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15. 어떤 술자리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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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15. 어떤 술자리

작성일2013-12-17

오후 6시가 채 안 된 시각.
십여 명을 헤아리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무릎을
맞대고 모여 앉았습니다.

둥그런 연탄 화덕 7개가 전부인 식당.
한눈에 가게가 다 들어오는 그런 자그만 고깃집.
송년 모임을 위해 찾았습니다.

안주인은 손님 바라지에 분주하고, 바깥주인은
잠시 짬을 내 가게 밖에서 바람을 쐽니다.

단체손님 들기엔 조금은 이른 시각. 그 시간에 우르르 모여 앉은 이들이 궁금했나 봅니다. 옆 가게 주인이 바람 쐬러 나온 고깃집 주인에게 묻습니다.

“뭐 하는 사람들이야?” 바깥주인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로 대답했습니다. “대학 교수들이야.” 전혀 예상 밖이라고 여긴 듯, 옆 가게 남자가 고깃집 안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말합니다. “내가 보기엔 다들 막일꾼 같은데…”
“날이 차서 입은 옷차림이 그래서 그렇게 보이는 거야.” 옆 가게 남자의 ‘의구심’을 고깃집 주인은 이렇게 말하며 잠재웠습니다.

실제, 그날 고깃집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막일꾼에 ‘가깝습니다’. 옆집 남자가 제대로 짚은 거지요. 손님이 막일꾼이건 교수건 가게 입장에선 무슨 상관입니까. 매상이 중요하지… 두 남자의 이 짧은 대화를 지켜보며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든 어떤 웃음이 나왔습니다. 고깃집 주인이 왜 그렇게 눙쳤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 가게엔 ‘신분 그럴 듯한’ 손님도 온다는 메시지를 옆집 사람에게 주려 함인가? 그날 손님 중엔 고깃집 단골이자 주인 친구인 사람도 있었지요. 해서, 친구에 대한 주인 나름의 ‘배려’였나?

무엇이었건 이 날 그 짧은 ‘풍경’은 제게 작은 ‘재미’와 소박한 ‘교훈’을 던져주었습니다. 옆 가게 손님의 ‘신분’을 궁금해 한 것도 그렇지만,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둘러친 고깃집 주인의 ‘재치(?)’, ‘임기응변(臨機應變)’은 소소한 재밋거리였습니다. 아울러 그 속내는 알 길이 없지만 고깃집 주인의 순발력은 교훈으로 남습니다. 나쁜 의도가 아니라면 조금 치켜세우는 게 우리 모두의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것, 그것입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同價紅裳]’라는 옛말이 여기에 어울리겠네요.

하나 더. 친구 녀석이 ‘세상 살아가는 지혜’쯤으로 분류할 수 있는 ‘좋은 글’을 카톡으로 전했습니다.
여러 말 중에 하나.

누가 불러줄 때 마다하지 말고 참석해라. 이 핑계 저 사정 따져 하나 둘 빠지다 보면 나중엔 아무도 당신을 찾지 않을 것이다.

좋은 글

누가 불러줄 때 마다하지 말고 참석해라. 이 핑계 저 사정 따져 하나 둘 빠지다 보면 나중엔 아무도 당신을 찾지 않을 것이다.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맞는 표현이려니 합니다만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습니다. 속된 말로 ‘먹고 살기 위해’ 참석할 수밖에 없는 자리라 하더라도 내키지 않으면 하지 않을 수 있는 ‘나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겠노라, 이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내게 이득이 되는 자리냐 아니냐 하는 잣대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기준.같이 있게 되는 사람들이 내게 ‘좋은 기운(氣運)’을 퍼뜨리고 나눠 갖는 이들인가 아닌가.

이런저런 연유로 술자리가 이어지는 일 년의 해거름 때입니다. 모쪼록 ‘좋은 기운’들이 이어지는 자리로 송년을 가름하시길 바랍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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