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13. 때론 뭉근함으로…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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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13. 때론 뭉근함으로…

작성일2013-12-03

 ‘뭉근하다’란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사전 그대로의 뜻풀이는 ‘불기운이 느긋하면서도 끊이지 아니하고 꾸준하다’입니다.

기온 떨어지면서 따끈한 것이 그립고 필요한 때로 접어듭니다.
그렇다고 불기운 세기만 한 것이 마냥 좋지는 않습니다.

싸늘해진 손발 덥히려 다가가는 것도 어느 정도까지일 뿐, 더 가까이는 오히려 불편해지고 괴로워집니다.

우리 살면서 자주 듣고 하게 되는 말 가운데 하나, “정도껏 해라”도 들여다보면 이 이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해서, ‘뭉근하게’는 톡 튀는 맛은 없어도 은근히 끌리는 매력, 그리고 그 끌림이 쉬 사그라지지 않는 것을 일컫는 데 제격입니다.

말이 지니고 있는 뉘앙스에서 강약의 차이로 굳이 비교하자면 ‘화끈하다’가 좋은 대칭어가 될 듯합니다.

미지근하지 않고 확 달아오르는 양태를 보이는 것에 쓰이는 이 말은 우리네 삶에 꽤나 ‘좋은 취지’의 어감으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합니다.

‘화끈함’이 갖는 덕목은 저돌성, 도전적, 명쾌함, 호방함 등입니다.
이는 뭇사람들에게 상대 우위의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대리만족의 필요성, 그리고 그 효용성 따위가하나의 사회적
아이콘으로까지 작동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보면, 이러한 성향은
어쩌면 더 활기를 띨지도 모를 일입니다.

 

뭉근한 삶이냐, 화끈한 삶이냐.
편 가르기 하려거나 괜한 싸움 붙일 요량이 아닌 다음에야
이 둘의 무게를 굳이 잴 것까지야 없겠지요.

선택의 문제요, 성향의 문제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영역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혹 화끈함에 지쳐 있거나 상대적 박탈감에 휘둘리고 있다 싶으면 한번 돌아보세요.
뭉근함의 매력에 대해서, 그 삶이 주는 느낌에 대해서…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비교해보는 것도 ‘느낌 아는’ 데 약간은 도움 되지 싶습니다.

베스트셀러는 ‘화끈함’에 가까우며, 스테디셀러는 ‘뭉근함’에 다가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어려운 성과며, 수준 높은 경지냐의 잣대는 핵심이 아니지요.

내게 무엇이 더 살가운가를 살피는 게 초점입니다.
만일 내가 [작가]라면 내 책이 베스트셀러이길 바라는가, 스테디셀러가 되었음 하는가 하는 나름 ‘즐거운’ 상상을 해보자는 것이지요.

‘작가’란 예시가 생뚱맞다 싶은가요.
[ ] 속에 ‘작가’ 대신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 무엇을 넣어보면 그 그림이 또렷해집니다.

 

세상 떠난 지 꽤 되었지만 김광석이란 가수에게서 예의 ‘뭉근함’을 떠올립니다.
그가 생전에 내놓은 많은 노래들이 세월 아랑곳하지 않고, 어쩌면 그때 못지않은 사랑을 변함없이 받고 있기에.
그가 살아 있을 때 ‘베스트셀러’였던가? 그 당시는 차치하고라도 지금 그는, 그 노래는 ‘스테디셀러’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김광석은, 또 그의 노래는 이처럼 ‘뭉근하게’를 일러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현인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화려한 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화려한 소리는 사람 귀를 멀게 하고
화려한 맛은 사람의 입맛을 상하게 한다.”

 

그래서 때로는 ‘뭉근하게’.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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