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 세상돋보기] #8. 신사의 나라, 예술의 나라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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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 세상돋보기] #8. 신사의 나라, 예술의 나라

작성일2014-02-12

지난 1월, 유럽의 한 복지 선진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구호식품인 ‘콜드 박스(cold box)’가 등장했습니다. ‘콜드 박스’에는 물을 끓여 넣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우유와 시리얼, 소고기 통조림과 비스킷 등 3일간 먹을 분량의 음식이 들어 있다고 영국 ‘가디언’ 지는 보도했습니다. 가스나 수도가 끊겨 물을 끓일 수 없는 빈곤층을 위한 콜드 박스에는 ‘커피’ 대신 ‘주스’가 들어갑니다. 필자는 선진국인 이 나라의 상황이 믿기지 않아 그곳에 주재원으로 나가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네 가족이 사는 작은 주택의 한 달 난방비가 우리 돈으로 약 70만 원입니다.
실내 기온을 14도에 맞추고 아침과 저녁에만 보일러를 잠시 틀고 외투와 담요를 두르고 지냅니다.”라는 답변이었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매달 2만 원 안팎이던 수도요금도 9만 원이나 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일 ‘차이트’ 지는 이 나라 국민 300만 명이 난방 빈곤에 시달리며, 먹거리와 난방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Gentlemen

이 나라는 ‘신사의 나라’ 영국입니다. 한 글로벌 물가조사기관에 따르면, 런던의 물가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특히 주거비용과 교통비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사의 나라 영국

다음의 유럽 나라는 어디일까요? 지난 12월, 의료실험에 사용된 말의 고기를 식용으로 유통한 혐의로 축산업자와 수의사 등 21명이 체포됐습니다. 서류를 위조해 제약사의 실험용 말 수백 마리를 도축한 뒤 이웃 나라에 판매한 혐의입니다. 문제의 진원지인 이 나라의 육가공업체 ‘스판게로’는 지난해 2월에는 말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판 혐의로도 수사를 받았습니다. 유럽 곳곳에서 소고기로 둔갑한 말고기가 햄버거와 파스타에 쓰여 유럽인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말고기를 즐겨 먹지만, 이웃 나라는 개고기처럼 식용 말고기도 불법입니다.

푸아그라 요리

이 나라에서는 또 거위와 오리를 비좁은 공간에서 사육해, 간에 지방을 늘리는 방법으로 푸아그라를 만들고 있다고 동물보호론자들이 비판했습니다. 특히 동물의 주둥이에 강제로 깔때기를 꽂아 사료를 주입하는 것이 문제가 됐는데, 사료를 강제로 주입하면 사망률이 20% 가까이 높아진다고 유럽연합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푸아그라 판매를 금지했지만, 이 나라 국민의 55%는 사료 강제 주입을 지지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나라의 경제 사정은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이 15년 전으로 추락하고 공식 실업률이 10%를 넘을 만큼 나빠졌습니다.
이 나라의 타이어 공장을 인수하려다 포기한 글로벌기업의 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나라 노동자는 임금은 많이 받지만, 점심 먹고 한 시간 쉬고 세 시간은 수다를 떨며 하루에 단 3시간만 일한다”고 돌직구를 날렸습니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

유럽에서 ‘불량 먹거리 국가’로 망신 당하며 경제적으로 추락 중인 이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예술의 나라’ 프랑스입니다. 최근 영국 여성작가 이트웰은 ‘말고기 먹는 프랑스인’이라는 저서에서 “프랑스인은 뚱뚱하지 않고, 아이들은 예의 바르고, 밤마다 미식을 즐긴다고 본다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식가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는 미국 다음으로 큰 맥도날드의 두 번째 시장입니다. 스위스 제약사의 통계를 보면, 프랑스 여성의 42%와 전체 성인의 47%가 과체중입니다. 이트웰은 “프랑스의 명성은 여전하지만, 무례한 주민들과 어둠침침한 거리, 신선하지 못한 빵 등이 관광객의 환상을 깨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올 들어 씀씀이가 큰 중국 관광객의 편리한 입국을 돕기 위해 비자를 서둘러 발급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자존심을 잃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월 말 파리에서 열린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은 그들이 왜 예술의 나라, 신사의 나라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이번 앙굴렘 만화제 한 켠에는, 우리나라가 일본군의 위안부 실상을 고발하는 기획전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만화제의 최대 후원국이자 유럽 만화시장을 대부분 장악한 일본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만화제 ‘지지 않는 꽃’은 대성황을 이뤘습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인 2만 명이 모여 연대의 뜻을 전했기 때문입니다. 한 프랑스인은 “너무 충격적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또 만화제 조직위원회 측은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왜곡한 작품들을 전시한 일본의 부스를 철거했습니다. 물을 끓일 가스가 부족하고, 말고기를 즐겨 먹더라도 정의와 진실의 편에 설 줄 아는 신사와 예술의 나라 시민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지 않으시겠습니까?

안형준 프로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시시각각 변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세계 속 숨은 이슈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세상 돋보기의 안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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