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 직원이 말하는 ‘공연 고르는 법’ – LG 공식 블로그
본문 바로가기

LG아트센터 직원이 말하는 ‘공연 고르는 법’

작성일2012-03-21

우테 렘퍼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탱고 (2012)

좋은 공연 보겠다는 일념 하에 바쁜 와중에도 고심 끝에 골라 시간 맞춰 공연장으로 향한 당신, 기대를 배반하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공연에 상처 받은 적 없나요? 여자친구 기분 풀어주려고 큰 마음 먹고 비싼 티켓 2장 샀는데, 관람 후 그녀가 나의 안목을 의심하게 되었다면… 그야말로 대략 난감입니다.

매주 쏟아져 나오는 수십, 수백 편의 공연들 중 대체 어떤 공연을 골라야 하는 걸까요? 오늘은 여러분들께 ‘공연 고르는 법’을 초보자부터 고수까지, 맞춤형으로 제시해 드립니다.

왕초보 코스 일단 잘 나가는 공연부터!

공연을 접한 경험 자체가 몇 번 없는 왕초보라면, 골치 아픈 레슨도 딱 질색인 분이라면, 일단 아래 3단계 프로세스를 따라 하시기 바랍니다.

Step 01 인터파크, 티켓링크 등의 대형 예매 사이트에 접속한다., Step 02 장르별 <주간 판매 순위> 1등 공연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tep 03 가장 끌리는 공연을 날짜 맞춰 산다.

공연의 완성도와 티켓 매출은 정비례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판매 순위 1등’ 공연이 ‘최고의 공연’인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오랜 기간 동안 잘 팔리는 공연’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킬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당구도 골프도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재미를 느끼는 법입니다. 아직 공연이 낯설다면 일단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공연부터 시작하고, 이후 조금씩 범위를 넓혀 가는 것이 안전한 방법입니다.

초급 원 포인트 레슨 : 쉽게, 싸게 구할 수 있는 티켓은 피하라.

소셜 커머스가 붐을 이루는 요즘, 50~70% 파격 할인가의 공연이 넘쳐납니다. 온갖 다양한 할인 혜택 덕분에 정가 주고 사면 바보가 되는 공연도 많습니다. 심지어 어떤 공연은 신청만 하면 초대권을 그냥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연 티켓도 엄연히 상품입니다. 가격 책정을 하고, 할인율을 정하는 것은 판매자의 의무이자 책무지요. 그런데 스스로 세운 원칙을 무시하고 관객 채우기에 급급하다면? 만드는 분들께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그런 공연은 결코 좋은 공연일 리 없습니다. 중급자 코스로 올라가길 원하신다면, 공짜와 파격 할인이라는 장애물은 반드시 피하시기 바랍니다.

중급자 코스 전문가 조언을 따라라.

이런 명언이 있습니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모든 분야에는 ‘전문가 집단’이 있게 마련입니다. 공연계에도 물론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바로 평론가와 공연 담당 기자들입니다. 밉든 곱든 간에 그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공연을 보고, 공연에 대한 고민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입니다. 때론 그들의 말이 괴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 생각해 보면 틀린 말도 별로 없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공연 개막 다음 날, ‘뉴욕타임즈’에 실리는 리뷰가 그 공연을 대박나게 할 수도, 문을 닫게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국내 언론평은 아직 그 정도 영향력과 신뢰도를 갖진 못했지만, 주요 일간지의 목요일 판에 실리는 리뷰 기사와 ‘객석’, ‘플레이빌’ 등 공연예술전문지의 기사는 충분히 참고할 만합니다.

인터파크에서 운영하는 PlayDB 웹사이트 http://www.playdb.co.kr

인터넷으로는 인터파크에서 운영하는 ‘PlayDB’라는 사이트에서 매주 ‘전문가 20자평’을 별점과 함께 업데이트하니 참고하기 좋습니다. 하지만 예매 사이트 ‘관객평’의 경우, 평가를 의도적으로 상향 조작하려는 세력이 실재하고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고급으로 향하는 비법 : 수상내역, 그 출처를 확인해라.

전문가들은 1년에 한 번씩 모여 이런 저런 상(賞)의 수상자를 결정하여 발표하곤 합니다. 워낙 주관이 뚜렷하신 분들인지라, 전문가들의 협의 끝에 나온 수상작이라면 어느 정도 믿음이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연만큼 시상식도 많아진 요즘, 똑똑한 관객이라면 ‘그게 어떤 시상식이냐’까지 확인할 필요가 필요합니다.

