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 낯설게 보기] #3. 적은 비용으로 강팀을 이기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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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 낯설게 보기] #3. 적은 비용으로 강팀을 이기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작성일2015-02-02

세계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스페인 프로축구 1부 리그 프리메라리가. 작년 5월 18일 전세계 축구팬들의 눈은 바르셀로나로 향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커다란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이 날 벌어진 프리메라리가 38라운드 경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명문 바르셀로나와 비겨서 2013-14 시즌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적지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4분, 중앙수비수 고딘이 짜릿한 동점골을 터뜨렸습니다. 이로써 아틀레티코는 이전 10년 동안 9번의 우승을 나눠가진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월드컵에 묻혀버렸지만, 지난 시즌 유럽 축구계의 돌풍은 단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습니다. 아틀레티코는 자국 리그뿐만 아니라 유럽 최강 클럽들끼리 맞붙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은 결승전에서 90분 내내 이기다가 추가시간에 골을 허용하고 연장전에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AC 밀란, 바르셀로나, 첼시 등 세계 최강팀들을 연이어 격파하고, 유일하게 무패로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놀라운 건 당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다른 팀들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메시와 네이마르, 두 사람의 연봉을 합치면 거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와 베일의 연봉을 합쳐도 마찬가지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모든 선수들에게 연봉을 지급할 수 있었습니다.

적은 연봉으로 큰 성공을 거둔 비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이처럼 적은 연봉으로 놀라운 성적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요?

첫째, 압박과 역습에 능합니다. 골키퍼부터 최전방 선수까지 팀 전체가 다 수비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실점이 가장 적었고, 경기당 태클은 리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심지어 골잡이 디에고 코스타의 경기당 파울이 1.8개로 팀 내 2위를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전방부터 상대 공격을 압박하다 보면 체력 소모가 많아지기 마련인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압박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면서 경기를 풀어갑니다. 약속된 플레이로 빠른 압박을 하다가도 순간적으로 지역방어로 돌아서서 체력을 아끼지요. 그러다가 찬스가 나면 재빠른 역습을 통해 골을 넣는 전술을 활용합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둘째, 조직력이 강합니다. 그래서 유기적으로 변하는 압박과 역습을 시시각각 감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틀레티코의 플레이를 보면 10명의 선수가 공을 중심으로 마치 하나의 몸통이 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그 결과 지난 시즌 기록을 보면 다른 팀보다 세트 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많았고, 코너킥에 의한 실점은 한 점도 없었습니다. 또 역습을 할 때도 다른 팀들처럼 긴 패스가 아니라 몇 차례의 짧은 패스를 통해 역습을 합니다.

셋째, 체력이 좋습니다. 이처럼 상대방 지역부터 수비를 하려면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는데, 훈련을 통해 리그 최고의 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 플레이어 없이 강팀을 만들다 보니 이런 축구를 하게 된 거란 얘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좀더 해보겠습니다.

인재 과유불급 현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같은 팀이 운영되는 비결에 관심을 가진 심리학자들(Swaab, Schaerer, Anicich, Ronay, Galinsky)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뛰어난 인재가 부족함에도 어떻게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연구에서 프로 스포츠 팀에 스타 선수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실증 분석을 했습니다(Psychological Science, 2014.8). 국제축구연맹 FIFA, 미 프로농구 NBA,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실력과 팀 성적을 분석한 것입니다.

그런데 무척 재미난 결과가 나왔습니다. 뛰어난 선수들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팀의 성적이 올라갔는데, 스타 선수들의 비중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니까 팀 성적이 하락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스타 선수들이 너무 많으면 해롭다는 인재 과유불급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스타 선수들끼리 서열 경쟁을 하느라 협력을 하지 않아서 이런 현상이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뛰어난 인재들의 자리싸움 때문에 팀워크에 마이너스가 생긴다는 것이었죠. 쉽게 말해서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세 종목의 결과가 다 달랐습니다. 농구는 뛰어난 선수가 50%를 넘으면 팀 성적이 하락했고, 축구는 70%를 넘었을 때부터 하락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야구인데, 여기서는 뛰어난 선수가 늘어나도 팀 성적이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협력적인 플레이를 하는 곳이 농구 > 축구 >> 야구 순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야구는 팀 스포츠를 가장한 개인 스포츠라는 게 드러난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역할이 부적절하게 배분되기 때문입니다. 인재가 넘치다 보면 자신의 능력에 적합한 역할을 맡지 못할 경우가 많습니다. 개미 집단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일정 비율만 열심히 일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만 따로 떼어 놓으면 전부 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노는 개미들이 생깁니다. 엘리트 개미만 모아놓은 집단 역시 같은 비율의 개미만 열심히 일하게 되고 나머지는 게을러진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집단이나 조직에는 맡을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뛰어난 사람이 넘치게 되면 자연히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가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슈퍼스타가 많다고 모든 팀이 강팀이 되는 것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뛰어난 인재가 많다고 해서 높은 성과를 내거나 성공하는 조직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건 아니란 의미입니다.

