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8. 가슴에 담은 말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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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8. 가슴에 담은 말

작성일2013-06-12

살다 보면 어딘가에서 해답을 찾고 싶고 누군가에게서 위안을 얻거나 무엇으로부터 깨우침을 받고자 하는 때가 있습니다. 멘토라는 존재가 이럴 때 유용하겠지요. 당신의, 여러분의 멘토는 무엇입니까. 그 존재가 사람이고 그 멘토가 당신을 잘 알고 있다면, 당신은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꾸려가고 있음을 자부해도 좋을 듯합니다.

멘토가 굳이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겠지요. 책에서건 아는 사람에게서건, 어디서건 우연히 내 가슴에 와 닿는 말 한마디가 있어, 그것이 내 삶에 작지 않은 부피로 자리매김한다면 이 또한 멘토랄 수 있습니다. 그 말이 완전히 새롭고 온전히 전문적인 거라면 ‘적어도’ 멘토 자리엔 어울리지 않을 겁니다. 정말 가슴에 와 닿는 어느 한마디 말은 그냥 스쳐가는 일상의 한줌 바람처럼 익숙하고 자주 있어왔던 것에서 찾아집니다. 단지 자신의 ‘인연’에 걸리지 않아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을 뿐입니다.

“길들여진다”

평범한 단어지요.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익숙한 용어이기도 합니다.
제게도 역시 이 말은 수많은 그저 그런 용어 중의 하나였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이 말을 ‘다시 보게’ 되기 전까지는…….
아주 오래 전 이 책을 읽었습니다만 그 당시 제 눈에 박히듯이 들어앉아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말이 되어버린 게 ‘길들여진다’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겠지만 잠깐 되짚어보는 것도 괜찮다 싶네요.

 어린왕자가 여러 별들을 찾아 다니는 혹성 여행에서 일곱 번째로 들른
이 ‘지구’입니다. 여기서 우연히 여우와 마주칩니다. 한참 전에 떠나온 어린왕자의 자기만의 별에 두고 온 꽃 생각에 우울함이 가시지 않던 그에게 여우는 반가운 존재였습니다.

 

  “나와 놀지 않겠니? 나는 지금 정말 슬프단다…”

 어린왕자의 제의에 여우가 답합니다.

  “나는 너와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어린왕자가 묻습니다. 길들여진다는 게 무언지.

 

 “그건 ‘사이좋게 된다’는 말이야”

 

한마디로 정리한 여우가 덧붙인 다음 말은 그 당시 제게 (적어도 저에게는) 가슴이 불현듯 일렁이는 충격같은 느낌으로 다가와 박혔습니다.

“내게 있어서 너는, 지금으로서는 10만이나 되는 다른 많은 사내아이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사내야. 따라서 나는 네가 없어도 아무런 상관없지.

너 역시 내가 없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 거야. 네게 있어서 나는, 10만이나 되는 다른 여우와 똑같을 거야.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떨어질 수 없게 된다. 너는 내게 있어서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이 되는 거고, 나는 네게 있어서 둘 도 없는 여우가 되는 거지.”

이어서 여우는 이 ‘길들여짐’이 일상에서 갖는 의미를 이렇게 일러줍니다.

 “다른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얼른 굴 속에 들어가 숨는다.
하지만 너의 발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음악이라도 듣는 듯한 기분이 되어
굴 밖으로 뛰어나올 거야.

 저 건너편에 보이는 보리밭 말이야.
나는 빵은 먹질 않아. 그러니 보리 따위는 내게 필요 없어.
그래서 보리밭을 바라보아도 생각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그러나 너의 금빛 머리칼은 정말 아름답구나.
네가 나하고 사이좋게 지내준다면, 보리가 매우 멋지게 보이게 될 거야.
누렇게 익어 금빛을 띤 보리를 보게 되면 너를 생각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보리밭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도 기쁘게 들리겠지.”

마치 김춘수 시인이 <꽃>이라는 작품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한 것과 흡사합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이 ‘길들여짐’을 새로 ‘알기’ 전에는 제게 길들인다는 말은 다분히 ‘부정적’인 어감의 단어에 불과했습니다.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한 획 틀리지 않은 단어가 전혀 다른 느낌의 세계로 펼쳐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여러분의 ‘길들임’은 무엇인가요,
또 어떤 의미로 그대에게 다가왔나요?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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