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57. 나의 버킷리스트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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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57. 나의 버킷리스트

작성일2015-10-26 오전 11:33

어떤 사람이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갖고 있는 휴대폰을 끄고 지내보자.”

스스로 결심은 했지만 적잖이 망설였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이제 휴대폰은 일개 전화기가 아니라 일상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내 삶의 한 축이 된지 오래기 때문입니다. 휴대폰 없이 지내는 동안의 불편함, 나아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오해, 불이익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 이런 몇 가지가 휴대폰을 끄기까지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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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 끝에 나름 절충안을 시도하기로 합니다.
“사흘 동안만 해본다. 오후 6시 이후부터 이튿날 출근 전까지 휴대폰을 끄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사람 일이란 게 어제 오늘 매번 같을 수 없겠지요. 그럼에도 그 사흘간 이 사람에게 ‘심각한 특이 사항’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얼마 뒤 그 기간을 일주일로 늘입니다. 이때는 약간의 트러블이 생겼다고 합니다. 주로 이래저래 아는 사람으로부터 생긴 일로, 연락 단절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 부분은 다음날 일을 나가면 거의 해소되는 것들이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그가 세 번째 시도한 일은 ‘사흘간 온전히 휴대폰 끄기’였습니다. 이 ‘과감한’ 실험에서 그가 일단 내린 결론은 “이것은 아직 무리한 시도”라는 것입니다. 특히 업무와 관계된 것에서 비롯되는 상황이 제일 큰 부담이 된 것이지요. 양해를 하는 축도 있었지만 “대체 뭐 하는 짓이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휴대폰을 두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게 된 동기는 간단합니다. “불요불급한 사항이 아니면 휴대폰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오롯이 내 의지에 의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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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상에서 차지하는 휴대폰의 막중한 비중이 그 하나. 기술 발전이 생활의 편리함을 보장하는 대신 그만큼 삶을 더 바쁘게 만든다는 게 두 번째 이유입니다. 시간을 절약하고 시간적 여유를 갖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 시간에 더 쫓겨 지내도록 하는 ‘역설(逆說)’을 우리는 일상에서 수시로 마주합니다.

예전, 서울에서 부산으로 일보러 가려면 1박2일 출장이 기본이었습니다. 빡빡한 일정이 될 때도 있었지만 볼일 보며 출장길에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있기도 했지요. 요즘엔,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당일치기’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후딱 다녀와서 다음 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출장길의 낭만’이란 언감생심(焉敢生心), 예전 선배들의 추억담으로 박제(剝製)됩니다.

바쁘게 살수록 자기 삶을 돌아보고자 하는 열망이 강해집니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욕구가 커집니다. ‘평소 바라던 그 무엇’을 하려고 하지요. 이름하여 버킷리스트입니다. 휴대폰 끄기를 시도한 예의 그 사람도 자신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실행한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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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에 담을 내용은 저마다 다르겠지요. 개인 형편에 따라, 또 취향에 따라…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 ‘그냥 막연한 희망사항’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 상황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인데 이런저런 핑계나 이유를 대며 시도하지 않고 있는 일, 조금만 더 노력하거나 형편이 한 단계 나아지면 해봄직한 일 등으로 구체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이쪽 ‘전문가(?)’들이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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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킷리스트’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버킷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은 이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이 열연한 이 영화는 보는 이를 웃기고 짠하게 합니다. 인생 ‘석양길’에 접어든 두 사람이 저마다의 버킷리스트를 함께 실행하는 내용인데요. 모건 프리먼이 극중에서 건네는 대사는 잔잔한 울림으로 남습니다.
“당신은 살면서 인생의 기쁨을 찾았는가?”

이어지는 대사는 울림을 넘어 고개 숙이게 합니다.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는가?”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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