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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51. 친구 셋 – 술벗/말벗/길벗, SNS 시대의 관계맺기

작성일2015-07-24 오전 10:08

사람을 살피려면 그를 직접 보지 말고 그 친구들을 확인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도 이 범주에 해당되는 용어입니다. 친구! ‘관계’랄까 ‘인연’이랄까요? 한때 친구 맺기는 오로지 자기 눈에 보이고 손발 끝이 미치는 범위에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어떤가요? 한마디로 친구가 넘쳐납니다. SNS 덕분에. 다만, 이 글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친구’는 어쩌면 ‘먼지 풀풀 나는’ 시절에 통용되던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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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나이 고하(高下)를 막론하고 일상에 자리 잡은 SNS에서 통용되는 관계까지 싸잡아 ‘친구의 외연’을 넓힐 생각은 없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맺은 친구란 ‘인연’이라 할 사연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용어 그대로 ‘팔로우(follow)’가 딱 맞는 표현 같네요.

가끔 생각합니다. ‘내게 어떤 친구가 있는가?
정확하게는 ‘내게 술벗, 말벗, 길벗, 이런 세 친구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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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벗.
술 한잔 같이 나눌 수 있는 친구입니다. 여기엔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어도 기꺼이, 그리고 대가(代價)를 바라지 않고’라는 단서(但書)가 붙습니다. 엇비슷하게 “불러만 다오. 버선발로도 뛰쳐나올 테니” 하며 술자리라면 시도 때도 없이 가리지 않는 관계는 ‘술(로 맺은) 친구’이지 ‘술벗’은 아닙니다.

술은 대체로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수단’으로 작용하느냐, ‘목적’으로 기능하느냐. ‘술 친구’는 술이 목적입니다. 이 사이에선 술이 없으면 친구 관계가 심심해집니다. ‘술벗’은 술이 수단이 됩니다. 여느 비즈니스도 이러하지요. 하지만 비즈니스 술자리가 ‘술벗’으로 나아가지는 못합니다. ‘대가 없이’란 단서를 싫어하니까요. ‘술벗’은 마음을 나누기 위해 술을 수단으로 삼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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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니’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말벗.
말이 통하는 친구입니다. 생활철학이나 가치관 같은 것이 비슷한 경우입니다. 이런 개념적인 부분이 서로 확연히 달라도 말벗이 되는 사이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건 이들의 공통점은 서로 경청(傾聽)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서로 지향하는 바가 같아도 자기 목소리 높이기에 급급한 관계라면 두 사람은 말벗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겁니다. 이들은 토론 상대를 찾고 있거나, 아니면 자기가 설득할 대상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경청에 인색한, 개념적인 부분이 서로 다른 경우는 두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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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곧이 곧대로 풀이하자면 ‘길동무’, 즉 먼 길 나서는 행차에 함께하는 친구입니다. 낯선 곳으로 길 떠나는 일에 어설픈 사람과 동행한다? 시쳇말로 ‘안 봐도 그림’입니다. 그 짝 나지 않으려면 그에게 나보다 무엇 하나는 나은 게 있어야 마땅하겠지요. 즉, 내게 가르침을 주는 친구, 내가 배울 게 있는 친구를 일컫습니다. 자신의 삶에 ‘스승’ 같은 의미의 친구. 요즘 잘 쓰는 말로 ‘멘토’가 비슷한 개념일 수도 있겠네요. 굳이 구분하자면, 멘토와 멘티 같은 다분히 종속적인 관계보다는 그냥 편하게 같이 지내면서 ‘아, 이 친구는 내가 보고 배울 게 있어’ 하는 자각이 우러나오는 사이가 길벗의 모습입니다.

그 ‘배움’은 내가 갖추지 못했기에 느끼는 상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내가 본받을 만한 것을 이릅니다. 내게 부족한 부분이라 해서 배움으로 여긴 것은 자신이 그 수준에 이르면 사라지겠지요. 무릇 본받을 만한 것은 시간이 흘러도 그 가치가 항상 뚜렷하게 살아 빛납니다. 친구에게서 이런 영롱함을 어느 부분에서라도 느낀다면 길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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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각합니다. 나는 ‘그냥’ 이런 친구가 생겨주길 바라기만 한 게 아닌가.
내가 원한다면 그 비슷하게라도 나 역시 누구에게 그런 사람이 되도록 신경 썼어야 했던 건 아닌가. 바라는 만큼 노력은 해보았던가.

좋은 친구는 내 삶의 거울입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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