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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 세상돋보기] #31. 체험에 투자하세요

작성일2016-03-17 오후 7:08

영화 ‘베테랑’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베테랑’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지난번 투신과 이번 형사사건 네가 안아줘라.
집행유예로 정리되면, 나와서 신진모터스 핸들 네가 잡아.
네 아버지도 못한 사장 명함 한번 박아야지.”

영화 ‘베테랑’에서 최상무(유해진)가 가짜 자수를 권유 받으며 듣는 대사입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아쉬울 게 없는 대기업 임원이지만, 최상무는 사장 자리를 위해 구치소행을 택합니다. 더 많은 ‘소유’를 위해, 트라우마를 남길 검찰 수사와 구속이라는 ‘최악의 체험’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 아픈 기억을 간직한 최상무가 약속대로 사장이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몇 년 전 미국의 한 젊은 직장인이 3주일 동안 특별한 실험을 했습니다. 결손가정 출신으로 청소년기에 비만이었던 그의 연봉은 10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최고급 승용차와 수백 달러짜리 브랜드 구두와 넥타이를 사들였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실험은 집안의 물건들을 모두 상자와 보따리에 넣고, 꼭 필요한 물건만 꺼내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나 그가 꼭 찾은 물건은 치약과 칫솔, 출근할 때 입을 옷, 수저와 접시뿐이었습니다. 그의 경험은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라는 책으로 소개됐습니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물건을 적게 갖는 것을 추구하고 자랑하는, 과소비의 반작용 문화로 해석됩니다.

일부 진화심리학자들은 물질만능주의와 비만의 원인을 DNA에 각인된 본능으로 설명합니다. 식량과 옷, 도구가 부족했던 수백만 년 동안, 생존을 위해 눈에 보이면 먹고 챙겨야 한다는 학습경험이 DNA에 각인됐다는 것입니다. 동면을 위해 끊임없이 먹어대는 곰과 암컷을 유인하려고 수십 개의 물건을 모아 둥지 주변에 과시하는 때까치처럼 말입니다. 동물과 달리 인간 세상은 풍요로워졌지만, 이를 무시한 본능이 쇼핑 중독과 비만이라는 쌍둥이 유행병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세계 IT 경제의 심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소유보다 체험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고급 승용차나 명품 의류보다 ‘암벽등반이나 그랜드캐년 트레일, 영화제나 페스티벌, 록축제와 콘퍼런스’ 같은 체험을 선호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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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들이 한 해 평균 사들이던 옷의 수가 2012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통계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덜 갖는 대신 더 많이 직접 해보고, 듣고 만져보고, 맛보고 냄새 맡는 체험주의(Experientialism)는 연봉과 소득 중심의 행복방정식에 변화를 요구합니다. 교외의 큰 집에 살면서 길에서 두세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꼭 필요하지 않은 세간살이를 버리고 가까운 곳에 작은 집을 마련합니다. 그리고 요리와 운동시간, 가족과 추억을 만드는 시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연구를 진행한 여성 박사는 ‘체험 뒤에 페이스북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덧붙였습니다. 체험주의의 확산에는 SNS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에 새로 구입한 명품가방을 자랑하면 적잖은 팔로워들이 떠나갈 수 있지만, 여행이나 캠핑 사진을 올린다면 많은 ‘좋아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SNS가 체험을 더 가치 있게 보이게 하고 자랑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입니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체험에 투자하면 행복해진다’는 하버드대 노턴 교수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우선 체험은 구매한 상품과 달리 비교가 어려운데다, 장밋빛 재해석을 통해 긍정적인 사건으로 추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체험은 우리의 정체성에 기여하고, 추억으로 남아 정체성의 일부가 됩니다. 게다가 체험은 가족이나 친구를 더 각별한 사이로 만들어줍니다. 구매한 상품은 비교와 경쟁심을 유발해 가까운 사람들과 멀어지게 하는 반면, 체험은 연대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설명합니다.

스티브잡스

인류에게 스마트폰을 선사한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메시지를 기억하시는지요?
“내가 가져갈 갈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넘쳐나는 추억들뿐이다(What I can bring is only the memories precipitated by love). 가족의 사랑을 소중히 여기고, 배우자와 친구들을 사랑하라.”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형준 프로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시시각각 변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세계 속 숨은 이슈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세상 돋보기의 안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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