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 세상돋보기] #10. 성형, 개그의 소재가 되다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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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 세상돋보기] #10. 성형, 개그의 소재가 되다

작성일2014-06-13

퇴근길 붐비는 지하철, 젊은 여성이 성추행을 당했다며 양 옆의 두 남성을 경찰에 신고합니다. 미남형 남성이 성추행을  저질렀지만, 미남형과 거리가 먼 남성이 외모 때문에 오해를 받아 용의자로 몰리게 되고 급기야는 처절하게 외쳐댑니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다구요!”

공개 스탠드형 개그 프로그램인 <코미디에 빠지다>의 코너는 모두 10개인데요. 이 가운데 ‘미미 나나 주주’, ‘돌직구’, 그리고 ‘내가 하지 않았어’ 등 세 개의 코너는 외모가 저평가된 개그맨과 개그우먼을 흥밋거리로 만들며 외모 중시 문화를 부추깁니다. 또 다른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 역시 15개 코너 가운데 ‘후궁뎐’, ‘안 생겨요’, ‘뿜엔터테인먼트’, ‘놈놈놈’, ‘취해서 온 그대’ 등 5개의 코너가 외모를 소재로 웃음을 유도합니다. 두 개그 프로그램의 약 30% 코너가 외모지상주의에 편승하고 있는 셈입니다.

외모 중시 문화 중심에 서있는 성형외과 광고

미국 최고의 언론으로 꼽히는 뉴욕타임스의 한 특파원은, 한국 방문기에서 외모 중시 문화를 비판했습니다. 눈썹 문신을 하고, 체중 관리 상품을 구입하고, 기능성 화장품을 쓰는 한 한국 여성을 소개하면서 “그녀는 ‘친구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서울에는 성형외과가 매우 많고 지하철 입구는 성형 전후 사진을 담은 광고로 뒤덮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타임스 특파원은 또 “한국은 똑같은 ‘미모’와 ‘동안’을 요구하는 분위기이며, 얼굴색이 어둡거나 얼굴형이 남다르면 코미디언들의 개그 소재가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뉴욕타임스 특파원의 취재 보름 뒤쯤 20대 여성 두 명이 30대 선배 언니를 감금하고 폭행했다는 뉴스가 전파를 탔습니다.방에 가둔 뒤 머리카락을 자르고, 얼굴과 몸을 때리고 알몸 사진을 찍은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숨기고 싶은 성형수술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소문 내고 다녀서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밖에도 ‘성형비용 마련 위해 외제차로 고의사고, 억대 보험금 챙겼다’, ‘성형수술 해준다며 10대 유인해 성폭행한 50대 구속’ 등 성형 관련 범죄의 천태만상이 날이 갈수록 가관입니다.

성형 사진

성형수술이 급증하고 있는 영국은 올해부터 사실상 ‘가슴 성형수술 등록제’를 실시합니다. 가슴 성형을 하려면 국가보형물 등록소에 반드시 기록을 남기게 한 것입니다. 이는 2011년 ‘발암 유발 보형물’ 가슴 성형수술 파문에 따른 것인데요. 프랑스의 ‘폴리 앵플랑 프로테즈社가 암을 유발하고 파열될 우려가 있는 공업용 실리콘 젤을 이용해 제조한 유방보형물로, 약 30만 명이 확대수술을 했기 때문입니다. 영국도 5만 명으로 추산됐지만, 성형외과 기록관리가 부실해 이식 환자를 제대로 추적하지 못했습니다. 영국은 또 보톡스 같은 성형 보충제 남용을 막기 위해, 모든 성형치료 기록을 전산망에서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유방성형 1회 비용으로 2명을 수술한다’는 식의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영국 보건부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자신감 부족을 악용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성형업계의 도를 넘는 행위를 단속할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 40여일 뒤, 서울시는 지하철과 버스의 성형광고를 대폭 손질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하철 인쇄물 광고 중 성형 관련 광고의 비중을 20% 내로 제한하고,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성형 전후 사진 비교 광고를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또 ‘예뻐져라’, ‘닮지 마라’, ‘티나지 않게’ 같이 성형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문구도 사용할 수 없도록 지하철공사에 통보했습니다. 학교 주변 버스정류소는 그린존으로 지정되어 성형 광고가 금지됩니다. 이번 서울시의 결정은 수능을 마친 여고생이 지난 2월 마취 성형수술을 받고 뇌사상태에 빠진 사고와 관련이 있습니다. 여성민우회는 ‘해당 병원이 정상영업과 지하철 광고를 하는 것은 문제’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외모, 그 너머를 보기 위한 노력

최근 한 사진작가는 전시회를 통해 ‘성형 권하는 사회’의 아픈 상처를 드러냈습니다. ‘성형수술 후 회복실’이란 타이틀의 전시회에서는 주사바늘과 멍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성형수술 직후의 사진 등이 전시됐습니다. 여성의 약 20%가 수술을 받는 성형공화국. ‘완벽한 변신만 보여주는 광고와 달리, 수술 직후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성형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전시회 측의 설명입니다.

날씬한 몸매와 뚱뚱한 몸매 사진

미국의 시민단체들은 몇 년 전부터 ‘살에 대해 말하지 않기(End Fat Talk)’ 캠페인을 진행해왔습니다. 영국 정부는 비만 비하 발언을 방송 등 공식석상에서 추방하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뚱뚱해서 죄송합니까?’라는 서적이 출판되면서, 살에 대한 스트레스를 강요하는 사회를 정면으로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날씬한 몸매와 인형 같은 얼굴을 맹종하는 시각을 버리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잇따릅니다.

외모가 낮게 평가되는 개그맨과 개그우먼을 웃음의 소재로 삼는 개그 프로그램들이 이제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만 하는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안형준 프로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시시각각 변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세계 속 숨은 이슈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세상 돋보기의 안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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