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62. ‘별밤’을 잊은 그대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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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62. ‘별밤’을 잊은 그대

작성일2016-02-04 오후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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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1969년 무렵 첫 방송을 탄 이래, 지금도 이른바 ‘별밤지기’들과 함께하고 있는 장수 프로입니다. 놀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널려 있는 요즘에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걸 보면 <별밤>의 매력이 새삼 도드라져 보입니다.

사실 이 프로는 특히 70,80년대를 가로지르며 대단한 ‘위세’를 떨쳤습니다. 수많은 청취자들이 기꺼이 밤잠을 ‘헌납’하며 심야에 방송되는 이 프로에 귀를 곧추세웠습니다. 스스로 ‘별밤지기’를 자처한 별밤지기들은 화장실 가고 싶었던 것도 참아가며 라디오에 귀를 처박다시피 집중하다, 엔딩 음악이 흘러나올 즈음에야 비로소 ‘제 정신’을 차렸습니다. <별밤>은 그렇게 70,80년대 한밤을 풍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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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참에 생각 하나 해봅니다.

그때 밤하늘은 어땠을까. <별밤> 이름처럼 까만 하늘에 별들이 총총 빛났을까. 어림잡아 짐작만 할 뿐입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오염이 덜 되었을 테니, 말 그대로 ‘별이 빛나는 밤’이지 않았을까.

더불어 떠오르는 생각 하나. 밤하늘을 쳐다보며 지내기는 하는가.

올려보았다 하더라도 내일 날씨가 어떠할까, 고작 그 수준 아닐까요? 사실, ‘제대로(?) 된’ 오지(奧地)가 아닌 다음에야 웬만한 곳에서의 밤하늘은 밋밋할 뿐입니다. 그냥 해 떨어진 자리에 달만 덩그러니 떠 있는 그런 모습이지요. 게다가 별이 빛나기는커녕 별 보기조차 간단치 않습니다.

자연스레 어느 때부터 밤하늘은 그저 낮 시간 다음에 이어지는 ‘어둠’에 불과한 현상으로만 남습니다. 별 볼 일 없어진 밤하늘은 진짜 ‘별 볼일 없는’ 것으로 각인된 겁니다. 다 압니다. 이 모든 게 더러워진 대기, 그리고 밤이라는 자연색 그대로의 어둠을 빼앗아버린 갖가지의 조명들 때문임을. 그러면서 잊어버립니다. 하루라는 시간은 낮과 밤이라는 두 자연 현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두 눈 뜨고 나다니는 낮 시간의 청명성(淸明性)엔 무척이나 예민하게 반응하고 신경 곤두세우지만, 두 눈 감고 지내는 밤 시간의 청정도(淸淨度)엔 망각하듯 잊고 지냅니다.

잊고 지내는 밤하늘을 찾아보세요. 낮 시간만큼이나 중요한 밤 시간을 찾아볼 일입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어쩌다 한 번만이라도 좋습니다.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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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아는 사람이 자신의 체험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집트 바하리야 사막 여행에서 겪은 일입니다. ‘하얀 색깔’의 모래사막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입니다. 정작 이 사람을 더욱 경탄케 한 것은, 흰 사막이 아니라 거기서 야영하며 마주한 밤하늘이었습니다. 눈 닿는 하늘 모두에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떠 있었다지요. 그냥 반짝반짝 빛나며 박혀 있는 게 아니라, 그의 말을 빌면 그 많은 별들이 하늘에서 쏟아내렸다 했습니다. 외경(畏敬)스러운 장관(壯觀)에 그는 왈칵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얀 사막, 까만 밤하늘, 그리고 바로 눈앞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별들. 그 속에 단지 점(點) 하나 같았을 사람. ‘제대로 된’ 밤하늘은 그 자체만으로 ‘살아있는 가르침’이 됩니다. 바하리야 체험을 누릴 수 있는 게 호락호락하진 않겠지요. 굳이 거기가 아니어도 비슷하게나마 밤하늘의 참 기운을 마주할 곳이 있겠지요. 경상북도 영양이란 곳도 그 하나입니다. 강원도 화천/영월, 경기도 양주 등 천문대가 설치 운영되고 있는 곳도 그렇습니다.

가끔이라도, ‘잃어버린’ 밤하늘을 찾아볼 일입니다. 그곳에 서는 순간, 그동안 잊고 지낸 나만의 ‘그 무엇’이 ‘별밤’처럼 가슴을 적시지 않겠습니까.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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