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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 세상돋보기] #27. 한강에서 기적이 일어난 까닭은?

작성일2015-10-29 오전 10:29

1592년 9월 열두 척의 조선 군함이 27배가 넘는 삼백삼십 척의 왜군 군함을 물리친 명량대첩. 지난해 1천만 클럽에 가입한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은 최민식 씨는 외칩니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향해야 한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식의 20세기 민주주의 원칙 같은 대사가 튀어나오는 데도, 어색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영화 ‘명량’ 포스터(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명량’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명량대첩 8개월 전, 이순신 장군은 왜군을 공격하라는 국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파직되어 한양으로 압송돼 혹독한 신문을 받은 것으로 기록됩니다. 이 누명을 풀어낸 것이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의 사직상소였습니다. “이순신을 천거한 것은 신이니 이순신에게 잘못이 있다면, 신 또한 조정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사직상소(社稷上疏)란 관직에서 물러나고자 하는 의사를 적어 임금에게 올리는 글입니다. 이순신 열풍 속에 기획된 드라마 ‘징비록’에서 류성룡(김상중 님)은 선조께 질문합니다. “신(臣)을 믿으십니까?” 이에 선조가 그렇다고 답하자, “그럼 어찌 신이 천거한 이순신을 믿지 못하십니까? 그가 반란을 꾀한다면 신이 먼저 가서 그의 목을 칠 것입니다.”라고 충언합니다. 사직상소 직후, 선조는 이순신 장군에게 백의종군을 명하며 석방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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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에게 잘못을 고치라고 충언하는 간언(諫言)이나 의견, 진정을 담은 글을 ‘상소’라고 합니다. 475년 동안 존속한 고려와 518년을 이은 조선에는 상소 외에도 여러 왕권 견제 장치가 있었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합니다. 왕의 잘못을 지적해 바로잡는 간쟁(諫諍)이 대표적입니다. 사실을 간접적으로 비유하는 ‘풍간’과 사실대로 말하는 ‘직간’ 외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간하는 ‘함간’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왕의 명령에 제동을 거는 봉박(封駁)이란 제도도 전해집니다. 왕의 명령을 관료나 백성에게 전달하려 작성한 조서를, 신하가 봉함하여 되돌리는 제도입니다. 봉박은 정책뿐 아니라 인사문제를 놓고도 자주 행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왕권 견제장치 중 대부분이 일제 강점기에 당파싸움으로 평가절하됐다는 평가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버드대 역사학 박사 출신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Emanuel Pastreich) 경희대 교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외조부가 독일 강점기 시절, 나치당 가입을 거절하다 해고된 룩셈부르크 세무청 차관’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해석과 주장은 국내에서도 있어 왔습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서울대 이태진 교수는 ‘조선시대 당쟁은 민족성과 관계가 없는 중세의 정당정치’라고 해석합니다. 하나의 관점에서만 비판하고 논쟁하는 당파(黨派)가 아니라, 붕당정치가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붕(朋)은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한 벗이고 당(黨)은 이해관계에 따라 모인 집단인데, 붕당정치는 정책적 대결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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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교수는 이어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던 것은 2천년 넘게 이어온 민주주의와 지적 전통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1950년대에 가난했던 한국을 소말리아와 비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조선시대의 ‘사랑방’은 예술가와 학자, 관료와 학자가 소통하는 융합의 장으로 해석합니다. 예의에 맞는 적절한 언행을 추구하는 예학(禮學)도 높게 평가합니다. 처벌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모범사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이 급증하는 SNS 시대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한류에 영향을 받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시간 날 때마다 한국 드라마를 즐깁니다. 특히 ‘대장금’을 좋아해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각각 직접 한 얘기들입니다. 이렇듯 한류가 지구촌 곳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되지 않으려면, 한국의 전통과 국가 브랜드 이미지로 제대로 스토리텔링이 이뤄져야 한다고 임마누엘 교수는 충고합니다. 그는 특히 ‘선비정신’이 국가 브랜드 홍보 전략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도덕적 삶과 학문적 성취를 지향하고, 평화적 방법을 선호하면서 검소하게 민본주의를 실천하는 선비정신에 인류 모두가 동의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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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파리에서는 한국의 사찰음식이 프랑스 요리 명장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채소를 사용하며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식 슬로푸드’라는 평가입니다.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패스트푸드의 흐름을 거스르며 파장을 일으킨 셈입니다. 뉴욕에서는 한인교회의 건축을 위해 익명으로 100만 달러 기부가 이뤄졌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서양인들만의 품위처럼 인식돼온 거액기부를, 한 재미교포가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진행한 것입니다.

“한국인들이 유토피아로 여기는 선진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라는 임마누엘 교수의 다소 낯선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는 기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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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준 프로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시시각각 변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세계 속 숨은 이슈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세상 돋보기의 안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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