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81. 그만의 ‘무엇’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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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81. 그만의 ‘무엇’

작성일201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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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TV 채널에서 영화 <사랑과 영혼>을 방영했습니다. 주말 늦은 시각이었지만 옛 기억을 되살리며 채널 고정했지요. 우리에게 처음 선보인 게 1990년이니, 꽤나 오래된 작품입니다. 아니, 저런 때가 있었나 할 정도로 지금과는 너무도 다른 느낌의 여주인공 데미 무어의 청순함. 우리에게 이 영화 한 편으로 패트릭 스웨이지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던 남자 주인공은 어느새 고인(故人)이 되었고. 이 영화를 다시 보며 격세지감이란 말도 떠올렸습니다.

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빚는 데미 무어, 그녀를 뒤에서 감싸안고 패트릭 스웨이지가 함께 찰흙을 빚어내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의 하나로 각인됩니다. 영화 <사랑과 영혼>의 바로 ‘그 무엇’이 되었지요.

이 유명한 장면을 뽀얀 물안개처럼 휘감으며 흐르던 노래, ‘Unchained Melody’는 보는 이의 감각을 마비시킵니다. 오로지 “아!” 하는 감탄사 하나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 말고는 달리 할 게 없습니다. 이 노래 또한 예의 명장면과 더불어 <사랑과 영혼> 하면 단박에 떠올리게 되는 ‘그 무엇’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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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랑과 영혼>에서 ‘그 무엇’의 백미는 정작 다른 데 있습니다.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는 여주인공에게, “너 곁엔 늘 내가 있어” 하는 메시지를 죽은 자는 전달할 길이 없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심령술사로 자처하는 얼치기 점쟁이의 도움을 받아 갖은 노력을 다해보지만 그녀는 꿈쩍도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데미 무어가 패트릭의 ‘존재’를 인정합니다. 죽은 자가 저 세상이 아닌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요. “Ditto(동감)!”, 이 한마디 말에. “동감이야”, 이 말은 오로지 남녀 주인공 둘만의 ‘소통’이었지요. 데미 무어가 “사랑해!” 하면, 패트릭은 그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한결같이 “동감!”으로 응답했었기에.

‘동감’이란 말은 그들만의 ‘그 무엇’이었고, 이것이 사태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어떤 경우가 되었건 누구를 떠올리게 될 때 ‘그 무엇’이 자연스럽게 각인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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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건, 친구 사이이건, 심지어 일터에서의 위아래 관계이건 맺어져 있는 둘만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막연한 그, 끄집어낼 만한 표현이 마땅찮은 둘 사이. 이렇기보다는 ‘그 무엇’이 있는 게 나아 보입니다.

당연히, ‘그 무엇’의 내용이 상대로 하여금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게 하는 ‘어두운 것’이 되어선 안 되겠지요. 멋있지는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그냥 평이할 뿐이라도 나만의 ‘그 무엇’은 어쩌면 분신처럼 자신을 그려놓습니다.

다른 사람이 그를, 나를 떠올릴 때면 ‘바로 나, 그’를 되살리지 않습니다. 분신 같은 나(그)만의 ‘그 무엇’을 기억합니다. 분신으로서 ‘그 무엇’은 신분이 아닙니다. 신분은, 그 자리를 벗어나면 지워집니다. 잊혀집니다. 그렇기에 분신으로서 ‘그 무엇’은 나(그)만의 정체성이 됩니다. 나(그)를 바라보는 다른 이에게 소통되는 이미지가 됩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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