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청춘이여,젊은 날의 절망을 위로해준 청춘의 문장들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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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청춘이여,젊은 날의 절망을 위로해준 청춘의 문장들

작성일2012-09-11

“힘내라”

밤에 헤어질 때면,

로댕은 곧잘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젊었을 때 이 말이 날마다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고 작가 김연수가 말했다. 들고양이를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빠른지는 몰라도, 내 청춘 역시 (내 이성은 결단코 인정하고 있지 않으나)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은 나에게 너무나 처절했던 시간들이었으나, 그래서 더욱,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로 가득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은 아닐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절망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견뎌내고 기필코 얻어낸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바로 청춘의 시간이다.

사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처절하게’ 절망할 필요는 없던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그땐 왜 그랬을까? 그 순간만큼은 나의 슬픔은 세상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슬픔이었으며, 내 마음의 절망은 세상 어떤 이가 위로를 해주더라도 결코 이겨낼 수 없는 절망이었다.

그나마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고 위로해 줄 수 없는 그런 절망의 순간을 가쁜 숨을 이어가며 살아갈 수 있었던 건, 절대자에 대한 깊은 신뢰와, 내게 주어진 몇 권의 책, 몇 편의 영화, 그리고 음악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 때 내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은 청춘의 그림자처럼 내 마음에 새겨져 지금도 절망을 이겨내는 힘이 되고 있다.우연히 주어진 기회를 통해 그 때의 문장들을 모두 꺼내어 다시 한 번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때의 문장들을 떠올리기 위해 당시의 절망도 함께 꺼내어 보아야 했기에 글을 완성하기 너무 힘들었지만, 꼭 그만큼의 무게는 아닐지라도 약간은 비슷할 수 있는 절망에 빠져있을지 모를 동시대의 청춘들에게, 내게도 그러했듯이 이 문장들이 생을 이어나갈 조금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나는 그 동안 두려웠던 것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어쩌고 싶은지 모른다는 것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그리고…

그래도 가차없이 흐르는 나날이

-영화 “허니오 클로버”중에서

누구나 그러하듯 내 청춘의 시간 역시 방황의 시간이었다. 한때는 영화감독을 꿈꾸었고, 또 한 때는 카피라이터를 꿈꾸었으며, 그 다음엔 멋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를 꿈꾸었으며, 그러다 어느 순간엔 내가 어쩌고 싶은지 모르는 지경에 처하기도 했었다. 그런 시절을 거쳐 결국 지금의 나는 HR 전문가로 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방황하고, 갈등하고, “절대로” 이루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꿈이 좌절되어 절망하는 시간 동안 내 마음 속에 남아 위로를 주었던 영화대사가 있다.

'꿈은 조정해가면서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범수(임창정 분)의 대사 중에서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은 현실에서 믿기지 않는 꿈 같은 사랑을 이루어 낸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야구선수를 꿈꿨던 범수(임창정)는 체격이 크지 않고 재능도 부족한 것 같아, 꿈을 ‘야구심판’으로 ‘조정’한다. 자기 힘으로 바꿀 수 없는 난관에 부딪혔지만, 다른 길을 찾아내서, 꿈에 한발한발 다가가려는 또 다른 노력을 기울인 것. 그래서 결국 그토록 좋아하는 야구를 떠나지 않고, 자신이 오랫동안 꿈꿨던 삶을 꾸려가게 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20대 초반의 내 꿈에 대한 태도는 범수와 달랐다. 20대 초반의 나에게 꿈은 ‘죽어도’, ‘반드시’, ‘절대로’ 되어야 하는 모습이었으며, 그 마음은 결국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불행하게 만든 부분이 있었다. 은 실제로 삶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나 역시 한때는 그랬지만, 이 땅에서의 문화는 꿈의 무게에 대해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지금 한참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슈퍼스타 K4만 보아도 그렇다. 왜 대한민국 전 국민의 꿈이 모두 가수여야만 하는 걸까?) 어떤 대상에 대해 모든 것을 쏟고 정성을 기울일 때에는 그 정성의 무게와 맞먹을 만한 의미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젊은 나이였기 때문이었지만, 당시의 나는 너무나 쉽게 가슴이 타 올랐고, 그 불꽃을 보았을 뿐임에도 나와 내 주변의 온 세상은 단 하나의 길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인생에도 질량보존의 법칙이 존재하는 법. 미래를 위해 현재의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대체했을 땐, 그 만큼의 무엇인가를 소모하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았어야 했다.
그렇게 나를 소모하고 방황해 가던 어떤 순간 이 영화 대사가 마음에 들어왔고, 그 때 꿈을 이루어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꿈을 왜 이루어내고자 하는지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이루고자 했던 꿈들에 중심에 있던, ‘사람에 대한 관심’에 집중하게 되었고, 지금은 HR로 내 꿈을 ‘조정’해 사람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로 업을 삼고 있다. 어찌 보면 ‘타협’이라고 쉽게 평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현재를 즐겨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 -호라티우스그러나 그렇게 막연히 이루고 싶은 내일의 꿈에 내 현재를 저당 잡히는 것보다는 현재 이룰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했다. 결국 나는 불투명한 미래를 그대로 인정하고, 현재의 충실하기로 결정했으며 지금은 그 결정이 옳았다고 판단한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양희은의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중에서

2004년 방송된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에 가수 양희은씨가 나와 부른 노래의 한 소절이다.

이 프로그램은 작가는 물론이거니와 음악인, 연기자, 방송인 등등 다양한 분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문장을 직접 낭독하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이날 양희은씨는 이 노래를 부르며, 마지막 소절에선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진행자였던 탤런트 송선미씨와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눈다.

노래 가사 중 ‘도무지’라는 단어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사랑,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어 버리는 한낱 이미지라는 열정에 불과한 것이구나 생각하니, 더욱 쓸쓸해 졌지요

-중략-

아주 가끔, 사랑도 집착없이 우정 같은 신선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쩌다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람 사이도 별과 별 사이처럼 맑았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구에서 볼 땐 굉장히 밀착되고 가까워 보이는 별조차도,

사실은 수억광년이 떨어져 있는 사이잖아요.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도 그런 신선한 거리가 있으면 별로 상처받을 일은 없었을 텐데, 하고 생각을 했어요.

2004년 당시에 나는 군대에 있었고, 생애 첫 사랑, 이별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동안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웅장한 울림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했으나, 그 세계를 상실할 때의 절박함도 함께 맛봐야만 했다(군대는 이 고통을 오롯이, 제대로 마주하기에 참 적당한 곳이었다).
이 방송을 보며, 양희은씨의 눈물과 함께, 나도 입대 후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고, 부끄럽게도 후임병들에게 그 눈물을 보여야만 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물리적으로 느꼈던 심장의 아픔이 너무 커서 부끄러움에 자리를 피할 수 없었으며, 오히려 내 눈물로 다른 이들이 나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어야만 했다. 그 순간만큼은 나는 세상 가장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었다.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은 모두가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 백석의 시 '흐니바람벽이 있어'중에서많은 것을 이루고, 많은 부를 가지고, 그래서 욕망하는 수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순간이라도 그 때가 청춘의 시절이라면 그 누구나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할 것이다.

아무리 힘든 그런 순간이라도 좌절감에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잃은 채 쓰러져 있지 말고, 내가 그러했듯 다른 이들의 청춘의 문장을 통해서 생을 이어갈 조금의 힘을 얻고 그 순간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 고난의 순간에도 어느 누군가는 우리를 귀해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