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 세상돋보기] #9. “청정공기 팝니다”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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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 세상돋보기] #9. “청정공기 팝니다”

작성일2014-03-28

“공기를 파는 것이 가능할까요?”

2012년 개봉된 <다크 트루스(Dark Truth)>의 주인공, 은퇴한 미국 중앙정보국 요원 앤디 가르시아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질문합니다. 전화 연결된 청취자는 “공기를 어떻게 팔겠어요? 돈 없으면 숨도 쉬지 말라는 것인데요”라고 답합니다.
이에 가르시아는 다시 “돈이 없어 물을 못 마시는 사람들이 널려 있습니다. 비현실적으로 들리겠지만, 물도 파는데 공기는 못 팔까요?” 라며 마무리합니다.

영화 개봉 2년이 되기도 전인 지난 2월 초 “대기오염이 심한 불가리아에, 스키장 산악지역의 ‘청정 공기’ 판매가 시작됐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랐습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이베이(eBay)가 그리스와 접한 불가리아의 로도프 산맥에서 채취한 공기를 비닐봉지에 담아 9 파운드(약 1만 5천원)에 판매한다고 불가리아 민영 BTV가 방송했습니다. 

판매 광고는 “일상의 지루함을 없애는데, 눈꽃과 고요가 가득한 로도프 산맥의 신선한 공기만 한 게 없다”며 소비자에게 다가갔습니다. 공기를 담은 ‘에어 백’에는 채취 날짜가 적혀 있고, 에어백을 받은 뒤 2주일 안에 구매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청정공기 에어백’ 판매는 아니지만, 최근 공기청정기가 엄청난 특수를 누렸습니다. 중국발 초미세먼지 사태 때문인데요.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1월과 2월 공기청정기 판매가 지난해보다 각각 6.5배와 10배 급증한 것으로 집계 됐습니다. 미래 연구 싱크탱크인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유엔 미래보고서 2040’에서 ‘머지않아 숨을 쉬는 데도 세금을 내는 미래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이 지구환경사용 세금(Environmental Footprint Tax)을 고려 중인데, 이 세금은 숨을 쉬는 데 사용되는 산소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입니다. 

2011년 개봉한 <써니>는 여고생 일곱 명의 80년대 고교 시절 추억과 재회를 그렸습니다. 소위 ‘7공주’의 짱인 춘희는 말합니다. “우리가 크면 물도 사 먹는 시대가 온대.” 이 발언은 6월항쟁이 있던 1987년으로 추정됩니다. 미래와 트렌드에 관심이 많던 영화 속 춘희는 훗날 사업가로 성공해 친구들에게 선물을 남기고 하늘로 떠납니다. 춘희의 ‘물 사 먹는 시대’ 예언은 10년도 안 돼 현실이 됐습니다. 이미 고급 수입 생수 1리터의 가격이 휘발유 1리터 보다 비싼 시대가 된 지 오랩니다.

다시 영화 <다크 트루스>로 돌아가겠습니다. 이 영화는 1997년 세계은행이 볼리비아에 ‘수돗물 민영화’를 조건으로 2천만 달러를 지원하며, 다국적기업이 진출해 불협화음이 생긴 현실을 반영했다는 분석입니다. 에콰도르의 시골 마을이 배경인 영화에서는 정수시설에서 균이 생겨 전염병이 발생합니다. 전염병을 숨기려는 다국적기업이 현지의 군부와 손을 잡으면서 사건사고와 총격전이 벌어지고, 인간의 영원한 생필품인 물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1980년 <제3의 물결>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의 발흥을 예견했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6년 전 세계미래회의에서 “세계적인 물 부족으로 10년 안에 물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토플러의 예측대로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에서는 지난해 6월 나일강 상류의 댐 건설 여부를 놓고 전쟁 직전의 위기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당시 이집트 대통령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 밖에도 요르단강을 끼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물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며, 티그리스강의 터키와 이라크, 인더스강의 인도와 파키스탄도 ‘물 전쟁’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5일에는 한반도 지표에 물의 양이 줄고 있고, 이미 경상북도 내륙과 경상남도 동해안에 물 부족이 시작됐다는 부경대의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중국은 656개의 대도시 가운데 60%가 넘는 4백여 개 도시가 물 부족에 직면해, 물을 많이 쓰면 요금을 최고 3배까지 더 내도록 하는 ‘계단식 수도요금제’를 도입했습니다.

경쟁자를 의미하는 영어 라이벌(rival)은 개울이나 시냇물을 뜻하는 라틴어 리부스(rivus)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문명의 초기단계부터 강이나 개울물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치열했다는 유추가 가능합니다. 여러 미래예측보고서들이 ‘블랙골드(Black Gold)’, 석유의 시대가 가고, 21세기엔 ‘블루골드( Blue Gold)’, 물의 시대가 온다고 예측합니다. UN은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로 육지의 빙하가 감소하면서 물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게다가 개발도상국의 도시 인구 증가는, 포장된 땅의 면적을 늘려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바로 바다로 흘러들어 수자원 고갈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때문에 UN이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선언한 ‘물’이 블루오션의 강력한 상품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불가리아에서 출시된 ‘청정공기 에어백’이 초미세먼지 가득한 중국에서도 팔린다면, 앤디 가르시아의 영화대사처럼 ‘공기 파는 시대’가 조만간 일반화될 듯 합니다.

안형준 프로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시시각각 변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세계 속 숨은 이슈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세상 돋보기의 안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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