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 세상돋보기] #26. 백마 탄 왕자 對 독거미 여전사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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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 세상돋보기] #26. 백마 탄 왕자 對 독거미 여전사

작성일2015-10-12 오전 10:47

백마에서 내린 왕자님이 가시덤불을 헤치고 낡은 성에 진입하는 데 성공합니다. 성의 한 침실에는, 나쁜 요정의 마법에 걸려 100년째 잠을 자고 있는 공주가 누워 있습니다. 왕자는 공주의 아름다운 자태에 반해 키스를 하고, 잠시 후 공주는 드라마틱하게 기나긴 잠에서 깨어납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접했을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디즈니社 버전입니다. 그러나 17세기 프랑스의 샤를 페로가 쓴 원작 동화에는 ‘왕자의 키스’는 없고, 100년간의 저주가 끝나 공주가 스스로 눈을 뜹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신데렐라’, ‘백설공주’와 함께 백마 탄 왕자님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대표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의도 없이 키스해도 되나?’ ‘100년 동안 이를 안 닦았으면 입냄새가 대단했을 텐데…’ 같은 비판적 시각도 제기됐습니다. 이런 시대의 변화와 함께 디즈니社의 마케팅 전략도 크게 수정됐습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왼쪽)와 겨울왕국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왼쪽부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와 겨울왕국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난 해가 뜨는 것처럼 일어설 거야(I’ll rise like the break of dawn).”
자신의 왕국을 등지고 떠난 ‘겨울왕국’의 엘사가 일출을 보며 던진 말입니다. 2년 전 1천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에는 우아한 롱드레스를 입고, 백마 탄 왕자님의 키스를 기다리는 공주는 더 이상 없습니다. 무릎을 드러낸 돌발적인 치마를 입은 엘사의 관심사는 본인의 초능력입니다.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왕자 한스는 왕위를 노려, 거짓 사랑을 하다가 들키는 ‘배신남’입니다. 키스로 공주를 구원하던 백마 탄 왕자의 ‘처절한 몰락’입니다.

십여 년 전, 최고의 여배우 데미 무어를 삭발하게 만든 영화 ‘GI 제인’을 기억하십니까? 해군정보장교인 데미 무어는 지구촌 최고의 정예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지옥 같은 훈련을 여성 최초로 통과합니다. 하루 네 시간 이상의 수면이 허용되지 않는 24주의 혹독한 훈련에, 강철 체력을 갖춘 남성들도 절반 이상은 견뎌내지 못합니다. 네이비실은 2011년 9.11 테러의 배후인 오사바 빈 라덴을 기습해 제거한 부대입니다. 아프간과 파나마 침공, 걸프전에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전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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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미군 육사 출신 여군 장교 두 명이 네이비실의 금녀의 벽을 허무는 데 성공했습니다. 두 여성이 지옥훈련을 이겨낸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는 ‘진짜사나이 여군 특집 시즌3’가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이미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상종가를 친 ‘여군특집’은 ‘꿀 애교녀’ 혜리 같은 스타 탄생도 이끌었습니다. “내 머리를 밟고 가십시오”라는 여배우의 진심어린 절규와 교포 연예인의 가식 없는 눈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즌3에는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 씨 등 10명이 출연해, 여성 특수부대인 ‘독거미부대’ 입성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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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군입대 프로젝트의 여군특집이 해마다 인기를 끄는 것은 여성의 경제적 위상 변화와 군대의 IT 인력 수요 증가라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육박전’ 대신 ‘사이버 정보전’의 비중이 커지면서 고학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추세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육군 관계자는 “팔굽혀펴기와 달리기를 잘하는 특공대원보다 적의 데이터망을 돌파할 수 있는 능력자를 원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 중인 대만에서는 ‘여군’이 인기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8백 명 모집에 5천여 명이 몰려 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보수와 복지수준이 높기 때문입니다. 모범적인 복지국가, 노르웨이는 내년부터 19~44세의 여성은 누구나 1년 동안 군복무를 해야 합니다. ‘성 중립적(Gender neutral)’인 군대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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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해 남성 전업주부의 숫자가 4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CNN은 최근 ‘일터에서 남성들이 사라진다’는 기획리포트를 방송했습니다. 남성의 평균 학력이 여성에 비해 낮아지고, 투옥과 장애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1956년 미국의 남성 경제활동인구 중 약 98%가 일자리가 있었지만, 2014년에는 88%로 하락했다는 통계를 덧붙였습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봄 ‘열등한 남성, 사회적응력을 키워라’라는 취지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교육을 덜 받은 남성 블루칼라들이 점점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미국 고졸 남성의 2013년 실질임금은 34년 전보다 21% 줄어든 반면, 고졸 여성의 임금은 3% 늘어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시즌3 두번째 방송에서는 교포 가수 제시가 화생방교육 탈락으로 퇴소 위기에 놓이기도 했었는데요. ‘독거미부대’에 도전하는 여전사 열 명의 일거수일투족이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며,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백마 탄 왕자는 찾아볼 수 없는 부사관 훈련소에서, 과연 어느 여성이 독거미부대에 입성하며, 인기와 명성을 거머쥘 수 있을까요?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형준 프로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시시각각 변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세계 속 숨은 이슈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세상 돋보기의 안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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