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60. 그리움은 그리운 것 이상이다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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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60. 그리움은 그리운 것 이상이다

작성일2016-01-08 오전 10:43

문득 옛사랑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일부러 그 사람을, 그 시절을 끄집어내려 한 것도 아닌데 불쑥 떠오릅니다. 속으로 실없이 웃다가도 생각 한 켠은 어느새 옛사랑에 가있습니다. 한때나마 ‘나와 너’가 아닌 ‘우리’였던 만남. 같이 있을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 그대가 더 소중해지면 이게 사랑인가 보다, 시간 흐르며 깨달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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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만남’은 우리라는 ‘사랑’으로 꽃 피우면서 비로소 보석이 됩니다. 보석처럼 소중했던 그 ‘우리’는 지금은 ‘너, 나’입니다. 옛사랑이 지금의 사랑이 아닌 데에는 그때 분명 사연이 있었겠지요. 아마도 만남이 사랑으로 영글었을 때 맞이하던 기쁨보다 더한 무게의 속앓이를 했겠지요.

그래도 불현듯 떠오른 옛사랑은 추억으로 영사(映寫)됩니다. 함께한 보석 같은 시간들, 그 일부분만 투영될 뿐이지만… 옛사랑이 불청객처럼 어느 날 불쑥 머릿속에 나타나도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만남이 사랑으로, 사랑이 이별로, 그렇게 감정의 곡선이 일렁거렸지만 지금은 다 그리움이니까요. 그리움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그리운 것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Record on turntable

이따금 낡은 전축(電蓄)을 쳐다봅니다. 턴테이블, 앰프, 튜너, 그리고 스피커. 전축은 지난날의 주말 파트너였습니다.  종이 필터로 커피 한잔 내려 받고 LP 음반을 전축에 걸면서 오늘이 주말이지, 스스로 뿌듯해 했습니다. 아침 시간의 게으름이 허용되는 주말을 그렇게 열었고, 전축은 안성맞춤 동반자였습니다.

날씨 화창한 주말이면 락 밴드 스콜피언을 불러냈습니다. 턴테이블 픽업 바늘이 LP 가장자리 홈부터 안쪽까지 훑었습니다. ‘Holiday’는 주말 아침의 뿌듯함에 날개를 달아주었지요. 차분한 주말 날씨엔 존 레넌의 LP가 제격이었습니다. ‘Imagine’은 노래 그 이상의 여운을 거실 가득 채우며 게으른 주말 아침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임을 일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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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인가, 주말 아침을 함께 열던 전축이 ‘옛사랑’처럼 멀어졌습니다. 더불어 LP도… CD 때문이었을까요. 세련된 뉴 페이스에 더 끌렸겠지요. 새로운 것에 대한 끌림은 익숙해진 것에 대한 멀어짐이기 십상입니다. 사람의 선택은, 감정이란 건 때로 이렇듯 종잇장처럼 얇고 가볍기까지 합니다.

그러다 어느 때가 되면 그간의 여러 것들 중에 일부는 지난일임에도 불구하고 되살아납니다.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한동안 흘려 지나치던 전축이 새삼 눈에 꽂히기 시작한 것도 그리움이라 여깁니다. 한때, 게으른 주말 아침을 함께하던, 그래서 뿌듯해 하던… 마치 옛사랑처럼 그렇게 그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움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그리운 것, 그 이상입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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