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딸, 그 사랑과 증오의 역사에 관하여연극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 – LG 공식 블로그
본문 바로가기

어머니와 딸, 그 사랑과 증오의 역사에 관하여연극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

작성일2014-04-28

안녕하세요, LG아트센터 한동희입니다.

흔히들 모녀(母女) 관계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유대관계라 말합니다. 어색한 대화만이 흐르는 부자(父子) 관계와는 정반대로, 어머니와 딸은 평생에 걸쳐 삶을 공유하는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머니와 딸은 끝없이 갈등하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영역 안에 딸을 가둬두려는 어머니와 자신의 어머니처럼 살고 싶지 않은 딸의 이야기는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어 왔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연극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도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풀어내는 방식과 방향은 그야말로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와 딸 그들의 강렬한 이야기

두명의 여인

공연이 시작되면 어스름한 무대 위로 여인들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모두 검은 드레스를 입고, 빨간 하이힐을 신은 여인들은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성가(聖歌) 같기도 하고 주문 같기도 한 이들의 노래는 마치 한 편의 제의(祭儀)처럼 신비로운 느낌을 전해줍니다.

잠시 후 무대 위를 가로지르듯 두 명의 여인이 등장합니다. 나이 든 여자와 젊은 여자, 둘은 서로 반대 방향을 보며 달려나갑니다. 하지만 둘은 완전히 분리될 수 없습니다. 긴 머리카락이 마치 비비 꼬여 탯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여자는 떨어지기 위해 발버둥 치며 소리칩니다.

“난 대체 뭐란 말이야? 이 하이에나야! 난 엄마와 다른 걸 읽고, 다른 걸 보고, 다른 걸 듣는다!”

젊은 여자의 어머니 공연 장면

젊은 여자의 어머니는 홀로코스트 속에 겨우 살아남은 유태인입니다. 폴란드의 역사와 유태인의 운명을 양어깨에 지고 태어난 어머니. 그녀의 혈육은 히틀러에게, 스탈린에게, 모조리 학살당했고, 남편은 그녀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오직 딸 뿐입니다. 그녀는 소리칩니다.

“너 때문에 나는 불한당 같은 놈이랑 결혼했어. 너한테 아버지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그런데 그놈은 이제와서 날 버리고, 젊은 년이랑 눈이 맞았지! 그러니 너는 앞으로 내 남편이다. 내 아버지이면서 내 어머니이다. 모든 게 널 위해서, 너 때문에, 너로 인해서 비롯되었으니!”

폴란드 연극의 최전선, 얀 클라타 연출의 대표작

폴란드 연출가 얀 클라타는 우리에게 익숙한 연극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의 작품은 편안한 스토리텔링 대신 상징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이미지는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고, 때로는 서정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총 6명인데, 모두 여성의 복장을 하고 있지만, 그중 1명은 남성입니다. 각 배우는 어떤 장면에서는 어머니의 역할을 하고, 다른 장면에서는 딸의 역할을 합니다. 정리하자면 모든 배우가 어머니이고, 동시에 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배역 설정은 이 연극이 어떤 가족의 특수한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인 이야기임을 말해줍니다.

강렬한 시청각적 무대로 짜릿한 전율을 안겨줄 작품

무대 위에는 4개의 어두운 철제 박스가 놓여 있습니다. 각 박스의 문을 열면 화사한 꽃으로 장식된 방이 나오기도 하고, 화려한 구두로 가득 찬 방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연극은 오직 철제 박스와 소품, 의상의 변화만을 통해서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드는데요. <에일리언>의 ‘리플리’,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포트’ 등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문화 아이콘들을 등장시키기도 합니다. 배우들의 언어는 절반쯤은 대사, 절반쯤은 노래를 부르며 뮤지컬 스타일이 아닌 가스펠과 오페라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 공연 장면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은 하나의 답이 정해진 공연이 아닙니다. 연극에서만 가능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이 공연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관객들에게 안겨줄 것입니다. 어떤 관객들은 매료될 것이고, 어떤 관객들에게는 낯설고 불편할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뇌리에서 쉽게 지울 수 없는 강한 인상을 줄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어디로 간 걸까요? 왜 연극의 제목은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일까요? 연극의 마지막 장면,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배우들을 통해 그 이유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 - 일시 : 2014년 5월 16일(금) 8pm / 17일(토) 4pm 주최/장소 : LG아트센터 (지하철 2호선 역삼역 7번 출구) 티켓 : R 70,000 / S 50,000 / A 30,000 won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

일시 : 2014년 5월 16일(금) 8pm / 17일(토) 4pm 주최/장소 : LG아트센터 (지하철 2호선 역삼역 7번 출구) 티켓 : R 70,000 / S 50,000 / A 30,000 won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 5.16-17,
LG아트센터 폴란드 연극의 최전선,
얀클라타의 대표작 최고연출상,
그랑프리 가장 격정적이고 아름다운 오라토리오!

한동희 프로필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이 전과 같지 않더라" 조금은 낯설지 모르는 공연 예술의 세계, 힘 닿는 데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