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45. 나를 위한 ‘그 무엇’ 한 가지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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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45. 나를 위한 ‘그 무엇’ 한 가지

작성일2015-05-15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대학교를 끼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공부깨나 한다는 학생들이 모여드는 유명 사립대학이지요.
그러다보니 꽤 오래 전부터 이 동네엔 하숙집들이 들어섰습니다.

대학가 하숙촌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하숙을 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네 주민들입니다.
이 동네 토박이들이 하숙 상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다른 동네사람들이 여기서 밥벌이라도 해보려고 이사 온 경우가 별로 없다 들었습니다. ‘텃세’랄까, 다른 곳에서 살다 온 사람이 여기서 하숙집 하기가 녹록치 않았을 수 있습니다. 서로 경쟁 관계인 듯해도 토박이들은 이미 동네 주민으로 잘 아는 사이인지라 정보를 나누고 손님 추천하고 하는 따위의 ‘동지의식’으로 뭉친 거지요.

하숙촌

아무튼 우리 동네엔 하숙 일로 소위 ‘형편이 확 핀’ 집이 여럿 됩니다.
5,6층 되는 원룸 건물을 두세 채 소유한 재력가도 있습니다.
얼마 전 이들 중 한 집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 동네 토박이로 일찌감치 하숙 일에 나섰고,
그간의 사정이 어찌하건 이제는 제법 번듯한 건물 몇 채를 갖고 있는 부부입니다.
나름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나이 지긋해진 지금에는 일을 놓거나 줄일 법한데 이 부부는 그러지 않았지요.

안주인은 자기 건물에서 식당을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바깥양반도 일손을 놓지 않았지요.
듣자니, 주택이나 소규모 건물 설비/배관 쪽 일을 한다 했습니다.
한 날, 바깥어른은 공사 나간 어느 집에서 추락했습니다. 3층 되는 높이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며칠 뒤 돌아가셨다 합니다.

그 가정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저 역시 이 동네 토박이 축에 드는지라,
이들 부부의 일부는 어림짐작할 수 있습니다. 진작부터 맞벌이에 나섰고 이런저런 노력과 궁리 덕분에
‘살 만한 형편’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들의 생활은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안주인은 매일같이 손님들 밥상 차리고 아저씨는 설비 공사 다니고…

사고 소식을 알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참, 허망하게 살다가셨구나’였습니다.
같은 동네사람일 뿐인지라 속속들이 그 집 사정을 어찌 알겠습니까만.
‘허망하다’고 느낀 게 실은 제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겠지요.
정작 당사자는 누가 뭐라 해도 그런 하루하루가 만족스러웠을 수 있을 테니.

경제력, 목적인가 수단인가

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가? 무엇 때문에 돈을 벌려고 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제각각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답변도 서로 ‘다른 것’일 뿐 어느 게 ‘옳고 그른 것’이라 구분할 성질은 아니겠지요.
한 가지, 자신이 매달리고 있는 그것이 ‘목적’인가, ‘수단’인가에 대한 돌아봄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이 지긋한 이들 부부에게선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게 오로지 목적 같아 보여 그 뒤끝이 제겐 ‘허망하게’ 비칩니다.

잘 살고 못 살고, 이를 구분하는 기준과 판단 또한 저마다 다르겠지요. 대개는 경제력을 그척도로 삼습니다.
사회구조가 그러하니 이 기준이 틀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이 기준은 ‘함정(陷穽)’을 깔고 있습니다.
거기에 매달리는 삶에 대한 자의적 판단이
때로는 삶의 방식뿐만 아니라 삶의 질까지 규정하기에 그렇습니다.

행복

그런 점에서 어느 사람이 제게 전해준 자신의 ‘행복 방식’이 와닿습니다.
“나는 사치할 형편이 못 돼.
하지만 나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선물을 나 자신에게 하기로 하고 실천하고 있어.”
그는 양말과 신발만큼은 편하고 괜찮은 걸로 선택한다 했습니다.
발이 편해야 몸이 편해지고 그래야 일도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에.

자신의 삶 어느 한 부분에 ‘의미’를 스스로 부여해보는 것,
그리 넉넉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게 둘러보면 꽤 있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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