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생각 읽기] 진가(眞價), 그 드러나지 않은 가치 – 광고 아이디어가 빛난 세 편의 해외 광고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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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서 생각 읽기] 진가(眞價), 그 드러나지 않은 가치 – 광고 아이디어가 빛난 세 편의 해외 광고

작성일2014-12-22

안녕하세요, HS Ad의 신숙자 CD(Creative Director)입니다.

‘진가’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참된 값어치’라고 풀이돼 있습니다. 쓰임새로는 ‘진가를 알아보다’, ‘진가를 인정하다’, ‘진가를 발휘하다’ 등이 있고요. 이 쓰임새를 보니, 진가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쉽게 값어치가 드러나는 게 아닌 듯합니다. 어느 예기치 않은 기회에 운 좋게 ‘알아보는’ 이를 만나서, 그 가치가 빛을 발해야 일반인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하겠지요. 그럴 때 우리는 ‘진가를 인정한다’라고 합니다. 진가는 가치를 발휘하고 누군가 알아봐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숨은 진주 같은 것입니다.

세계적인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을 보게 된 것도 무명인이던 그들을 후원해 준 볼라르라는 화상(畵商)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인 걸 보면, ‘알아보는 이’는 세상과 가치를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D프린터의 진가가 드러났습니다

3D프린터는 이미 익숙한 기술입니다. 비록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여러 기사와 매체를 통해 접해왔으니까요. 그 기술로 반지와 액세서리를 만들 뿐 아니라, 곧 자동차도 만들고 비행기도 만들게 될 거라고 합니다. 놀라운 기술이지요. 하지만 그게 왜 우리에게 꼭 필요한지, 진가를 인정한 적이 있으신가요?

3D프린터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3D프린터 회사인 파이러트 3D(Pirate3D)는 광고대행사 Lola Madrid와 함께 놀라운 생각을 해냈습니다.

Pirate3D 광고 1

우리는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추억에 잠깁니다. 엄마와 아빠에게 안겨서 행복하게 웃는 모습, 형제와 행복한 한때를 보내던 모습, 어릴 때 살던 집, 키우던 강아지… 사진은 늘 ‘그때’를 생각나게 합니다. 하지만 시각장애로 사진을 볼 수 없다면 어떨까요? 그때를 생각나게 하는 뭔가가 적어도 하나는 적어지겠지요. 그때의 냄새나 공기, 소리로 추억할 수도 있겠지만 사진이 주는 감동은 갖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Pirate3D는 ‘만질 수 있는 사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바로 “Touchable Memories”입니다.

Pirate3D 광고 2

2년 전 시력을 잃게 된 사진가는 자신이 찍은 사진의 디테일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어 안타까워합니다. 뮤지션인 남자는 친구가 만들어준 자신의 앨범 자켓이 보고 싶습니다. 친구가 자신을 표현한 그림이라고 설명했는데 볼 수 없으니 그 역시 안타까운 거죠. 이제 어른이 된 여인은 희미해져 가는 유년 시절을 그리워합니다. 사진을 볼 수 있다면 그때를 떠올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Pirate3D는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사진을 모았습니다. 3D프린터로 출력한 거지요. 아빠와 아이의 행복한 한 때도 있고, 스키복을 입은 네 가족의 단란한 모습도 있고, 집 안에 앉아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출력된 입체사진을 받은 그들은 손으로 이리저리 만져 봅니다. ‘이렇게 우리가 손을 꼭 잡고 있었는지 몰랐다, 내가 사진을 찍을 때 이것처럼 이곳에 테이블이 있었다, 5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는 늘 나를 이렇게 안아주셨다…’ 그들은 3D프린터로 출력된 사진을 만지며 그때의 추억에 잠깁니다. 하나하나 과거의 시간이 손끝에서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모두 손끝에서 언젠가의 시간을 되살립니다. 표정은 하나같이 감동적인 모습입니다.

Pirate3D 광고 3

다섯 사람의 추억을 3D프린터로 만들어낸 이 프로젝트는 보는 이까지 뭉클하게 합니다. 이런 역할까지 해낼 수 있는 3D프린터라면 정말 대단한 발명임에 틀림없습니다.

Pirate3D는 말합니다.
“테크놀로지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쓸지는 사람이 결정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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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진가를 느끼게 했습니다

올해 우크라이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내전과 개혁으로 끊임없는 불안과 긴장 속에 살아왔습니다. 평화가 깨지면서 음악을 즐기고 웃는 생활은 조금 더 멀어졌을 겁니다. 매년 즐기던 음악축제도 그리 즐겁진 않았을 거고요. 생수회사 보르조미 미네랄워터(Borjomi mineral water)는 10월 Alfa 재즈 페스티벌을 맞아 분위기를 좀 더 즐겁게 바꾸고 싶었습니다.

