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왕자?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소개합니다.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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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왕자?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소개합니다.

작성일2012-12-12

반갑습니다. LG블로거 전신영입니다.

어느덧 2013년을 앞두고 연말 준비가 한창인데, 여러분들도 2012년 마무리 잘 하고 계신가요?
며칠 동안 내린 눈이 세상 온 천지를 하얗게 뒤덮고 길거리에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놓인 모습을 보니 이내 캐롤송이라도 흘러나올 것만 같아, 그 어느 때보다 설레는 12월입니다.

물론 갑작스러운 폭설 때문에 도로결빙, 출퇴근길 대란, 제설작업 등을 떠올린다면, 이 눈이 그리 달갑기만 한 것은 아니죠.
그런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분명 어린아이였던 때에는 내리는 눈을 보며 신나게 뒹굴고 뛰어 놀았는데, 언제부터 어른이 되어갈수록 현실의 ‘눈’을 바라보며 내일 아침의 출근길을 걱정하게 되었는지 말입니다.
어른으로 성장할수록 정신과 마음도 그만큼 강해지지만, 가끔은 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가끔 저도 이런 동심 속으로 떠나고 싶을 때면 책장에 꽂혀있는 동화책들을 하나하나 들여다 봅니다.
‘그거 어린이들이나 보는 책 아닌가요?’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어린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교육적인 내용부터 가족, 사랑, 신화, 전쟁, 환경, 현대인의 고독 등의 다양한 테마를 다룬 동화책들이 많이 있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러분들께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동화책,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읽어야 할까

동화(童話)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말 그대로 공상적, 서정적, 교양적, 교훈적인 스토리가 남긴 아동 문학의 한 부문입니다. 다만 하나의 스토리가 끊임없이 텍스트로 이어지는 일반 글과는 달리, 동화책은 독립된 여러 개의 일러스트가 모여 스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동화책은 ‘내용과 표현’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동화의 장르나 스타일의 구애 받지 않고 회화, 디자인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표현이 됩니다.
또한 모티브도 제한이 없습니다. 숲 속의 요정, 환상의 나라, 동물들의 무도회, 소인국 나라 등 소위 동화스러운 내용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널려있는 사물, 일상적인 이야기, 감정상태 등도 동화의 모티프가 됩니다.

동화책은 ‘일러스트’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이 때문에 그림을 보면 어떤 분들은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듯 ‘작품의 배경과 이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에 대해 알고 봐야 되는 것 아냐?’ 라며 부담감에 사로잡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잠시 현실을 뛰어넘어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듯 감상해보세요.
한 장 한 장 표현된 이미지들과 텍스트 속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미지로 확장을 시켜보기도 하고, 엉뚱한 발상도 해본다면 보다 재미있는 동화책 보기가 되겠지요.


어른을 위한 동화 Theme 1. 정체성과 현대문명의 파괴

소설가도 어떤 사람이 썼느냐에 따라 다루는 주제, 문체, 표현기법이 각기 다른데요, 동화책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알게 된 동화책 작가 ‘요르크 뮐러(Jörg Müller)’의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환경파괴, 현대문명의 잔혹성 등에 대해 다루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 (J.슈타이너 글, 요르크 뮐러 그림)”의 주인공은 곰입니다. 곰은 어느 겨울날 잠을 자는 어느 동물과 마찬가지로 겨울잠을 자고 있었는데, 잠을 자는 동안 숲에 공장을 세워버린 사람들의 자연 파괴 행위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하다못해 공장 인사부장과 부사장은 곰을 공장으로 데려와 게으름뱅이로 취급해 버립니다. 그리고 곰은 서커스단에서도 다른 공장에서도 정착을 하지 못하고 떠돌게 됩니다. 결국 또 다시 겨울은 찾아오고 곰은 이곳 저곳에서 쫓겨 나게 됩니다. 그리고 곰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에 잠기다 점점 눈 속에 묻혀가고, 동화책 마지막에서는 쓰러진 곰과 그 위에 쌓인 하얀 눈을 보여주며 끝납니다.