강자를 이기는 시메오네 리더십

환경이 급변하면서 어느 곳에서나 뛰어난 사람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재를 많이 뽑기만 한다고 해서 능사는 아닙니다. 일이 복잡해지면서 협력이 필요한 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이라는 게 어떤 사람은 이끌고 어떤 사람은 따라줘야 합니다. 뛰어난 인재가 능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도록 하려면 누군가는 받쳐줘야 합니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각자 맡은 여러 역할을 기꺼이 하도록 만들어줘야 합니다.

매 경기가 결승전

매 경기가 결승전, 승리에 대한 믿음을 가져라! ‘아틀레티코의 추장’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더 출신인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아틀레티코를 거쳐간 공격수들을 보면, 이 팀에서 피크를 치고 성적이 하락한 경우가 많습니다. 페르난도 토레스, 세르히오 아구에로, 디에고 포를란, 라다멜 팔카오, 디에고 코스타 등 많은 선수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냅니다. 동료선수들이 이들에게 찬스를 몰아줬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프로 선수들을 희생하게 만들었을까요?

그들을 희생하게 만든 것은 신뢰와 이익, 두 가지였습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부임하기 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승리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습니다. 현역 시절 스스로 ‘입에 칼을 물고’ 축구를 했다고 자평했던 시메오네는 선수들이 매 경기가 결승전이라는 생각으로 플레이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작은 성과를 시작으로 선수들은 감독의 전술에 신뢰를 갖고 임했습니다. 게다가 시메오네 감독은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전술을 펼칩니다. 때문에 선수들은 시메오네 감독의 지시가 결국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이 선정한 베스트11에 아틀레티코 선수 7명이 올라 몸값이 폭등한 게 그 증거입니다.

어떤 강팀도 선수들의 역량을 100% 활용하긴 힘듭니다. 시메오네 감독이 강팀을 이긴 비결은 신뢰와 이익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로 모든 선수들의 역량을 전부 표출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아틀레티코의 마법, 이번 시즌에도 이어질까

세계적 골잡이

라다멜 팔카오/디에고 코스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거쳐간 세계적 골잡이

지난 시즌 이후 코스타를 비롯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핵심 선수들은 비싼 이적료를 받고 다른 팀으로 이적했습니다. 그리고 우승을 놓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천문학적인 거금을 들여 스타 선수들을 영입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독일의 토니 크로스를 바이에른 뮌헨으로부터 영입했고, 브라질 월드컵 득점왕을 차지한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AS 모나코로부터 데려왔습니다. 이들은 기존 멤버인 호날두, 베일, 벤제마와 함께 세계 최강 전력을 이루어 이번 시즌 22연승을 기록했습니다. 바르셀로나 역시 메시와 네이마르에 더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수비수의 어깨를 깨물어 화재가 된 우루과이의 천재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지난 시즌에 비해 힘이 약해졌다며 이번 시즌에도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언론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작년 8월 말 시즌 개막 전에 열린 스페인 슈퍼컵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또 한번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슈퍼컵은 프리메라리가 우승팀과 축구협회에 등록된 모든 팀들이 참가하는 토너먼트인 코파 델 레이(FA컵) 우승팀의 대결입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레알 마드리드를 1승 1무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해 상쾌한 기분으로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페르난도 토레스

다시 돌아온 ‘엘 리뇨’ 페르난도 토레스

최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선수들의 이적으로 약해진 공격력을 메우려고 클럽 유소년 출신인 페르난도 토레스를 데려왔습니다. 이번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서도 아틀레티코는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함께 프리메라리가 3강을 이루며 치열한 경쟁을 하며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1월 7일 벌어진 16강 1차전에서는 레알 마드리드를 2-0으로 격파해 상승세의 레알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지요. 그러나 나흘 후 열린 프리메라리가 18라운드에서는 바르셀로나에 1-3으로 패했습니다. 29일 바르셀로나와의 8강 2차전에서도 페르난도 토레스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2-3으로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는 프리메라리가에서 여전히 최강 클럽들과 선두 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시메오네의 마법이 올해에도 이어질지 지켜보는 건 축구팬에게는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병주 프로필

신문과 잡지에 경영 칼럼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자 경영 전문가입니다. 오랫동안 기업의 창조와 혁신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평소 인문학적인 글쓰기를 즐기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글을 쓰고자 노력합니다. 저서로는 <3불 전략>,<촉>,<애플 콤플렉스>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