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MBA]셜록의 인기 비결? 스토리 경영에서 그 답을 찾다!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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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MBA]셜록의 인기 비결? 스토리 경영에서 그 답을 찾다!

작성일2012-05-07

안녕하세요. LG생명과학 신인철 과장입니다. 몇 해전부터 각 기업 임원들의 인문학 배우기가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CEO들의 문학감상, 미술감상에 대해 적은 책에서부터 시작해서, 유명 대학에서는 앞다투어 기업의 고위임원이나 고급관료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과정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상의 여러 학문이 서로 교류하고 긍정적인 간섭을 일으킬 때 진정한 학문의 진보를 가져온다는 ‘통섭(統攝)’에 대한 믿음이 사회 전반에 걸쳐 통용되고 있음을 증거합니다.

이에 저는 LG블로그에서 세계 각국의 미술관 또는 박물관을 탐방하고 그로부터 세계 일류기업,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결을 배워보는 [미술관 옆 MBA]코너를 게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홈즈박물관(The Sherlock Holmes Museum)

역사는 만들어가는 몫이다.

런던 베이커가 221b번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번지수 가운데 하나입니다. 영국사람들 중 다우닝가 10번지(영국 수상관저의 번지수)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베이커가 221b번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베이커가 221b번지에는 누가 살고 있길래 그토록 유명해졌을까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무도 살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는.
그렇다면 과거에는 누가 살고 있었길래 이런 유명세를 누리게 되었을까요?
조금 김이 샌 얘기지만, ‘예전에도 별달리 유명한 사람이 살진 않았었습니다.’

다만,
스코틀랜드 출신의 의사이자 작가였던 코넌 도일 경(Sir Arthur Ignatius Conan Doyle)이 지은 추리소설의 주인공인 셜록 홈즈(Sherlock Holmes)가 살았다고 소설 속에 묘사되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은 물론, 전 세계의 추리소설 독자들은 ‘베이커가 221b번지’라고 하면 관심이나 애정을 넘어서서 마치 한 종교의 성지를 향할 때 같은 묘한 경외감까지 느끼곤 합니다.셜록홈즈 박물관 입구

하지만 실제 가보면 그간 들었던 경외감은 다 부질없는 기대이자 허상이었음을 알고 실망에 빠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홈즈박물관은 런던시내의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과 달리 평범한 가정집을 개조한 것 같은 건물에(그나마 1층은 전체가 기념품 샵이어서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전시실인 줄 알고 들어 갔다가 되돌아 나오곤 합니다) 각 층의 넓이도 여느 평범한 런던의 가정집과 다를 바가 없어 매우 좁은 전시 공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홈즈의 팬들은 ‘그야 당연한 거 아냐? 그 곳은 평범한 박물관이 아니라, 추리소설의 무대가 되었던 홈즈의 집을 재연해 놓은 곳이라구.’라고 항의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실제로 가보면 전시되어있는 모든 것들은 홈즈라는 주인공이 활약했던 소설의 한 장면을 재연해 놓은 밀랍인형과 각종 소품들뿐 굳이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붙일만한 값어치 있는 물건들은 거의-아니 전혀 없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십 만 명의 관람객들이 베이커가 221b번지에 있는 셜록 홈즈의 집을 성지순례 하듯 방문하고는 하는 것을 보면 아주 엉터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대체 어떤 이유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허구의 사람, 허구의 주소, 허구의 거주지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요? 이것이 바로 스토리(Story)의 힘입니다.소설에서 묘사된 홈즈의 책상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박물관 내부

사람들은 그 장소가 뻔히 허구의 주소지이고, (당연히 가상의 인물이니 그럴 수 밖에 없지만) 홈즈와 그의 조수 왓슨 박사가 살기는커녕 소설의 작가인 코넌 도일 마저도 단 한번도 들르지 않았던 장소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박물관이 풀어놓는 ‘명탐정 홈즈’라는 스토리와 그 분위기를 즐기며 자신 스스로가 기꺼이 그 스토리의 일원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스토리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애정은 비단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곳 박물관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에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에서 ‘Big 4’로 불리는 강호 아스날(Arsenal FC)의 홈 구장인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이 있습니다.
아스날 팀의 홈구장인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의 외벽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의 내부. 펜스에 아스날이 리그나 컵대회에서 우승한 년도를 적어놨다. 그 밑에 선명한 LG로고 때문에 런더너들, 특히 아스날 팬들의 LG에 대한 감정은 각별하다.(설기현 선수 때문이긴 하지만) 한때, LG가 풀럼(Fullham FC)과 유니폼 스폰서십을 맺었을 때 배신감을 느꼈다고 할 정도.

