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 세상돋보기] #41. 다른 무늬, 같은 차별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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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 세상돋보기] #41. 다른 무늬, 같은 차별

작성일2017-10-12

미국에 사는 한국 젊은이 중 약 1만 명이 추방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불법으로 이민간 부모를 따라 미국에서 자라난 재미교포들입니다. 불법체류중인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정책이 몇 달 뒤면 폐지되기 때문입니다. 메릴랜드주는 트럼프의 결정을 비난하면서, 다카 대상인 젊은이들을 보호하겠다고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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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학들은 트럼프 정부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총장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청년들이, 조국이라고 여기는 나라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이는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쌓겠다던 트럼프는, 당선된 뒤에 시리아 등 7개 중동국가 사람들의 미국 입국을 사실상 막아버렸습니다. 미국 백인들의 일자리를 확보하려고, 국적과 인종차별 정책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영화 '청년경찰'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청년경찰’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러려고 고국 왔나! 영화상영 중단하라!”

지난 9월 11일, 영화 ‘청년경찰’ 상영 중단을 촉구하는 중국동포들의 집회가 열렸습니다. 중국동포들이 많이 사는 특정 지역이 영화에서 범죄소굴처럼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중국동포들이 부정적으로 묘사된 영화는 처음이 아닙니다. 영화 ‘황해’와 ‘신세계’에서는 돈 몇 푼에 기꺼이 살인청부를 맡는 ‘조선족’이 대거 등장합니다.

그러나 현실 속 연변이나 베이징, 상해의 중국동포들은 영화 속 구질구질하고 잔인한 캐릭터와는 거리가 멉니다. 한국의 행정고시나 사법시험 같은 관문을 통과해, 중국의 주류사회에 진입한 동포들이 적지 않습니다. 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이끈 선조들의 정신과 전통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참혹한 시절 일본과 맞서 싸우다 만주로 갔던 동포들은, 손자와 손녀들을 다시 한반도에 돌려 보냈습니다. 그들은 조국의 부족한 일손을 메워주고 있습니다. 2년 전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55%가 중국동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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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민족인 중국동포를 차별하는 우리들이 과연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정책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 모순적인 태도는 한 설문조사에서 극에 달합니다. ‘자녀의 배우자로 조선족은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 65%가 꺼린다고 답했습니다. 탈북자와 동남아시아인을 꺼린다는 답변은 각각 61%와 71% 였습니다. ‘조선족’이라고 표현한 설문의 어휘 선택도 눈에 거슬립니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은 재미교포인데, 중국이나 러시아에 살면 ‘조선족’, ‘고려인’이라고 불립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중앙정부가 소수민족을 부르는 이름을, 비판 없이 그대로 쓰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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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타인을 돕지 마라. 어린이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도, 그 부모는 당신을 해칠 수 있다’

콜롬비아 남성이 올해 3월 SNS에 올린 이 글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한국인 아내와 16년째 부산에 사는 레오 멘도사 씨의 글입니다. 대형마트 주차장으로 뛰어나오는 어린이를 향해 차량이 질주하자, 멘도사 부부는 소리를 질러 차량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콜롬비아 남성은 어린이의 할아버지로부터 욕을 먹고 폭행까지 당했습니다. ‘왜 남의 일에 참견하느냐?’고 비난하던 할아버지가 멘도사 씨를 밀쳐 넘어뜨렸다는 것입니다. 경찰로부터 콜롬비아 사람이라는 설명을 듣고서는 ‘폴란드보다 못한 콜롬비아 놈’이라는 취지의 비하 발언을 했다고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도서 '슈퍼피셜 코리아' (이미지 출처: 문학동네)

도서 ‘슈퍼피셜 코리아’ (이미지 출처: 문학동네)

스탠퍼드대학 신기욱 교수는 최근 펴낸 ‘슈퍼피셜 코리아’에서 우리 민족의 편협함에 일침을 가했습니다. 영어를 쓰는 백인만 존중하고 개발도상국과 중국동포를 업신여기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시리아 난민이라고 냉대를 받았다면, 인류에게 스마트폰은 없었을 것입니다. 세계 경제의 심장인 실리콘밸리에는 ‘구성원의 다양성이 인지능력의 다양성으로 이어져 문제해결의 효율성을 가져온다’는 믿음이 있다고 신기욱 교수는 설명합니다. 미국의 많은 대학과 기업들이 다양성 책임자(Diversity Officer)를 두고 인종과 사회계층, 성 정체성 등 여러 면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을 모으려고 애쓰는 이유입니다. 단일민족을 강조하며 동종교배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다양성에서 비롯되는 창조적 경쟁에서 늘 ‘퍼스트 무버’를 뒤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에 머물러야 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형준 프로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시시각각 변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세계 속 숨은 이슈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세상 돋보기의 안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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