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 세상돋보기] #32. 노화의 진화 – LG그룹 공식 블로그
본문 바로가기

[이슈 속 세상돋보기] #32. 노화의 진화

작성일2016-04-25 오후 2:22

하얀 양복에 중절모를 쓴 다섯 명의 노인이 당당하게 걸어 나옵니다. “세 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 하지만 기운이 넘쳐요♪ 노인 만세~♬♪”

80세인 야마다 히데타다 씨를 포함해 5인조 ‘신인그룹’의 평균 나이는 67세. ‘고령만세’라는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만 4주 만에 조회수가 50만 건에 육박했습니다. ‘지팝(爺:할아버지 POP)’이라는 신조어를 일반화시키기도 했습니다. 테크노풍의 이 노래는 초고령사회인 일본 안에서도 고령화율이 2위인 고치현의 현실을 풍자했는데, 뜻밖에 대박을 터뜨린 것입니다. 잠자고 있던 노인 음악시장이 새로 열린 셈입니다.

영화 ‘인턴’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갈게요, 보스”

칠순을 넘긴 로버트 드니로가 24세의 젊은 상사에게 공손히 말합니다. 뉴욕의 스타트업인 전자상거래회사가, 많은 경험을 가진 은퇴인력을 이용할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새로 뽑은 인턴 넷 중 세 명이 일흔 전후의 노인입니다. 전화번호부 제작사의 부사장을 지낸 로버트는 젊은 여사장의 멘토 역할을 하며 인생 2막을 멋지게 열어갑니다. 4백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턴’의 영향으로, 인기 개그프로그램에 노인 인턴이 등장하는 코너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할리우드 노배우들의 선전도 대단합니다. 30여년 전 ‘레이더스’의 주연을 맡았던 해리슨 포드는 7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에피소드 7’에 캐스팅됐습니다. ‘쉰들러 리스트’의 주연 니암 리슨(64)은 최근에도 ‘테이큰’시리즈에서 납치범들을 힘으로 심판하고 있습니다. 일부 영화평론가들은 ‘액션을 하기에는 고령임에도, 강하지 않은 부드러움이 팬들에게 먹혀들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고령화의 최첨단을 달리는 일본에서는, 편의점이 70대 점원을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노인들이 고객의 다수를 차지한 것도 원인입니다. 36만 명의 점원을 고용중인 일본 세븐일레븐은 3년 전, 시니어 고용을 포함한 포괄적 협정을 후쿠오카현과 맺었습니다. “지역 행사나 주민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시니어가 편의점 업무에 적합하다”는 설명입니다. 지난달 프랑스에서는 91세의 할머니가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를 받아 외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습니다. 30년 전에 시작했다는 논문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것으로 프랑슈콩테 대학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았습니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같은 대기업들은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60세 이후에도 임금을 깍지 않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복지선진국 핀란드의 노사단체도 정년을 65세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 그러나 일부 선진국의 움직임과는 달리, 지구촌 노인의 48%는 연금이 전혀 없다고 국제노동기구(ILO)는 밝혔습니다. 한국은 55~ 64세 장년층 남성의 고용률이 79%로 OECD 34개국 중 6위에 랭크됐습니다. 연금이 없는 장노년층이 생계비를 위해 저임금 일자리를 찾아야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ILO 관계자는 ‘연금을 받는 대다수도 액수가 너무 적다’면서 “노인이 가난의 수렁에 빠지지 않고 존엄하게 은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혼했구요, 아름다운 딸 셋에 곧 태어날 손주 한 명, 직업은 마사지사. 같이 어울리고 싶은 남자를 최근에 만났어요”

영화 ‘인턴’ 막바지에서 로버트와 썸타는 사이가 된, 같은 회사의 전문 마사지사인 피오나가 그에게 고백하는 대사입니다. 황혼의 사랑은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면도 있습니다. 돌봐줄 배우자나 가족이 없는 노인이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중국 베이징시는 노인 인구 300만 명 가운데 절반인 150만 명이 독거노인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고령화 관련 각종 신기록을 경신중인 일본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이 다른 노인을 돌봐야하는 경우가 노인 가구의 절반이 넘었습니다.


다행히 노인의 평균적 건강과 운동능력은 의학의 발전과 함께 향상됐습니다. 도쿄대는 최근 ’일본 노인의 건강과 신체능력이 십여 년 전에 비해 5~10세 젊어졌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희망도 날아듭니다. 노화의 속도는 20%는 유전이지만, 나머지는 환경적 차이여서 ’생물학적 노화의 대부분은 막을 수 있다‘고 미국 듀크대 연구팀은 강조합니다.

CNN은 지난해 여름 ‘햅번처럼 우아하게 늙는 비결 10가지’를 소개했는데요. 첫째는 꾸준한 얼굴관리입니다. 자외선 차단제와 보습제 등으로 피부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규칙적인 운동으로, 청년 같은 몸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고 소개했습니다. 곱고 우아하게 늙는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감’이고, 하얀 머리카락과 주름, 반점 같은 노화의 흔적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패션의 유행을 외면하지 말고, 피부과 의사의 처방을 자주 받고,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해 보라고 권고했습니다.

우아하게 늙는데 성공해도, 안정적인 생활비가 없다면 노후는 비참해집니다. 다수의 국민이 노후에 받는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세대가 은퇴한 세대를 부양하는 것이 기본 구조입니다. 경제활동인구를 늘리는 것이 존엄하게 은퇴할 권리의 전제조건이라는 얘깁니다. 일본은 오는 7월 참의원선거부터 투표 참가연령을 18세로 낮추었습니다. 고3이나 대학 1학년도 투표를 하게 된 것입니다. 20세 미만의 투표 참여가 또 다른 세대갈등을 불러올지, 친(親)청년 공약과 정책을 통해 젊은 층의 경제활동을 확대시킬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형준 프로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시시각각 변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세계 속 숨은 이슈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세상 돋보기의 안형준입니다.

'이슈 속 세상돋보기' 시리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