곰이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무기력하게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곰

다시 겨울이 찾아와 숲속으로 돌아온 곰은 이제 자신이 무엇을 해야 될지 고민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현대문명의 변화와 인간 신뢰의 파괴 등으로 비롯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상실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보여줍니다.

브레멘 음악대 따라하기

이 작가의 동화책을 한가지 더 추천해드릴게요.
“브레멘 음악대 따라하기(J.슈타이너 글, 요르크 뮐러 그림)”라는 책입니다. 이 동화책은 “브레멘 음악대”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현대 문명과 대중 매체에 대해 날카롭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줍니다.
다소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주제는 아니지만, 기존 작품을 새롭게 상상해서 표현해 냈다는 점만으로도 보는 데에 재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일반적인 동물이 아닌, 냉장고, 선글라스, 운동복의 상표 노릇을 하는 펭귄, 부엉이, 악어 그리고 환경보호 단체의 광고 모델 판다입니다. 주인공들은 디즈니랜드에 가서 그림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처럼 음악대를 만들기로 하고길을 떠납니다.

상품 로고, 광고 주인공으로 그려진 동물 캐릭터들이 현실 세계로 나오는 장면

하지만 주인공들은 세상은 더 이상 동화 같지도 않으며, 변해버린 세상은 결국 현대의 미디어가 만든 가공의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동화책의 이미지는 굉장히 그래픽적이고, 회색톤의 컬러가 주로 사용되고 있어서 현대문명의 폐해, 동화와는 전혀 거리가 먼 현실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작화는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화려하면서도 삭막한 현대 문명의 세계를 잘 보여준다.

오직 판다만이 대중 매체로 만들어진 세계는 진실이 아니라 생각하고 진정한 삶을 찾아 떠나는데요, 결론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러분들도 궁금하시죠~ 결국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길을 제시합니다. 남들과 똑같은 꿈, 똑같은 삶을 위해 현재에 안주하며 사는 삶과 불안하지만 만들어진 현실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세계를 꿈꾸는 삶…

작가 요르크 슈타이너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요르크 뮐러의 현대문명과 정체성에 대한 동화책은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Theme 2. 죽음과 슬픔

일반화된 의미로써 동화책에 죽음이나 슬픔의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죽음과 슬픔 그 자체를 주제로 다룬 동화책은 찾아보기가 쉽진 않을 거예요. 대부분은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 오랜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강아지의 죽음, 더 좋은 곳으로 가게 해달라고 천국에 있는 천사에게 소원을 비는 내용으로 다루어졌을 겁니다.

내가 함께 있을께(오늘쪽 : 한국 출판, 왼쪽 : 원작)

하지만 “내가 함께 있을게Duck, Death and the Tulip”(볼프 에를브루흐 저)는 사뭇 다른 접근방식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림의 표현도 매우 독특합니다.
이 책의 등장 캐릭터는 해골의 모습을 하고 있고, 매우 서정적이면서도 고요한 느낌이 듭니다.
‘죽음’을 상징하는 이 해골은 이제 곧 세상을 떠나야 할 오리를 찾아가 슬그머니 오리 뒤를 따라다닙니다.

http://pinterest.com/pin/262968065712078468/, http://pinterest.com/pin/262968065712078556/

동화책 첫 머리에 “도대체 누구야? 왜 내 뒤를 슬그머니 따라다니는 거지?”라고 오리는 묻고, 죽음은 “와. 드디어 내가 있는 것을 알아차렸구나. 나는 죽음이야.”라고 대답합니다. ‘죽음’과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 책은 우리가 그 동안 두렵고, 당장은 벌어지지 않을 현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찾아왔을 때 이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죽음도 나의 삶의 한 부분이며, 이 생을 떠나는 순간까지 곁에 있는 친구 같은 존재라는 것을 책은 담담한 글과 삽화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독특한 북유럽 정서를 담은 조금은 무거운 주제이지만,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Theme 3. 외로움과 그리움

아마 이 동화책의 제목은 공연과 LG아트센터를 사랑하는 관람객이라면 아실 수도 있을 텐데요,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숀탠(Shaun Tan)의 “도착(The Arrival)” 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올해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서 뉴질랜드 창작단체 레드 립 씨어터에 의해 LG아트센터에서 공연 되었고, 실제로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이 찾아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감동을 주었던 작품이었지요.

