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32. 우연(偶然)도 마음먹기 나름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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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32. 우연(偶然)도 마음먹기 나름

작성일2014-09-26

한 남자가 오늘도 병원에 들렀습니다. 아이가 입원해 있어 그날도 일 끝나기 무섭게 병원으로 달려왔습니다. 자신처럼 일터에 나가고 있는 애 엄마랑 하루씩 교대로 매일 하고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보낸 지 어느새 두 달여. 처음과 달리 조금씩 지쳐가는 자신을 마주하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습니다.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날이 길어진다는 것은 병이 깊고 위중한 게 아니라, 퇴원할 날짜가 가까워지고 있음이라는 자기암시를 걸며…

일상

이날은 날씨마저 궂어 기분이 더 울적했지요. 습관처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귓가에 스치듯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판국에 차까지 말썽인가?’ 싶었지만, ‘다행히’ 그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무시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다시 소리가 났습니다. 그건 ‘울음소리’였습니다. 

가만히 듣자 하니 고양이 울음이었습니다. 고양이 울음소리. 낯설거나 뜻밖의 일은 아니지요. 길고양이, 즉 길냥이가 흔해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까요. 정작 놀랄 일은 그 울음이 바로 자신의 차 어딘가에서 나오는 것 같다는 데 있었습니다. 이 남자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살지 않습니다. 또한 관심도 없습니다. 그는 황당한 마음을 추스르며 차 주변을 살폈습니다.

혹, ‘주차장 길냥이를 못 보고 친 것은 아닐까?’ 이런 불길한 생각이 들었을 법도 합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들렸습니다. 바로 자신의 차 보닛(bonnet) 쪽에서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지요.

놀란 가슴을 억누르며 보닛을 열고 살펴보니, 한쪽 빈틈에 정말 고양이가 끼어 있었습니다. 그의 한 손에 들려 나온 고양이는 정말 조그마했지요. 기껏해야 20cm 정도의 크기로 세상 빛을 본 지 한두 달밖에 안 돼 보이는 길냥이었습니다.

새끼고양이

이 조그만 녀석이 어떻게 차 보닛 속으로 기어들어갔을까?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30분 넘게 달려온 차 엔진룸에서 어떻게 견딘 건가? 아이 생각은 뒤로하고 이 남자의 머릿속이 잠깐 어지러웠습니다. 고양이는 궂은 날, 비를 제법 맞았는지 군데군데 엉킨 털로 뭉쳐 있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평소 생각지도 않던 일이라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더니 결심한 듯 길냥이를 차 뒷자리에 앉히며 말했습니다.

 “그래, 이것도 인연이다” 

병원에 올 때면 항상 무겁기만 했던 얼굴의 이 남자는 이 ‘황당한’ 우연을 해결하고 전보다는 훨씬 밝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아이에게 향했습니다.

지내다 보면 필연보다는 우연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그 많은 우연 중 몇은 필연일 수 있는데, 모르고 지나치는 건 아닌지. 어쩌면 그게 내 삶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다주기도 하는데도 말입니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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