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 세상돋보기] #20. 연예인과 일반인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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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 세상돋보기] #20. 연예인과 일반인

작성일2015-04-17

“위안부 할머니 보상금이 2천 원이라니… 정말 욕 많이 했어요. 남편이 욕을 듣고 무서워서 나가더군요.”

시청률 30%를 돌파한 드라마 ‘전설의 마녀’에서 걸쭉한 입담으로 인기를 모았던 김수미 씨가 일본의 위안부 할머니 보상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김 씨는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헬머니’에서 감옥에서 15년 복역한 80대 욕쟁이 할머니 역할로 ‘욕 배틀’에 참가했습니다. 김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정에서 불만 많고 직장에서 ’을‘의 입장인 사람들을 대신해, 시원한 욕으로 대리만족시키는 진통제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인의 정서를 대신 표출하는 연예인의 인기는 스크린 밖에서도 좀처럼 식지 않습니다.

영화 헬머니 한 장면 영화 ‘헬머니’,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http://goo.gl/m5oVkd)

 지난해 가을 홍콩에서는 ‘행정장관의 직접선거’를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경찰의 최루탄을 시민들이 우산으로 막아내면서 ‘우산혁명’이라고 불렸는데요. 결국 홍콩시민들은 2017년 홍콩 행정장관을 간접이 아닌 직접선거로 뽑을 수 있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시위가 한창인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는 ‘우산혁명’에 동조한 연예인 47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중국 내 활동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사자들은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영웅본색’의 주인공 주윤발은 수입 감소를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주윤발은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이성적이고 용감하다. 지나친 무력을 사용한 중국 정부가 잘못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영화 무간도의 황추성은 “어느 나라건 아픔이 있을 수 있다. 희생이 따르더라도 끝내 평화는 찾아올 것”이라고 말해 홍콩 시민들을 울렸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반면 액션배우 성룡은 시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며 “하루 빨리 홍콩 시민이 이성을 찾아 시위를 중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쿵푸 대결에서는 주윤발과 성룡 중 누가 이길지 몰라도, 이번 홍콩시위에서는 주윤발이 ‘공산당 옹호론자‘인 성룡을 이겼다”고 평가했습니다.

주윤발영화 ‘영웅본색’,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http://goo.gl/2QkVcS)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28년 전에 벌어졌습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대통령 직선제’를 원하는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선거 없이 정권을 물려주겠다는 ‘호헌 선언’을 한 1987년입니다. 대학생과 화이트칼라들이 거리로 나가 최루탄과 백골단의 폭력에 맞서며 ‘직선제로 독재타도!’를 외쳤습니다. 당시 최고 인기가수였던 조용필과 배우 안성기 씨가 시민과 뜻을 같이 하며 ‘호헌 반대’에 동참했습니다. 1980년대 서슬 퍼런 군부독재 치하에서 대통령에 반대하는 것은, 어딘가로 끌려갈지 모를 두려움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연예인과 지식인까지 합세한 6월 항쟁은, 빼앗겼던 대통령 직선제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었습니다.

“잠시만요~ 플래쉬 터뜨리지 마세요! 보라 언니 망막 상해요!!”

개그우먼 신보라 씨를 정상궤도에 올린 개그콘서트 ‘뿜엔터테인먼트’ 코너를 기억하시는지요? 2013년부터 2년에 걸쳐 장수한 이 코너는 연예인들의 스타병을 제대로 풍자했습니다. 인기를 얻어 억대 출연료를 받으며, 거드름을 피우는 일부 ‘스타병 연예인’들은 고용불안과 박봉에 시달리는 월급쟁이와 ‘미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재벌급 연예인들의 전성기가 사라지고, 먼 미래에는 배우와 연예인 같은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컴퓨터그래픽의 발달로 실물과 거의 똑같은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만큼, 연예인의 입지가 미래에는 더 좁아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최근 개봉된 3D 그래픽 영상 속 캐릭터가 점점 현실의 인간에 가까워지면서 인기를 끄는 것은 이런 전망을 뒷받침합니다. 일본은 지난해 흥행수입 톱10에 들어간 영화 가운데 다섯 편이 ‘겨울왕국’과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같은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도라에몽 스탠바이미영화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http://goo.gl/R6JInw)

 스타병 연예인들에 대한 거부감은 국가의 정책과 새로운 비즈니스에 반영되기도 하는데요. 프랑스에서는 영화배우의 과도한 출연료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지난 12월에 시작됐습니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는 영화제작비가 아무리 많더라도 스타 배우에게 99만 유로(약 11억 원) 이상의 출연료를 지급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런 정서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몸값이 비싼 배우들의 출연료와 영화 흥행을 계산해 ‘몸값 못하는 배우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군복무나 세금 문제를 일으키는 연예인들에 비해, 일반인의 정서를 대변하며 소신 있는 발언과 활동을 하는 연예인들은 더 오래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배우로는 여성 성폭력 방지를 위해 지구촌을 누비는 안젤리나 졸리, 아프리카의 학살과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애쓰는 조지 클루니가 대표적입니다. 국내에서도 독도지킴이 가수 김장훈 씨, 모피 사용에 반대하며 약자의 편에 자주 서는 이효리 씨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연예뉴스의 앞부분을 차지합니다.

일각에서는 조지 클루니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고, 안젤리나 졸리도 조만간 정치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설령, 정치에 뛰어든다고 해도 비난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연예인도 일반인들과 똑같은 권리를 갖고 있으니 말이죠. SNS의 확산으로 수많은 팬을 확보한 톱스타의 소신 발언은 문화권력을 넘어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연예인들 스스로의 절제도 필요하겠지만, 연예인의 개인적인 소신과 진정성을 존중해주는 성숙한 의식도 필요해 보입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형준 프로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시시각각 변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세계 속 숨은 이슈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세상 돋보기의 안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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