Borjomi mineral water 광고 1

어느날 우크라이나 광장에 특이한 자판기가 등장했습니다. 피아노 같기도 하고, 자판기 같기도 한 네모난 나무 상자가 세워진 거죠. 하지만 어디에도 돈을 넣는 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세로로 주욱 달린 피아노 건반이 호기심을 자아낼 뿐입니다. 그렇게 광장 구석에 놓인 자판기.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는 사람들…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누군가 건반을 눌러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연주가 흥을 돋우자 순간 자판기의 불이 켜지고 Borjomi mineral water 한 병이 무료로 나왔습니다. 예기치 않은 이벤트에 사람들은 재미있어 합니다. 하나둘 사람들이 연주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연주를 들으며 웃고 환호합니다. 물 한 병이 나올 때마다 마치 자신이 얻어낸 듯 박수를 치며 즐거워합니다. 비록 대가는 물 한 병이지만,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도, 음악을 듣는 사람도 그리고 공짜로 생긴 물 한 병도 웃음으로 이어집니다. 모두 환한 얼굴입니다.

Borjomi mineral water광고 2

영화에선 종종 폐허 속에 놓인 피아노가 등장합니다.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연주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지요. 이 자판기도 그런 효과를 기대했고, 기대한 만큼 사람들도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물 한 병으로 음악의 진가를 드러낸 사람들. 아마 사라진 물병만큼 그들도 즐거웠을 겁니다.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싶은 브랜드의 진가도 동시에 빛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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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의 진가는 멜로디가 없어도 느껴집니다

유명한 노래 가사는 굳이 멜로디가 없어도 듣는 순간 그 음악을 떠올리게 합니다. 핀란드 헬싱키 Radio Aalto의 인기 프로그램인 ‘모닝쇼’ 진행자들은 이 점에 착안해 재미있는 메시지를 만들었습니다. 멜로디 없이 노래 가사로 보는 이에게 말을 거는 거죠.

 Radio Aalto 광고 1

분위기는 뭔가 기묘하고 음산한 느낌입니다. 아직 어두운 새벽을 홀로 운전하는 남자. 외진 창고 앞에 차를 세우고, 그 앞에 서 있는 여자에게 말을 겁니다.
“Hello! Is it me you’re looking for?”
낮게 깔린 저음으로 남자가 얘기합니다. 여자는 의미심장하게 받아칩니다.
“We are living in a material world. And I’m a material girl.”
그리고 남자의 차에 올라타죠. 울려 퍼지는 배경음악은 뭔가 비밀스런 일을 예고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사뭇 진지한 표정의 커플은 계속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대사입니다. 그들은 계속 운전해 홀로 햄버거집 앞에 서있는 남자를 만나죠. 여자는 그 남자에게 말을 겁니다.
“All you need is love.”
“I’m a lover boy.”
남자는 들고 있던 햄버거를 버리고 뒷좌석에 올라탑니다. 셋의 얼굴은 포커 페이스에 사뭇 진지합니다. 도중에 family man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그는 경고하듯 통화하는 남자에게 얘기합니다.
“Every breath you take, every move you make, I’ll be watching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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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눈치 채셨나요? 진지하고 엄숙하고 긴장감 흐르는 그들의 모든 대화는 노래 가사였습니다. 그래서 광고는 웃기고 기묘합니다.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가사들을 뒷골목 갱단의 대화처럼 무겁게 읊으니 그 극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어두운 도로를 질주하는 그들의 자동차 위로 메시지가 뜹니다. ‘let the music do the talking…’

 Radio Aalto 광고 3

핀란드의 라디오 방송국 Radio Aalto의 이 광고는 노래 가사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라디오의 특성을 살려, 웃음을 주는 광고입니다. 그렇지만 본인들은 사뭇 진지한 광고. 그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유명한 노래를 떠올리게 하며 가사를 곱씹게 합니다. 이 광고를 보며 아는 노래가 몇 가지 나오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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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를 찾는 매개체, 광고입니다

수많은 브랜드에도 비록 상업성을 띠고 있을지언정 진가가 있습니다. 진정으로 사람의 건강을 추구하는 브랜드,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브랜드, 매일매일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라고 권하는 브랜드… 브랜드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우리는 진가를 공유할 수 없습니다. 광고라는 것은 어쩌면 브랜드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이자, 그 진가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 의무를 지녔습니다. 마치 김소월 님의 시처럼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어 누군가에게 꽃이 되게 하는 역할’인 거죠. 그래서 광고는 ‘잘’ 만들어져야 합니다.

광고 속에서 당신이 발견한 진가를 찾아보세요. 어쩌면 광고 보는 재미를 더 크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겁니다.

신숙자 프로필

HS Ad의 Creative Director. 모든 것에 대해선 어떤 것을 알고, 어떤 것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고자 노력하는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눈을 가진 광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