그곳에 가면 예약을 통해 참가할 수 있는 축구장 투어링 프로그램이 있는데, 약 2시간 가량의 그 프로그램을 참여하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로 평범한 로비를 지나치다가 역시 더더욱 평범한 의자 하나를 가리키며 가이드가 ‘앙리(아스날에서 뛴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스타)가 미국으로 이적을 발표할 때 앉았던 의자입니다.’라고 한마디만 하면 그때부터 투어 참가자는 서로 그 의자를 두고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난리고, 우리동네 헬스장에도 수 십 개 넘게 있는 평범한 락카 하나의 문을 열고 ‘아데바요르(우리와 2006년 월드컵에서 맞붙은 토고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스타)가 아스날로 이적 후 처음으로 쓴 락커 입니다.’ 라고만 하면 서로 그 락커 문을 열고 텅 빈 락커의 사진을 찍느라 난리였던 것입니다.앙리 등의 선수가 경기가 끝난 뒤 몸을 담그고 근육에 쌓인 피로를 풀었다는 수중회복실투어 참가자들이 좋아하는 선수의 락카 앞에 앉아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심지어 경기장 안에 몇 만개쯤 있을 (정말 어찌나 그냥 의자인지, 지금 찾아가보라 그러면 다시 찾아갈 수도 없을 만큼) 빨간색 플라스틱 의자 하나를 가리키면서 ‘몇 년 전, 아르센 벵거(아스날의 감독)가 퇴장을 당하고 관중석에서 북런던 더비(연고지가 같은 아스날과 토트넘팀 사이의 유명한 라이벌전)를 지켜봐야 할 때 앉았던 그 자리입니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또 그 플라스틱 의자가 무슨 옥좌라도 되는 것처럼 둘러싸서 기념사진을 찍어댔습니다.

이렇게 아스날 투어링 프로그램은 그런 ‘이야기(Story)거리’를 투어 하는 곳곳에 숨겨놓았고, 그러다 보니 2시간이 지날 무렵 참가자들은 단순히 경기장이 아니라 ‘아스날의 성지’에 온 듯한 느낌과 함께 묘한 정서적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스날 벵거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 하는 프레스석에 앉아있는 꼬마 팬. 이런 팬들이 10년 뒤에 아스날을 먹여 살리는 주된 소비자가 될 것이다.

투어 프로그램 마지막 단계는 기념품을 파는 대형 샵으로 안내가 된다. 이미 아스날의 스토리에 푹 빠진 투어 참가자들은 굳이 권하지 않아도 양 손 가득 기념품을 사게 된다.

우리는 어떨까요?

현대는 웹 2.0시대라고 합니다. 즉, 소비자는 과거의 소비자처럼 단순히 생산자가 공급하는 제품을 구입하여 소비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눈부시게 발달한 웹 환경을 기반으로 ‘사용후기’, ‘구입 리뷰’ 등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자의 영역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 생산자들은 그들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작 가보면 어느 동네에나 있는 야시장에 중국산 기념품으로 도배해 놓고서 말로만 ‘한국방문의 해’니 ‘무슨 무슨 축제로 오라’고 소리칠 것이 아니라, 관광을 하는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동참할 만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데 보다 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노력이 계속되면 우리나라 종로구 묘동59번지(드라마 ‘다모’의 배경이 되었던 옛 한성부 좌포도청 자리)에도 ‘다모 박물관’이 생겨서 수많은 한류 팬들이 몰려들고, 월드컵 4강의 성지인 광주 경기장 어느 관중석 플라스틱 의자가 ‘히딩크 감독이 4강 진출 확정 후 응원단에게 차준 볼이 떨어진 곳’이라는 스토리를 달고 새롭게 각광을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트윈스가 올해 꼭 우승을 해서, 잠실야구장이 LG트윈스의 성지가 되어 해외 관광객들이 투어를 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LG

신인철 프로필

샐러던트(공부하는 직장인)라는 단어가 생겨나기 전부터 직장생활, 학습, 저술과 강연을 병행해온 국내 샐러던트 1세대. LG생명과학 업무홍보팀에 근무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토요일 4시간>,<가족과 1시간>,<핑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