이 작품의 원작이 바로 아래 이미지와 같이 ‘도착’이라는 제목의 동화책입니다. 공연 당시에도 말 없이 신체 움직임과 인형과 사물을 표현하는 마임이 더해져 초현실주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이 들었었는데요, 동화책에서도 단 하나의 텍스트도 발견할 수가 없네요. 글이 없고, 연속되는 동작들이 표현된 이미지의 나열, 하나의 사진을 보는 듯한 사실적인 느낌, 과감한 구도와 극적인 표현이 한편의 드라마와 같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듭니다.

도착

동화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재현한  레드 립 씨어터의 '도착'

http://book.interpark.com/bookPark/preview/skin.html?code=201320292&skinUrl=

이 책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버지는 며칠 전 아내와 딸을 고향에 두고 배를 탑니다.
새로운 세계에 가서, 부지런히 일해 고향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을 데려오는 게 목적이죠. 그가 도착한 신세계는 고향과는 아주 다른 곳이며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과 일들이 벌어지죠. 동양인지 서양인지조차 구분 안 되는 데다가 말조차 통하지 않으니 그곳에서는 잠잘 곳과 먹을 것을 구하는 것부터 고단합니다.
이 독특한 세계에는 꿈의 나라에 나올 것 같은 기이한 건물, 희귀한 동물이 가득합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들여다 보는 이들에게 마저 그리 멋지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잠시 떠난 가족과 이어진 끈을 놓지 않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도움을 청하고 또 낯선 사람들도 아버지를 남몰라라 하지 않습니다. 고향을 등지고 이곳에 온 할아버지 등, 저마다 사연도 다르고, ‘도착’ 뒤에는 불안과 혼란이 찾아오지만 곧 그 뒤에 찾아오는 작은 희망은 누구에게나 같을 것입니다. 결국 다른 이민자들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하고 편지를 보내 가족과 연락하여 다시 재회를 하게 됩니다.

시대상을 반영하듯 배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이민자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문명화된 도시의 삶

실제로 작가 숀탠은 중국인 아버지를 둔 오스트레일리아인이며 오스트레일리아는 전세계에서 몰려든 ‘이민자’들의 나라입니다. 아마도 이 시절 사람들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자라온 숀탠에게 ‘도착’이란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좁게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이민사를 다룬 그림책이기도 하지만, 넓게는 ‘세상 이민자와 망명객, 난민들에게 바치는 서사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텍스트가 없기 때문에 상상하며 읽기가 가능한 “도착”.
어린아이도 어른도 누구나 한번쯤 외로움을 경험하기에, 글자가 없고 낯설고 특이한 장면들이 이어져도 우리는 공감하며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착”은 낯선 세계와 끊임없이 맞닥뜨리며 외로움과 그리움 속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이니까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이야기 어떠셨나요? 제가 알려드린 몇 권의 동화책이 일반적인 어린이 책에는 쉽게 쓰이지 않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다소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동화책들을 접하면서, 아이들이 순수한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듯 우리들도 그런 마음을 가져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주제의 동화책들을 읽어주면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의미 있을 거예요. ^^

이번 겨울엔 동화의 세계를 통해 세상을 다시금 새롭게 바라보는 즐거운 경험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우리가 어렸을 때 세상을 바라보던 바로 그 설레임으로요.LG

전신영 프로필

서브원에서 사내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는 사원 2년차이자, 자칭 "아직까지는 새내기"라고 생각하는 호기심 많은 20대 직장인입니다. 여행, 문화예술, 맛집, 디자인을 사랑하고 일러스트 그리기가 취미입니다. LG를 사랑하는 이들과 '즐겁게 소통'하고자 무작정 블로거에 지원 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이 벌써부터 기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