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엉뚱한 eye] #9. 골목길 담에 기대어… – LG 공식 블로그
본문 바로가기

[포토에세이-엉뚱한 eye] #9. 골목길 담에 기대어…

작성일2012-11-01

짹짹거리는 참새의 아침이 오는 소리학교 가자고 철수를 부르는 소리

세탁소아저씨의 세탁~소리

두부장수 딸랑거리는 종소리

골목대장의 고함소리

여자 아이들의 고무줄 노랫소리

저녁 먹으라는 엄마의 소리

술 취한 아저씨의 신세한탄소리

멍멍거리는 바둑이소리

피곤한 아버지의 발자국소리

신혼 부부의 까르르 웃는 소리

식구들의 행복한 웃음소리

이별의 아픔을 삼키는 긴 호흡소리

첫 키스에 콩닥거리는 소리

찹쌀떡~ 메밀묵~ 파는 소리

하루가 지나가는 소리

정겨운 우리들이 살아가는 소리

점점 그리워지는 골목길 소리

가을 날 단풍은 참 아름답습니다. (당연한 말을 참 당연하게 썼다.^^)
특히 골목길 담 밖으로 뻗친 나무 가지에 물들은 단풍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담 때문에 그 단풍이 더 아름다울지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네 집의 특색은 담인 것 같습니다.
옛날부터 당하고만 살아왔기 때문일까요?
어쨌든 이웃과 담쌓고(?) 지내는 우리네 도시의 집들입니다.
부잣집들은 쇠창살, 유리조각 심지어 전기가 흐르는 선으로 담장을 둘렀습니다.
그러나 서민들 집의 담은 안이 보일 듯 말 듯 어른 키 정도입니다.
시멘트 벽돌로 담을 쌓고 맨 위에 구멍 뚫린 블록을 쌓아
그 구멍 속으로 그 집을 살짝 보이게 한 것은
결코 서로 담 쌓고 지내는 서민들이 아니라 다 보여주기 부끄러운
우리들의 수줍은 배려였을지 모릅니다.
우리들은
담 너머로 “철수야! 놀자”라고 외쳤고,
겨울엔 양지바른 담에서 몸을 녹였고,
밖으로 나온 감, 대추나무의 열매를 서리하였고,
딸랑거리는 부두장수의 종소리를 들었으며,
담 옆에 세워진 가로등 불빛을 피해 짝사랑하는 여학생의 방을 가슴 졸이며 훔쳐보았고,
후미진 골목길 담에서 역사적인 첫 키스의 아름다움을 기억합니다.

예전의 우리네 담은 꽉 막힌 답답한 벽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을 정겹고 아련하게 해주는 추억덩어리였습니다.

지금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 담 헐고(?) 지내지만…..
사람들의 살아가는 소리가 점점 그리워지는 지금입니다.LG

서동윤 프로필

1991년부터 광고 생활을 시작한 연차 많은 광고쟁이입니다. 현재 TV 광고 제작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희로애락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는 노련하지 못한 40대이지만 순수함과 작은 사랑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40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