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72. 선생님 말씀 하나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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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72. 선생님 말씀 하나

작성일2016-07-15 오후 2:45

마른 체구에 다소 핏기 없는 얼굴. 휘청거리는 것 같은 걸음새. 아주 장신은 아니지만 결코 작지 않은 키. 당신의 외모 따위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늘 헝클어진 상태의 머리. 항상 정장 차림이지만 다림질한 것인지 갸우뚱해지는 옷매무새.

고3 담임선생님에 대한 잔상입니다. 과목은 국어였지요. 말씀 또한 담임선생님은 느릿느릿, 읊조리듯 얘기했습니다. 두 귀를 활짝 열어두어야 그 말씀을 들을 수 있었지요. 강의 듣는 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기억 속에 여태 남아 있는 말.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인가?”

당시 우리는 이 말이 ‘오로지 어렵기만’ 했습니다. 천방지축 세상 물정 잘 알지도 못하는, 스무 살도 안 된 나이였기에. 게다가 타이밍도 황당하기 그지없었지요. 수업 도중에 앞말 뒷말 다 생략하고 불쑥 무슨 화두처럼 이 말씀만 내던지셨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인가?”라고 한 내용 또한 아리송하다, 그 자체였지요. 철학적인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 어려운 것인가?” 하는 의문형은 도대체 무엇인가 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기에, 그 내용을 이해하건 그렇지 못하건 “어려운 것이다”라고 해야 되는 게 정상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지금 학생들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당시 우리는 어느 누구도 ‘감히’ 선생님께 그 같은 궁금증들을 묻지 않았습니다. 담임선생님에 대한 무서움 같은 게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 ‘아리송한 말씀’이 겉으로 비치는 평상시의 선생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여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뒤에도 수시로 수업 중에 ‘그 말씀’을 들으며 학교를 마쳤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 말만 놓고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런데 왜 선생님은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인가?” 하셨을까요? 사람답게 사는 게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에둘러 말씀하신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그렇다고 얘기하면 될 일을, 스스로에게 묻는 건지 질문을 한 건지 알 수 없게 하신 건 또 무엇일까요? ‘사람답게 산다’는 말이 갖는 함의 자체가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처럼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말씀 아닐까요?

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때 말씀’과 관련된 몇 가지 정황은 여전히 숙제 아닌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참에 저도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인가?”,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워.” 두 말에서 어떤 차이를 느끼십니까?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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