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59. 그 섬에 ‘가는 길’이고 싶다 – LG그룹 공식 블로그
본문 바로가기

[필링을 위한 힐링] #59. 그 섬에 ‘가는 길’이고 싶다

작성일2015-12-18 오후 6:14

trapiche-769994_1920
헛헛한 마음에 그냥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려 도착한 연안부두

그날은 바람도 서풍이 불었습니다. 뱃길 두 시간 반, 여객선은 이 시간에 오로지 혼자였습니다. 가야 할 길도 보이지 않는 바닷길을 용케도 흐트러지지 않고 달리던 여객선. 그렇게 뱃고동 소리가 괜한 생각 많은 사람에게 들으란 듯 “우리는 잘 가고 있어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객선, 화물선, 어선
여기에 실린 얼마나 많은 일들이, 사연들이, 바닷길에 몸을 담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날도 사람들은 환한 얼굴, 무표정한 모습, 찌푸린 표정 저마다 다른 속내를 안고 뱃길에 몸을 싣고 있었습니다.

pebbles-1031167_1920
하지만 정작 바다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이야기 따위엔 관심 없이 그저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을 뿐, ‘사람들아, 그냥 오거라. 욕심 부리지 말고’ 바다는 그냥 그대로의 모습으로 생각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바다를 변하게 하는 건 단지 바람뿐 입니다.

그날, 그 섬으로 가는 배편에 오른 많은 사람들은 바다의 생각을 읽은 걸까 조금 흔들리고 파도에 일렁거려도 심지어 빨리 가지도 않는 데도, 어떠한 불평도 불만이 없었습니다.

파도 소리갈매기 울음이 전부인 곳이기에, 사람들은 이때만큼은 어떤 의지도, 욕심도 다 부질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을 것 입니다. 그래서 일까 그 섬으로 가는 길에선 다들 내려놓고, 마음을 비웁니다.

그러다 땅에 발을 디디면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갖가지 상념과 의지와 욕망이 그득한 그 모습으로.
뱃길에 잠시 내려놓았던 자기 것들을 뭍에 닿으며 부랴부랴 회수해갑니다. 마치 잃어버린 소중한 무엇들을 되찾은 양 꼭 껴안고, 제 일상으로 묻어 들어가죠. 언제 내려놓고 비운 적이 있었나 싶게.

sunset-1028885_1280
괜히 생각 많아지고 그래서 헛헛해지면,
그 섬에 가고 싶습니다.
그 섬에 가는 길에 있고 싶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필링을 위한 힐링' 시리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