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생각 읽기] 칸(Cannes), 길어진 이야기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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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서 생각 읽기] 칸(Cannes), 길어진 이야기

작성일2014-07-24

안녕하세요, HS Ad의 신숙자 CD(Creative Director)입니다.

매년 프랑스 칸에선 세계에서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뽑습니다. 디지털이 발달하기 전엔 TV 광고가 가장 큰 분야였으나 지금은 모바일, 미디어, 티타늄에 이르기까지, 분야가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짝이는 아이디어보다는 이야기의 싸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차별화된 미디어에서 시작된 이야기, 모바일로 가능해지거나 변화된 이야기… 예전엔 아이디어만 있었다면, 이제는 더 긴 스토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늘 ‘사람’이 있습니다.

경쟁사가 자사의 브랜드를 광고하게 하는 방법

경쟁 관계는 서로를 경계하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해주는 관계입니다. 그런 경쟁자에게 자사의 브랜드를 광고하게 할 수 있을까요? DHL은 경쟁사에게 자사 브랜드를 광고하게 함으로써 미디어 부문 실버를 수상했습니다.

DHL 광고

먼저 큰 박스를 제작했습니다. 겉면은 온도에 반응하는 포일로 만들어져 10℃ 이상이 되면 글씨가 보이고, 그 이하면 글씨는 숨어버립니다. DHL은 이 박스를 영하 4℃ 상태에서 보관해 큰 검정 박스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경쟁사를 통해 박스를 배송했죠. 경쟁회사는 여느 우편물과 같이 박스를 실었고, 목적지 부근에 도착한 후 트럭에서 우편물을 내립니다. 하지만 실온에 두자, 박스는 제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박스에 쓰인 문구가 선명하게 드러나죠.

DHL is father

“DHL IS FASTER.”

박스는 운송하기엔 다소 크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매우 잘 띕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거운 박스를 힘들게 옮기는 사람에게 눈길을 주게 되죠. 게다가 DHL 경쟁회사 직원이 ‘DHL이 더 빠르다’고 쓰인 박스를 들고 가는 장면은 충분히 호기심을 줍니다. 박스를 배송하지 않을 수도 없고, 배송하자니 난감하고… 경쟁사로선 곤욕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일부는 이 캠페인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로 바이럴되어 첫날만 4백만 뷰를 기록했으며, TV 뉴스뿐 아니라 트위터, 일간지에까지 실렸습니다.

일반적인 미디어에 광고를 게재할 예산이 부담돼 시작된 아이디어. ‘트로이의 우편물’이라 이름 붙여진 이 캠페인은 누군가는 언짢았을 테지만, 기발한 건 틀림없습니다.

껌이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일

추잉껌 브랜드 Beldent는 특별한 실험을 위해 쌍둥이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모두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들입니다. 다만 한 가지만 다릅니다. 똑같이 생겼지만 한쪽만 껌을 씹는 거죠.

츄잉검 Beldent

이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 현대미술관에 모였습니다. 껌을 씹는 쪽과 안 씹는 쪽이 다를 뿐 똑같은 머리, 똑같은 옷을 입고 나란히 앉았습니다.
그리고 방문객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누가 친구가 더 많을 것 같은지, 누가 더 가상의 친구가 많을 것 같은지, 누가 파티에 더 많이 초대될 것 같은지, 경찰복을 입은 쌍둥이에겐 누가 더 나쁜 경찰일 것 같은지, 정장을 입은 쌍둥이에겐 누가 더 많은 월급을 주는 보스일 것 같은지, 월급 인상을 요구할 경우 누가 당신을 해고할 것 같은지, 누가 더 행복한 성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은지…

Beldent 광고

각각 쌍둥이의 이미지에 맞게, 긍정적인 질문과 부정적인 질문이 번갈아 던져집니다. 사람들은 쌍둥이들 맞은편에 앉아 헤드폰을 끼고 질문을 듣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대로 버튼을 누르게 되죠. 그렇다면 어느 쪽이 긍정적인 대답을 더 많이 들었을까요? 껌을 씹는 쪽일까요? 안 씹는 쪽일까요?

Beldent 광고 장면

이 실험엔 481명의 사람들이 참여했으며, 73%의 사람들이 껌을 씹는 쪽에 긍정적인 표를 던졌습니다. ‘껌’은 보통 점잖지 못하거나 불량한 이미지를 준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입니다. Beldent는 말합니다. 추잉껌이 더 좋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껌을 씹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똑같은 생김새를 갖지 않는다고 말이죠. 이 캠페인은 아웃도어 부문 골드 라이언을 수상했습니다. 매우 획기적인 기획입니다. 무표정보다는 껌을 씹는 쪽이 더 좋은 인상을 준다는 걸 발견한 점도 기발하고, 그 발견을 설득력을 줄 수 있는 실험으로 실행한 것도 기발합니다. 이젠 좋은 인상을 만들기 위해 껌을 준비해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린이용 썬크림은 피부만 보호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브랜드 니베아. 바캉스철을 맞아 어린이용 썬크림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좀 특별합니다. 광고에 뜯어낼 수 있는 어린이용 팔찌를 부착한 거죠. 이 팔찌는 무슨 용도일까요?

니베아

팔찌를 아이의 팔에 부착한 후, 엄마는 앱스토에서 해당 앱을 다운받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이름을 입력한 후, 아이가 가도 되는 최대 거리를 입력합니다. 해변에서 아이가 혼자 놀다 입력한 거리보다 더 멀어지면 휴대폰은 알람을 울리게 되고, 가까이 갈수록 아이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되죠. 팔찌는 비록 종이로 만들어졌지만 어느 정도 방수도 되기에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니베아 광고 장면

아이의 연약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어린이용 썬크림. 니베아는 아이 피부뿐 아니라 ‘더 큰 보호’를 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해변에서 놀다 미아가 되기 쉬운 아이들을 보호하기로 한 거죠. 이 캠페인은 모바일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을 뿐 아니라 다른 부문에서도 골드를 비롯해 많은 상을 수상했습니다. 게다가 이 캠페인이 진행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선 니베아의 매출이 62%나 증가했고요. 오히려 소비자로부터 팔찌를 더 많이 만들어 달라는 요구까지 받을 만큼 선풍적이었습니다. 피부보호에서 나아가 ‘아이보호’로, 그야말로 어린이를 지키는 어린이용 썬크림이 된 거지요.

경험이 달라집니다

모바일이 발달하고 앱이 발전하면서 달라진 건, 누구나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겁니다. 단순히 광고의 재미만을 느끼던 과거의 크리에이티브가 아닌, 직접 경험하거나 혹은 유튜브나 SNS를 통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거죠. 경험한다는 건 ‘직접 설득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기발함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발함에 실제로 놀란 사람들의 반응을 목격하고, 상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이 주는 놀라움을 체험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험은 ‘인간적인 것’에 있습니다.

올해 칸 국제광고제는 19개 부문에 이르는 기성 캠페인에 상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부문이든, ‘사람에 대한 관찰’이 배제된 건 거의 없습니다. 상품에서 이야기로, 이야기에서 경험으로, 경험에서 행동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거죠. 칸에 모인 작품들은 그래서 더 기발해 보입니다.

신숙자 프로필

HS Ad의 Creative Director. 모든 것에 대해선 어떤 것을 알고, 어떤 것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고자 노력하는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눈을 가진 광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