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3.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리고 다시 보기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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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3.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리고 다시 보기

작성일2013-02-01

익숙한 것과의 결별

여러분께서는 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신 적이 있습니까?
언젠가 동틀 무렵,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면서 저는 그간의 제 상식이 깨지는 걸 확인한 일이 있습니다.
1분… 5분… 10분……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호흡에 맞춰, 새까만 밤하늘이 그 짙은 어둠의 장막을 ‘점점’ 밝은 빛으로 탈색하며 아침 모습을 갖춰가는 것. 이것이 제 상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이 표현은 분명 맞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시간이란 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흘러가는 것이지 어느 시간은 ‘째깍’흐르고 어느 시간은 ‘째~애~깍’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날이 밝는 게 아니라 ‘순식간에’ 밝아지는 걸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느낌은 맑은 날 보다 비 오거나 흐린 날에 더 또렷하게 다가옵니다.
세상 살다 보면 이처럼 ‘서서히’인 것 같아도, 또는 ‘서서히’ 그런 줄 알았는데 ‘한 순간에’ 닥쳐온 듯한
일들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이런 느낌은 이미 그 전에 서서히 진행되고 있던 일이 그렇게 서서히 진행되고 있음을 못 느끼고 있다가, 마침내 터져나올 즈음에 깨닫거나 알게 되어, 그것이 ‘순식간’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내 몸에 걸친 옷처럼 아주 익숙했던 일상의 하나가 ‘서서히’의 모습이 아니라 ‘순식간’이란 느낌으로 닥치노라면, 더욱이 그것이 결별, 즉 무언가 떨어져나가는 것이라면 견뎌내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그리고 생각해봅니다. 정말로는 서서히 그리 되어온 것을 내가 몰랐던 건지, 아니면 말 그대로 돌풍처럼 한 순간에 불어 닥친 것인지……

어쩌면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좀 시간을 두고 다가오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을 수 있겠고, 어쩌면 그냥 지내다 벼락같이 맞닥뜨리는 게 더 낫겠다 싶어 짐짓 모르는 것인 양 지내온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이 어떠하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바로 전까지 내 몸의 옷처럼 지극히 당연시하던 것을 새삼 돌아보게 하는 ‘낯설음’을 동반합니다. 그리고 이 낯설음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익숙해지기 시작합니다.  흔히들 이를 ‘적응’이라 일컫습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적응이라는 낯설음과의 익숙해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이, 또는 자주 이 ‘낯선 공식’과 마주하게 될까요?

익숙한 것, 다시보기

저는 제 삶의 대부분을 ‘글과 그 주변’에서 보냈습니다.
제게는 ‘글’이 내 몸에 오래 걸친 옷처럼 익숙한 이었지요.

그러나 요새는 이 익숙함과 결별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서히 다가온 듯하면서도 결별은 순식간에 이뤄졌습니다. ‘글과 그 주변’에서 희로애락을 겪으며 보낸 많은 시간들에선 부피 1500cc, 질량 2kg에 불과한 ‘머리’가 익숙함의 주체요 이 아래 몸통은 그저 따라 움직이는 보조였지요.
지금은 몸통이 적응이라는 낯설음을 친밀하게 해주는 주체요, 그 위 머리는 그저 지난 일일 뿐입니다.
흔히 말하는, ‘머리 쓰는’ 생활과는 결별하고 ‘몸으로 때우는’ 일상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지요.
뜨문뜨문 이렇게나마 글을 대하니 여러 생각이 교차합니다.
결별한 익숙함은 이제 낯설음으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적응해야만 하는 낯설음은 이제 익숙해져야 할 그 무엇으로 자리잡으려 하는가……
비단 저뿐이겠습니까.

희망합니다. 부디 많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함과의 결별’‘적응이라는 낯설음과의 익숙해짐’ 사이에 ‘자기만족’이 힐링 되어 스며들기를.LG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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