‘올리비에 어워드’와 ‘토니 어워드’는 영-미의 대표적인 권위 있는 시상식입니다. 두 상은 매 년 그 해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연극과 뮤지컬을 대상으로 합니다. 유럽 전체로 눈을 돌린다면, 많은 공연 예술인들이 최고의 영예로 생각하는 ‘유럽연극상’ (Europe Theater Prize)이 있습니다. 지난 주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을 마친 피터 브룩을 비롯해, 피나 바우쉬, 레프 도진, 로버트 윌슨 등 세계 공연계의 전설적인 인물들이 이 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50년 역사의 ‘동아연극상’이 가장 권위 있는 연극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연극 100주년을 기념하여 2008년 제정된 ‘대한민국연극대상’의 수상 내역도 참고할 만 합니다. 뮤지컬 쪽에서는 가끔 논란의 대상이 되긴 하지만 ‘한국뮤지컬대상’이 비교적 권위를 인정 받는 편입니다.

고급자 코스 누가 만들었는가, 원산지를 확인하라.

공연이란 변수가 너무 많아서, 막상 무대에서 ‘까’ 보기 전에는 그 완성도에 대해 쉽게 예측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때문에 어떤 공연이 개막하기 전까지는 그 공연을 어디에서 만들었느냐가 그 작품에 대한 신뢰도와 기대치를 좌우합니다. ‘이태리에서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아 만든 명품 구두’까지는 아니더라도, ‘여기에서 만든 공연이라면…’ 하는 믿음을 주는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1) 공연장을 보고 고른다면
LG아트센터 : 민망하지만 객관적으로 안 쓸 수가 없습니다. 수년 째 모든 조사에서 프로그래밍 신뢰도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LG아트센터의 공연은 언제나 믿고 보셔도 좋습니다. 좋은 공연장은 아무 공연에게나 공연장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술의전당 : 국내 대표 공연장이라는 명성답게, 대부분의 공연이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토월극장, 챔버홀, 리사이틀 홀 등 다섯 개의 전용 공연장이 있어서 장르의 스펙트럼도 가장 다양합니다.

두산아트센터 : 두산아트센터는 ‘연강홀’에서는 뮤지컬 대관 공연을, ‘스페이스111’이라는 소극장에서는 연극 기획 프로그램을 올리고 있습니다. 소극장 연극 라인업이 대단히 잘 짜여져 운영되고 있으며, 연강홀의 뮤지컬 공연도 믿을 만 합니다.

그 밖에 명동예술극장, 남산예술센터, 국립극단(서울역 인근 소재)에서 제작하는 연극 프로그램들이 완성도가 높은 편이니 신뢰하고 보셔도 됩니다.

2) 뮤지컬 :
뮤지컬이 워낙 난립하는 시대이므로, 기획사가 어디인지 정도는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설앤컴퍼니’, ‘에이콤’, ‘신시컴퍼니’, ‘오디뮤지컬컴퍼니’, ‘뮤지컬해븐’ 등은 국내 뮤지컬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 기획사들로, 작품에 따라 편차가 있긴 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완성도는 보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설앤컴퍼니는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로, 에이콤은 ‘명성황후’, ‘영웅’ 등 국산 창작 뮤지컬의 강자로 유명합니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은 ‘지킬앤하이드’, ‘드림걸즈’, ‘그리스’ 등 흥행력 있는 레퍼토리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신시컴퍼니는 ‘맘마미아’, ‘렌트’ 등 유명 뮤지컬 뿐 아니라 최근에는 좋은 연극 작품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기획사는 ‘뮤지컬해븐’인데, ‘스위니토드’, ‘넥스트 투 노멀’ 등 대단히 수준 높고 실험적인 공연들을 지속적으로 올리므로 주목하셔도 좋습니다.

3) 클래식 :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의 공연이 역시 신뢰도가 높은 편입니다. ‘클럽 발코니’라는 사이트를 통해 자체 티켓 판매와 회원 관리를 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 스타급 연주자들의 프로그램 기획력이 뛰어납니다. ‘빈체로’라는 기획사는 해외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 기획으로 유명합니다. 클래식 공연단체로는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시향’을 가장 먼저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연주력 면에서 가장 추천할 만한 단체입니다.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제 1원칙 나의 취향은 무엇인가?

칼럼을 마치기 전에 뻔한 말씀 한 마디 더 드리겠습니다.

“사람의 취향은 제각각이므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미술 전시회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소설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자에게는 무용 공연을, 후자에게는 연극 공연을 추천합니다.

오락성과 대중성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있고, 작품성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자에게는 판매 1위를 기록하는 공연이 무엇인지, 후자에게는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수상한 공연이 무엇인지 찾아보길 권합니다.

개인의 복잡한 취향은 타인이 알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떤 것을 보아야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인지를 우선 알아야 합니다.

야구선수도 본인이 자신 있는 구질과 코스를 알아야 타율이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동행자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면, 공연 선택을 위한 당신의 긴 고민은 금방 사라질 것입니다.

올바른 공연 선택으로 모두가 행복하게 도착 (2012)

한동희 프로필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이 전과 같지 않더라" 조금은 낯설지 모르는 공연 예술의 세계, 힘 닿는 데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