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 세상돋보기] #38. AI에 올라 탄 세대갈등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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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 세상돋보기] #38. AI에 올라 탄 세대갈등

작성일2017-03-14

중견기업의 사무실, 신입사원의 집에 가서 한 잔하기로 한 직장상사들이 묻습니다.
“자네 집에 양주 있나?” ‘양주가 있다’고 답하자 부장이 말합니다.
“그 양주 우리가 다 나눠 마실 꼬~온대!”
‘꼬온대’라는 발음을 유난히 강조하면서, 늙은이를 뜻하는 ‘꼰대’ 이미지를 부각시킵니다.

나무블럭 위에 미니어처 남성과 여성이 앉아있는 모습의 사진

직장 상사들이 신입사원을 놀려대는 직장문화의 후진성을 풍자한 <개그콘서트>의 ‘불상사’ 코너입니다. 이런 세대갈등은 어느덧 개그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가 되었습니다. 2년 전 ‘고집불통’ 코너는 60대의 아파트 경비원과 그 친구들이, 입주한 젊은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코믹하게 딴지를 걸면서 인기를 모았습니다. 힘없는 아파트 경비원을 ‘절대 갑’으로 둔갑시키는 비현실적인 설정 속에, 젊은이의 취미생활은 계속 가로막혔습니다. 노인을 공경하고 ‘어르신’으로 모시던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세태입니다.

그런데 젊은이들과 은퇴세대와의 갈등은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 당신들은 평화, 자유, 완전고용 등 모든 것을 다 가졌죠~
♬ 그러나 우리는 실업, 폭력, 에이즈로 고생하고 있어요’

프랑스 젊은 가수들이 2년 전, 이런 노래로 기성세대를 공격하자,

‘♬ 우리가 가진 것은 모두 노력해 얻은 것~♪ 너희도 움직여~’

기성세대 가수들이 ‘젊은이는 게으르다’며 노래로 반박한 것입니다. 청년 실업률이 19%에 이르는 프랑스 언론은 ‘현재 세금이 부모 세대의 연금 등 사회복지 비용으로 쓰이고 있지만, 청년들은 자신의 노년에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불만을 품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젊은 세대(young adults)는 갈수록 생활수준이 떨어지는 반면, 은퇴한 연금생활자들은 상대적으로 풍요를 누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세대 간 격차의 가장 큰 원인은 수십 년간 급상승한 ‘집값’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양복입은 나이가 있는 사람과 양복을 입은 젊은 사람이 각자 팔짱을 끼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그림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주인공이 절규하는 대사입니다. 평생을 성실한 목수로 살아온 다니엘은 심장병이 악화돼 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실업급여를 담당하는 영국 관공서의 권위주의적 절차와 IT 장벽에 가로막혀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고 맙니다. 불합리한 관행은 보지 못한 채, 제출할 서류만을 압박하는 공무원들은 ‘복지전달체계 모순’의 상징으로 그려집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의 포스터 더 나은 세상을 보여준 당신이 내겐 영웅입니다.

복지전달체계의 모순을 그리며 호평 받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로봇의 부상’의 저자인 기술비평가 마틴 포트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발달로 복지 담당 공무원들도 다니엘과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실제로 영국의 한 싱크탱크는 인공지능(AI)이 앞으로 15년 동안 공무원 25만 명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마틴 포트는 AI의 확산에 따른 일자리 축소에 대해 노동자와 고용자, 정부가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의료와 실업수당 같은 사회안전망 강화와 함께 핀란드와 네덜란드 등에서 실험 진행중인 ‘기본소득’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충고합니다. 기본소득은 가구가 아니라 개인에게, 소득이나 근로 여부와 관계 없이, 조건을 달지 않고 쓸 수 있게 지급하는 소득입니다. 우리나라의 잠재적 대선후보 중 일부도 실험적 형태의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

세 로봇이 움직이는 벨트 위에 있고 건물을 통과하며 사람 세명을 바뀌는 일러스트. 사람들 손에는 각자 흰상자가 들려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등 일부 유럽 언론은 지구촌의 프레임이 ‘진보 대 보수’에서 ‘개방 대 폐쇄’로 바뀌었다고 진단합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인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근거입니다. 그 바닥에는 일자리를 둘러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동포가 많고 외국인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래서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세대 간 대결로 부각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저임금 일자리를 2, 30대가 아니라 6, 70대가 많이 차지하는 최근의 현상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인한 일자리 전체의 감소’라는 견해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AI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복지와 소득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할 구성원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방문 이후 더 인기가 많아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노인이 공경 받지 못하는 곳에는 젊은이의 미래도 없다’고 얘기합니다. ‘노인을 무시하는 젊은이는 나중에 똑같은 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형준 프로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시시각각 변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세계 속 숨은 이슈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세상 돋보기의 안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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