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생각읽기] 추억하는 광고 & 기억하는 광고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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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서 생각읽기] 추억하는 광고 & 기억하는 광고

작성일2012-09-12

8월초는 우리에게 뜨거운 여름이었습니다. 연일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이 그랬고, 밤이면 펼쳐지는 경기들이 그랬습니다. 올 여름 런던의 경기들은 전 세계인의 축제였지만 철저하게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게임이었기도 했습니다.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 관련된 그 어떤 것도 광고에 활용할 수 없고, 행사 기간이 끝나도 IOC가 정한 기간 안에는 출전 대표 선수를 모델로 활용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후원사가 되려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내야 하니, 그 또한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게토레이’는 이 점을 영리하게 이용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그 곳에 있었습니다

런던 뒷골목.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가 길을 걷습니다. 런던의 랜드마크들을 지나 어디론가 계속 걷습니다.

동시에 남자의 독백이 시작됩니다.

Energy chews 'Win From Within', Gatorade

“우리는 경기장 빌보드에도 없었다. 이층 버스에도 없었다. 기념품이나 기념 단추, 기념 스노우 글로브에도 없었다. 우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남자는 런던을 계속 걸어서 올림픽이 열렸던 경기장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후드를 벗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거기에 있었다.”
독백이 이어지며 비로소 후드를 벗은 남자를 비춥니다.

Energy chews 'Win From Within', Gatorade

그는 다름 아닌 우사인 볼트입니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우사인 볼트. 마치 지난날의 영광을 추억하는 듯, 경기장을 바라봅니다. 그가 메달을 땄던 그 한가운데서 그는 게토레이 껌을 꺼내 입에 뭅니다.

그 때 독백은 이어집니다.

Energy chews 'Win From Within', Gatorade

“우리는 위대한 선수의 몸 안에 있었다.”
그리고 경기 당시 육상을 뛰기 위해 준비하던 우사인 볼트의 진지한 얼굴을 보여 줍니다.

위대한 선수들의 몸 안에 있었기에 진정 거기에 있었다, 라고 얘기합니다.

Energy chews 'Win From Within', Gatorade

이 광고는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가 비로소 광고에 출연할 수 있는 8월 16일 날 바로 온에어 됐습니다. 8월 15일까지는 출연하면 제재를 받지만 8월 16일로 해제된 거죠.

게토레이는 바로 그 날 영리하게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위대한 선수들은 실제로 게토레이로 힘을 내 기록을 세웠다, 라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는 거죠. 실제 경기의 스폰서는 코카콜라였지만, 펩시콜라의 소유 브랜드인 게토레이는 더 기발한 전략을 쓴 듯합니다.
게토레이, 참으로 영리한 브랜드입니다.


Thanks for the Warm up

여기 런던의 열기를 추억하는 또 하나의 광고가 있습니다. 아니, 그 열기를 이어간다고 해야 할까요?
광고는 폐막식부터 시작합니다. 화려한 이벤트와 프로그램들이 전개되고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스타디움을 비춥니다.

'Thanks for the Warm-up', Channel 4

사람들은 환호하고, 선수들도 즐겁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경기장을 비추지 않고, 이내 경기장 아래 선수들이 들고 나는 대기실로 향합니다. 화려한 경기장과 달리 대기실은 어두컴컴하고 조용합니다. 카메라는 계속 안으로 들어가죠. 그 때, 그곳에선 새로운 경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서 있습니다.

바깥에선 환호가 계속 들려옵니다.

'Thanks for the Warm-up', Channel 4

폐막식인데 경기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선수들. 그들은 바로 장애우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자막이 흐릅니다.

'Thanks for the Warm-up', Channel 4

“Thanks for the Warm-up”
짧고 절제됐지만 감동적인 엔딩입니다. 지금까진 연습 경기였고, 이제부터가 진짜 경기라고 말합니다.

'Thanks for the Warm-up', Channel 4

이 광고는 장애우 올림픽을 중계하는 채널4의 메시지입니다. 모두들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채널4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죠. 왠지 무관심한 사람이 더 많은 경기라서 그런지 뭉클합니다. 이 광고를 본다면 관심 없던 사람도 관심을 가질 듯합니다.


레고로 되살아난 영웅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 그들은 런던의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다시 재현했습니다. 그 때의 경기, 중계 캐스터의 고양된 목소리. 긴장되던 순간. 모든 게 똑같습니다. 하지만 경기를 뛰는 선수만 다릅니다.

선수들이 뛰던 경기를 레고가 똑같이 재현하고 있습니다.

'Brick-by-Brick', The Guardian

'Brick-by-Brick', The Guardian

'Brick-by-Brick', The Guardian

재현해 낸 경기는 수없이 많습니다. 마이클 펠프스가 1등으로 들어오던 순간도 있고, 우사인 볼트가 메달을 따던 순간도 있습니다. 영국인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고, 많은 화제가 됐던 경기들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개중 눈에 띄는 건, 신아람 선수의 펜싱 경기입니다.

'Brick-by-Brick', The Guardian

멈춰버린 1초 동안 계속해서 경기하는 모습. 왜 자꾸 1초를 다시 세팅하는지 의아해하는 캐스터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펜싱장에 주저앉아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는 신아람 선수의 모습이 이어집니다. 그 모습은 레고로 다시 봐도 찡하고 안타깝습니다. 공정하지 못했던 경기, 우리나라 국민뿐 아니라 가디언도 ‘잊지 못할 순간’으로 재현해 낸 게 반갑고 또 안타까워집니다. 우리뿐 아니라 세계도 그 경기를 공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조금 위로가 됩니다.

가디언은 다음 리우데자네이루 경기까지 이 순간들이 오래오래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http://www.guardian.co.uk/sport/series/brick-by-brick 로 가면 다양한 경기 장면들을 보실 수 있으니, 한번쯤 가보셔서 그때의 영웅들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영웅은 잊히지 않습니다

예전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상업적으로 변질된 이 세계적 축제의 폐해를 알리는 픽토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하

지만 알고 보면 시장 논리가 지배하고, 더 이상 순수한 게임만은 아니라는 게 주된 메시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각종 종목을 나타내는 픽토그램을 변형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이번 경기들을 통해 오심을 여러 번 목격했던 터라 그 때 메시지가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세계인의 축제여야 할 경기들이 세계인을 상대로 한 장사가 되기도 하지만, 이 경기들을 통해 수많은 영웅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세계에 없던 기술을 보여준 양학선 선수, 의족을 달고 비장애인과 겨룬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선수, 오심에도 굴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낸 젊은 대한민국의 선수들. 그리고 아름다운 마지막을 장식한 장미란 선수.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이 스포츠 출제에 우리가 열광하는 건, 평소에는 만나볼 수 없는 수많은 영웅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일 겁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영웅뿐 아니라 금메달을 걸지 못했지만 마찬가지로 위대했던 영웅들. 그들을 통해 잊히지 않는 추억들이 생겼습니다. 그 영웅들과 함께라서 더욱 오래 오래 기억될 멋진 아이디어의 광고들은 물론이구요.LG

신숙자 프로필

HS Ad의 Creative Director. 모든 것에 대해선 어떤 것을 알고, 어떤 것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고자 노력하는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눈을 가진 광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