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한 연극 추천] 11/19~11/30, LG아트센터 2014년 마지막 기획공연 김광보 연출의 ‘사회의 기둥들’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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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연극 추천] 11/19~11/30, LG아트센터 2014년 마지막 기획공연 김광보 연출의 ‘사회의 기둥들’

작성일2014-11-21

“누구나 마음 속에 감추고 싶은 얼룩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거 아니겠소!”

배우 박지일 씨(주인공 베르니크 역)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공간을 울립니다. 숨막히도록 거대하고 새하얀 배경, 정제된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서있는 무대는 연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기울어집니다. 침몰하는 배처럼 말이지요. 이곳은 ‘사회의 기둥들’ 프레스콜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LG아트센터입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극작가 헨릭 입센 원작의 감동과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진 공연 속으로, 함께 가보시죠!

사회의 기둥들 03

헨릭 입센의 문제작, 한국을 찾다

연극은 주인공 베르니크를 칭송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노르웨이 소도시의 영주이자 선박회사 사장인 베르니크는 높은 도덕성으로 시민들의 존경과 명망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사회의 기둥’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는 주민들 몰래 철도 노선 공사로 이득을 얻으려고 음모를 꾸미고, 과거 자신의 과오를 숨기기 위해 남에게 누명을 씌우는 등 허위와 위선이 가득한 사람이죠. 베르니크의 누명을 대신 쓰고 미국으로 도망쳤던 처남과 과거의 옛 애인이자 부인의 의붓언니인 처형이 1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펼쳐지는 인물들간의 갈등과 사건을 다룬 내용입니다.

사회의 기둥들 02

‘사회의 기둥들’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현대극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헨릭 입센의 대표작 중 하나인데요. 요즘 연극계의 대세로 주목 받는 연출가 김광보의 손을 거쳐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초연되는 것입니다.

사회의 기둥들 05

헨릭 입센 하면 먼저 여성해방운동의 시초가 된 연극 ‘인형의 집’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는 이 외에도 ‘페르귄트’, ‘유령’, ‘헤다 가블러’, ‘민중의 적’ 등 수많은 명작을 남겼는데요. 사회의 기둥들은 1877년 발표되자마자 1만 부라는, 그 당시엔 어마어마한 양이 발행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미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선 수없이 공연되고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입센의 다른 작품들에 밀려 번역조차 되지 못하다가 137년 만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입니다.

137년 전 이야기 속에서 발견하는 현재의 모습

관객들은 연극을 보며 이 이야기가 137년 전의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한 것임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만큼 오늘날의 현실과 부조리를 신랄하게 꼬집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치밀한 구성으로 만들어진 웰메이드 연극으로, 원작을 전혀 각색하지 않았음에도 시대 격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센의 통시성과 통찰력이 두드러진 작품입니다.

사회의 기둥들 01

김광보 연출은 “사회의 기둥들은 지금 대한민국 현재에 맞게 각색했느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이 나라의 현실과 맞닿을 수 있는 작품”이라며 “작품 안에서 베르니크가 철도 부설 문제를 앞세워 부동산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남기려는 음모를 꾸미기도 하고,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처남 요한이 타려는 배가 수리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등 지금 대한민국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많이 담긴 작품” 이라고 설명합니다.

관습과 위선에서 벗어나 치유를 말하다

사회 기득권의 허위와 위선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연극은 다소 진지하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주제는 케케묵은 관습과 위선에 싸인 비열한 정신으로부터 인간의 해방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연극에 참여한 연출자와 배우들의 인터뷰를 들어보겠습니다.

배우 박지일

박지일 / 카르스텐 베르니크 역
“정치가든 재력가든 힘있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대의명분에는 거짓과 위선과 탐욕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기울고 가라앉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회의 기둥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잘못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 대본을 받았을 때 빠른 속도로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작품 속의 베르니크가 오히려 실제 사회의 기둥들보다 순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베르니크는 자유와 정의, 진리를 추구하는 인물이었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 과시욕과 탐욕이 생겨나면서, 또 과거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서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진실을 깨우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입니다. 마지막까지 거짓을 감추려고 발버둥치는 인물로 갈 건지, 개과천선을 하는 인물로 갈 건지 연출가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결과는 연극 말미에 보실 수 있습니다.”

연출 김광보

김광보 / 연출
“이 연극은 전혀 각색을 거치지 않은 헨릭 입센의 원작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극의 구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는데요. 저는 이 작품이 어느 시대에나 통용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한 사회를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대는 연극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기울어지는데 이것은 침몰하는 한 사회, 국가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

배우 이석준

이석준 / 요한 퇴네센 역
“공연에 나온  16명의 인물들 모두 위선적인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진실을 밝히려는 요한 역할이 왜 위선적이지?’라고 생각했는데요. 작품을 들여다 볼수록 자신의 명예를 되찾고자 하는 욕망조차도, 우리가 올바르게 산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도 이기적이고 위선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을 연습하면서 이런 부분을 느낄 때마다 연극이 사회나 국가 전반의 문제뿐만 아니라 한 집안, 내 주변, 개인의 불합리와도 닿아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회의 기둥들 04

물질주의와 개인의 이기심이 불러온 많은 사회 문제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때, 137년 전 과거에서 찾아온 거장의 작품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며 많은 깨달음을 줍니다. 연극 ‘사회의 기둥들’은 11월 19일부터> 11월 30일, 2주 동안 LG아트센터에서 상연됩니다. 올해가 가기 전, 묵직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연극 한편으로 한해를 보내는 헛헛한 마음을 채우는 건 어떠신가요?

공연 정보

일시 : 2014년 11월 19일~11월 30일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 & 7시, 일요일 4시)
장소 : LG아트센터
티켓 : R석 5만원 / S석 4만원 / A석 3만원 (청년 할인 20%, 28세까지, 본인 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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