지금도 팀 버튼은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거의 안 합니다. 평생 상처라고 말할 뿐이죠.

그의 외로움을 달래준 건 공포영화와 그림 그리기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공포영화가 하나도 무섭지 않았고, 거기 나오는 괴물들이 친근했다고 합니다. 그런 괴물들을 따라 그리다가 점차 다양한 모습을 스스로 창조해냈습니다. 그의 괴물은 기괴한 겉모습에 따뜻한 인간미를 지녔습니다. 특이한 감성이죠. <프랑켄위니>도 그런 영화였습니다. ‘엽기 코미디’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디즈니를 나온 팀 버튼에게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프랑켄위니>를 본 영화관계자들이 그에게 <피위의 대모험>이란 영화의 감독을 맡겼고, 영화는 크게 히트했습니다. 이후 <비틀쥬스>, <배트맨>,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등 만드는 영화마다 빅히트를 기록하며 할리우드의 흥행감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를 내보낸 디즈니는 수천억을 벌어들일 기회를 제 발로 찬 것입니다. 과연 디즈니는 어리석은 회사일까요?

선택할 때와 포기할 때

심리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할 것 같습니다. 디즈니는 상식적인 결정을 했다는 것이죠.

유명한 심리학자인 샤피어가 이와 관련한 실험을 했습니다. (Eldar Shafir, 1993) 실험참가자들은 판사 역할을 합니다. 이혼 법정에서 아이의 양육권을 결정하는 문제죠.  부모 A는 중간 수준의 소득, 평균적인 건강, 보통의 업무시간, 아이와의 무난한 관계, 평균적인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고, 부모 B는 상위 소득, 아이와 매우 친밀한 관계, 활동적인 친구 관계, 출장이 많은 업무, 약간 건강문제가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누가 아이를 키워야 할까요?

실험1

누구에게 양육권을 줄 것인가

부모 A 중간 수준 소득 평균적인 건강 보통의 업무시간 아이와의 무난한 관계 평균적인 친구관계 유지
부모 B 상위소득 약간의 건강문제 출장이 많은 업무 아이와 매우 친밀한 관계 활동적인 친구관계

재미있는 건 질문에 따라 답이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에게 아이의 양육을 맡겨야 할 사람을 선택하라고 했더니 다수가 B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양육을 맡기지 말아야 할 사람을 택하라고 했더니, 역시 다수가 B를 지목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부모 B는 장점과 단점이 확실한 사람입니다. 부모 A는 모든 면에서 평범합니다. 아이의 양육자를 ‘선택’할 때는 장점이 두드러진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반면, 양육자로 ‘배제’ 시켜야 할 때는 단점이 눈에 들어오죠. 결과적으로 장점과 단점이 모두 큰 부모 B가 선택되기도 하고 배제되기도 한 것입니다.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면 질문을 어떻게 하든 아이의 양육자는 같은 사람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뭔가를 ‘선택’하는 상황에서는 장점을 살펴보고, 뭔가를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상황에서는 단점을 주로 살펴보기 때문에, 모순된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톱스타가 안티가 많은 이유

톱스타에게 안티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김희선이나 전지현 같은 스타, 사실 그들의 실제 성격은 잘 모르지만, 미디어에 비친 그런 개성 강한 사람은 너무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가까이 지내면 짜증도 많이 날 것입니다. 개성 강한 톱스타는 좋아해야 할 이유와 싫어해야 할 이유를 동시에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기도 많고 그만큼 안티도 많은 것이죠.

연애하기 좋은 상대가 결혼 상대로 좋지만은 않은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처음에 호감을 느낄 때는 장점이 큰 사람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하지만 관계를 유지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그건 포기의 상황이죠. 그때는 단점이 적은 사람과 관계가 더 잘 지속됩니다. 사람은 뭉뚱그려놓고 보면 다 비슷한 존재가 아닐까요. 장점이 많은 사람이 단점도 큽니다. 톡톡 튀는 사람이 짜증도 많이 납니다. 마찬가지로 특별한 장점 없이 밋밋한 사람이 무난한 법입니다.

인사청문회가 잘 돌아간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정말 효과적인 제도일까요.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단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흠 없는 사람이 뽑히게 돼 있습니다. 무난한 사람이죠. 이런 사람은 지내기에는 좋지만 대부분 혁신적이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능력도 평범한 사람이 뽑히게 됩니다.

혁신하려면 괴짜의 단점을 포용해야

기업이 사람을 선택하고 유지할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사람을 뽑을 때는 장점을 보지만, 그 사람을 평가하고 특히 해고할 때는 단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디즈니는 상식적인 실수를 한 것이죠. 천재들은 대부분 괴짜입니다. 장점이 큰 만큼 단점도 뚜렷합니다. 탁월하고 창의적인 사람이 필요해서 그를 뽑았다면 그의 무례함이나 괴팍함을 수용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자녀 교육에서도 같은 딜레마에 빠집니다. 부모에게 순종적인 자녀는 키울 때 편하지만, 그런 아이는 커서도 부모에게 의존하고 독립적인 인생을 살지 못합니다. 반면 반항적인 문제아의 부모 역할은 매우 힘들지만, 이들은 대부분 성장해서 독립적으로 살아갑니다. 인류에 혁신을 가져다준 위인들의 부모는 대부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불가능한 욕심을 가집니다. 키울 때는 순종적이고 부모 말을 잘 듣고, 커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자식을 원합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없습니다. 자식이 나중에 멋지게 크기를 원한다면 고생하면서 키울 각오가 돼 있어야 합니다.

천재성을 지닌 괴짜를 원할 때 하나 더 준비해야 할 게 있습니다. 그가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 그의 단점이 드러나지 않는 풍토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가령 기존 조직에서 그를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괴짜가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힘들면 작은 별동대 같은 것을 만들어 거기에서 능력을 펼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좋습니다. 사람을 평가하는 시스템도 단점보다 장점을 보도록 바꾸면 더 좋습니다. 요컨대, 기존 질서를 그대로 둔 채, ‘와서 혁신해라!’ 이러면 실패한다는 것이죠. 천재성에 수반되는 단점을 포용할 각오와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팀 버튼이 고등학교 때 그린 기괴한 그림을 독창적이라며 칭찬해준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그런 칭찬은 처음이었죠. 용기를 얻은 팀 버튼은 월트 디즈니가 세운 캘리포니아 예술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습니다.

1970~80년대는 디즈니의 암흑기였습니다. 하는 영화마다 실패했죠. 이런 때 특이한 팀 버튼이 디즈니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디즈니는 팀 버튼 같은 사람을 뽑아 혁신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디즈니가 그를 뽑은 후 디즈니의 틀 안에 넣으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팀 버튼은 아예 독특한 그림을 그리려고 했지, 디즈니 작품을 약간만 고치는 식으로는 일을 안 했습니다. 그는 디즈니에서도 고집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만약 디즈니가 팀 버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인어공주>의 히트로 끝난 디즈니의 암흑기가 더 빨리 끝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병주 프로필

신문과 잡지에 경영 칼럼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자 경영 전문가입니다. 오랫동안 기업의 창조와 혁신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평소 인문학적인 글쓰기를 즐기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글을 쓰고자 노력합니다. 저서로는 <3불 전략>,<촉>,<애플 콤플렉스>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