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 세상돋보기] #2. ‘7번방의 선물’의 경제학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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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 세상돋보기] #2. ‘7번방의 선물’의 경제학

작성일2013-03-08

서울 인근의 한 교도소.
살인범으로 몰린 용구는 흉기에 찔릴 뻔한 조폭을 구한 뒤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말해 봐”라는 조폭의 말에 딸 이름을 외칩니다. “예승이요!”

얼마 후, 고생하시는 법무부 교정본부의 공무원들이 보셨다면 너무나도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교도소 위문공연을 온 성가대원들 중 하나인 ‘예승’을 용구의 감방으로 빼돌리는 데 성공한 것이죠. 지적장애인 아빠와 세일러문(만화 캐릭터) 책가방을 좋아하는 초등 2학년 예승은 꿈같은 며칠을 함께 보내지만, 결국은 들키고 맙니다. 쫓겨나기 직전 예승은 교도소 과장 아저씨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저 멀리 가기 싫어요. 저도 잡아가시면 안돼요?”

지난 설 연휴 직전에 개봉해 1,150만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역대 6위에 오른 <7번방의 선물>의 도입부 장면입니다. 제작비 35억 원을 투자해 누적매출액 800억 원에 육박한 이 영화에 대해, 일부 언론은 수익률이 900%를 넘었다는 기사를 내놓고 있습니다. 성공요인으로는 주연배우 류승룡 효과도 꼽히지만, 눈물샘을 자극하는 아역 배우의 감정이입 뛰어난 연기력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인데요. 충무로 일각에서는 관객 수 822만을 기록한 <과속스캔들>에 이어 가족영화 시장이 한국에서도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36세인 할아버지와 22세인 딸, 6살 손자의 얘기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과속스캔들> 역시 눈물과 웃음을 통해 행복한 가족영화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었는데요.

한국 가족영화 흥행의 비밀

한국영화계에 가족영화가 흥행 장르로 자리 잡은 것은 인구통계학적인 변화를 적절히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행복한 가족사진’ 하면 떠오르는 아빠와 엄마 두 자녀의 모습이 이제는 더 이상 대세가 아니라는 얘긴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1990년 9%에서 2011년 약 24%로 증가했고, 2025년에는 31%를 넘을 전망입니다. 서울시의 경우는 이미 지난해에 1인 가구 수(85만)가 4인 가구 수(80만)를 앞질렀습니다. 미국은 전체가구의 약 28%가 1인 가구이고, 스웨덴은 그 비율이 47%에 이릅니다. 싱글족이늘어나고 인구 고령화에 따라 홀로 사는 노인들이 급증하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저녁 식탁에 네 가족이 도란도란 모여, 부모는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묻고, 아이들은 ‘세일러문 가방’을 메고 놀이동산에 가고 싶다고 대화하는 장면…….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관객들)에게 그것은 남의 이야기거나, 추억하고 싶은 아련한 기억이거나, 이루기 쉽지 않은 희망이 되어버린 현실이 가족영화 흥행의 한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2011년 50억 원이 채 안 되는 제작비로 530만의 관객을 끌어 모아 그 해 최고의 ‘슬리퍼 히트(의외의 흥행작)’라는 평을 받았던 영화 <완득이> 기억하시는지요. 엄마가 필리핀 여성이라는 사실에 고민하는 완득이에게 담임교사 동주는 이렇게 말합니다. “난 말이야,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건 베트남 사람이건 살아있기만 하면 좋겠다. 임마!”

완득이의 성공, 그리고 다문화 가정

장애가 있는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좌절하다가 선생님을 통해 자신을 찾고, 필리핀 사람인 엄마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코믹하고 따듯하게 엮은 가족영화 <완득이>는 다문화 가정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십여 년 만에 아들을 만난 필리핀 엄마는 완득에게 조심스레-다소 어색한 발음과 억양으로-말합니다. “함께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해요……. 한 번만 안아 봐도 돼요?” 두 모자가 포옹한 채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감정이입이 제대로 된 이 연기에 성공한 필리핀 이주 여성이자스민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는데요.

다문화 가정을 다룬 영화 역시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했기에 성공이 가능했다고 평가합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근로자는 20여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여전히 숫자는 늘고 있는데요. OECD 회원국들 평균은 근로자의 8% 이상이 외국인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낮은 출산율과 인구 고령화로 한국을 비롯한 OECD 국가들 대부분은 외국인 청년이주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미국국가정보위원회(NIC)는 세계화된 노동시장이 부상함으로써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국제기구의 필요성까지 제기했는데요. 예를 들면 이주했을 때 연금과 의료보험 등의 혜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이전에 일했던 국가의 자격은 유지할 것인지 등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 생체인식시스템(biometrics)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가 입국 통제능력을 높여야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대대적인 이주는 다문화 가정의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다문화 가정을 다룬 영화 제작도 ‘4인 가족의 추억’을 다룬 영화만큼이나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 서울대 의대의 한 교수는 외부 강의에서 “앞으로는 운이 없으면 120살이나 130살까지 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었는데요. 최근 세계미래회의가 발간한 미래보고서는 ‘의료보건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현재보다 20~30년 더 생산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앞으로 장년층의 노후에 대한 걱정과 이미 늘어난 홀로 사는 은퇴자들의 애환을 다룬 <노인영화>가 흥행에 대박을 터뜨릴 날을 조심스레 예견해 봅니다.LG

안형준 프로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시시각각 변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세계 속 숨은 이슈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세상 돋보기의 안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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