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29. 참는다는 것 – LG 공식 블로그
본문 바로가기

[필링을 위한 힐링] #29. 참는다는 것

작성일2014-08-29

 ‘忍’

‘참을 인’이라는 한자(漢字)이지요.
나이깨나 든 세대 말고는 대개가 한글 위주로 공부한 탓에 한자의 필요성에 대해선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게 요즘 세태입니다.

우리말, 한글이 좋긴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우리말의 상당 부분이 한자어라는 데 있습니다. 순수 우리말, 즉 고유어는 몇 안 될뿐더러 잘 쓰지도 않습니다. 대부분 한자어인 단어와 용어를 오로지 한글 표기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새삼스럽게 이 자리에서 국문, 한문 혼용의 필요성을 강변(强辯)하려는 건 아닙니다. 우리말처럼 쓰고 있는 수많은 한자어의 속뜻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면 “아, 그게 이런 거였구나!” 하는 가벼운 깨우침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기에 짚어 봅니다.

여기 ‘참을 인(忍)’ 자는 우리가 늘 마주치는 생활의 단면 바로 그것일 수 있습니다.
묻습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은 몇 번을 참으셨습니까?

참을인

오늘 하루, 얼마나 즐거웠느냐보다는 오늘 얼마나 참고 지냈느냐를 짚어보는 게 더 현실적인 우리 모습입니다. ‘忍’은 ‘칼날 인(刃)’을 가슴인 ‘마음 심(心)’ 위에 올려놓은 꼴인 한자입니다. 즉 가슴 위에 칼을 얹어 놓은 상태를 일컫습니다. 마음을 어떻게 먹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제 가슴이 베일 수 있다는 거지요.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참는 수밖에요!

참다 보면 울화(鬱火)가 치밀고, 울화는 곧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될 터이고…… 어디 그뿐인가요! 참기를 반복하다 보면 자칫 덜떨어진 사람으로 오인(誤認)되기에 십상인 게 요즘 세태입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참고 지내지 말라고 부추기는 ‘목소리’ 또한 곳곳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유명 저자의 책에서,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의 강연에서…… “가슴 속 응어리는 억누르지 말고 터뜨려라!”, “지금 내 기분이 어떻다는 걸 상대방이 잘 알 수 있도록 보여줘라!”, “내 마음의 그림자는 내 삶의 그늘 그 자체일 뿐, 무조건 지우고 잊어라!” 등등.

한마디로 “참지 말라”입니다.

참고 살아야 하는가, 참지 말아야 하는가? 뻔한 얘기가 되겠지만, 어느 쪽이건 그 극단은 둘 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러면 ‘참을 인(忍)’이라는 한자가 주는 교훈은 무언가 생각해 봤습니다. 가슴 위에 칼을 올려놓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굳이 그 ‘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다음 사례를 전해 드릴까 합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첩보 요원을 선발할 때 이런 방법도 썼다고 하는군요.

신문에 구인(求人) 광고를 냅니다.

구인광고

이 광고에는 시험을 본다거나 이런저런 서류를 제출하라는 조건이 전혀 없습니다. 추천서나 이력서 같은 것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오라 합니다. 특정 어느 날, 아침 7시까지 지정된 장소로 말입니다.

이런 ‘황당한’ 광고에도 백여 명의 지원자가 해당 장소에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흘러도 이들 앞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몇 시간이 더 지나자 이들 중 상당수가 “뭐 이런 게 있어?” 하며 자리를 뜹니다. 시간이 더 흘러 오후가 되자 남아 있는 사람이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관계자가 코빼기도 안 비치는 건 마찬가지, 그렇게 저녁 무렵이 되자 십여 명 정도만 용케도 ‘버티고’ 있었지요. 마침내 자정이 됩니다. 이때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고작 한두 명. CIA는 이들을 고용했습니다.

참는다는 것.
누구에게는 고통이 되기도 하고 부질없는 짓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필링을 위한 힐링' 시리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