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63. ‘공감’이란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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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63. ‘공감’이란

작성일2016-02-19 오후 3:55

수년 전에 제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펴냈습니다. 분에 넘치게 저서 하나를 갖게 된 거지요. 대단한 경륜이나 지식과는 거리가 멀었었기에, 제 이름 석 자를 내건 책을 출판하기까지 이런저런 고민이 앞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꽤 오랜 기간 이곳저곳에 써온 글들이 제법 쌓여, 이른바 콘텐츠는 그다지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하나의 키워드로 묶을 수 있는가 하는 검토와 선별만 하면 되었습니다.

출판이란 게 원고가 있다고 다 되지는 않습니다. 이것을 책으로 만들어 시장에 유통시키는 일이 더 까다롭고 어렵습니다. 어느 출판사와 협의해야 하는가까지는 제 영역이지만 그다음 과정은 제 손 밖의 일이 됩니다. 원고에 대한 상품성 여부, 원고 검토 및 수정 보완, 계약 등등이 그렇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제약도 따르고 해서 우여곡절을 거치며 어떻든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일터에서, 개인 삶에서 세상 살아가며 겪고 깨달은 이런저런 단상(斷想)과 경험을 풀어놓은 내용입니다. 책을 내기까지 적잖은 ‘용기’도 필요했었지요. “책 한 권 엮을 만큼의 글 분량이 된다 해서 출간하는 게 맞는 건가. 자기 이름을 건다는 것은 ‘실적’도 아니며 ‘성취’도 아니다. 그것은 ‘책임’ 아닌가” 같은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져보지 않을 수 없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돌아보니, 그런 심정이 책 머리말에 반영된 듯합니다. “다른 욕심 없고, 책에 담겨 있는 메시지에 ‘공감한다’는 반응만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작부터 ‘출판물로서의 한계’를 안고 펴낸 책인 만큼 주로 주변 지인들에게서 이런저런 ‘말씀’이 있었지요.


어느 날, 제게 날아온 짧은 문자 메시지 하나.

“잘 읽었습니다. 공감합니다.”

어느 모임에서 얼굴을 알게 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데면데면하다 못해 평소 말 한번 제대로 섞은 일 없는 관계였지요. 푸근했었습니다. 바라던 반응을 보여주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위안이 되었기에 온기를 더 느꼈습니다.

과학자들은 ‘공감’이란 감성이 아주 오래 전부터 차근차근 진화되어온 본능이라 풀이합니다.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서도 ‘공감’ 기제가 작동되고 있음을 그 근거로 듭니다. 상처 입은 동료에게 코를 내밀어 위로하는 코끼리, 다친 동료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아픔을 나누는 침팬지, 몸짓과 표정에서 화가 나 있는지 즐거워하는지 서로 알아차린다는 돌고래 등등.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런 공감대가 있어 그만큼 덜 힘들고 또 거기서 힘을 얻기도 하겠지요.

‘공감’은 친밀감의 표시이면서 위로와 격려를 아우르는 따스한 소통입니다. ‘공감’은 기대하지 않은 데서 드러날 때 더 큰 위안이 되는, 반가운 손님 같은 존재입니다. 상처 난 부위에 새 살 돋게 하는 치료제처럼 ‘공감’은 나 아닌 다른 누구를 이롭게 하는 마음의 선물입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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